요즘 '핫'한 드라마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응답하라 1994(응사)'다. 그 시대를 살았기에 드라마 속 주인공이 대면하는 장소와 사건 사고, 인물들은 머릿속 깊이 어딘가에 있을 사진첩 속 추억처럼 한 장 씩 펼쳐진다. 삶이 삶인지라 그 때의 최첨단 디지털 기기가 등장하는 장면은 유독 끌림이 더하다. '삐삐'가 그렇고 PC통신이 그렇다. 그 시절 디지털 기기는 아날로그 감성을 지녔기에 오래도록 기억되는 건 아닐까.

컴퓨터도 스마트폰도 태블릿PC도 그냥 디지털 기기다. 디지털 기기에 아날로그 감성을 덧대는 것은 뭘까. 사람과 컴퓨터를 이어주는 입력 장치 그 중에서도 키보드는 디지털로 가는 길목의 아날로그 감성이 느껴진다. '타각 타각' 들리는가? 기계식 키보드의 청명한(?) 소리가…. 인체공학적 설계라며 부드러운 곡선의 세련된 디자인을 입은 키보드가 넘치는 요즘 투박한 외모에 시끄럽고 무겁기까지 하다.

◇ 정전용량 무접점 방식의 명품 키보드=명품 키보드라는 평가가 어색하지 않는 레오폴드 FC660C 이야기다. 유행 최전선에 선 애플 아이패드, 삼성 갤럭시S4와 정반대 길을 걷는 레오폴드 키보드. 사용자 손가락 끝에서 전달되는 촉각에 온 기술을 쏟아 부었다. 스포츠카 마냥 바닥과 밀착되어 키감을 제대로 느낄 수 없는 여타 키보드와 달리 레오폴드 FC660C는 거친 자갈길을 달리는 듯 정전식 특유의 느낌이 손끝에 그대로 전달된다. '타각 타각…'

▲ 미니 키보드 레오폴드 FC660C. 일본 토프레사의 명품 키보드 리얼포스에 적용된 정전용량 무접점 방식이다. 키캡, 러버돔 등 리얼포스 키보드와 동일한 부품을 사용했다.

키보드에 무슨 기술이냐고 되묻고 싶을 것 같다. 이 제품은 일본 토프레사의 리얼포스 키보드에 적용된 정전용량 무접점 방식을 채택했다. 리얼포스 키보드와 동일한 키캡, 러버돔, 플랜저, MCU 등이 적용된 것인데 모두 토프레사가 직접 제작했단다. 리얼포스 키보드는 또 뭐냐고? 리얼포스 키보드는 40만 원 대 초고가 제품으로 '키감'을 중요시하는 마니아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토프레사 기술을 그대로 가져와 제작된 제품이 레오폴드다.

▲ 토프레 정전용량 무접점 방식의 특징은 가벼운 키 눌림에도 반응하는 탄력이다.

◇ 구름 위를 걷는 듯 손끝에서 느껴지는 반발력=그렇다면 어떤 '키감'이길래 비싸고 마니아 사이에서 인기일까. 토레스 리얼포스 키보드와 마찬가지로 레오폴드 FC660C는 정전용량무접점 방식을 택했다. 키압이 낮고 흔히 “구름 위를 걷는 듯하다”고 말하는 반발력이 특징이다.

당연히 접점방식에 비해 오동작이나 고장 확률도 낮다. 깊숙이 팬 키캡 표면은 좀 더 손가락과의 높은 밀착을 위한 것이고 각 열의 각도와 높이차도 상당히 뒀다. 전문가의 타이핑이나 데이터 입력 방식을 고려했다.

기계식 키보드가 그립다면 이 또한 레오폴드 키보드를 눈여겨봐야 할 이유다. 전극이 통해야 키가 눌리는 것을 인식하는 유접점 방식(멤브레인, 기계식 스위치)과 달리 정전용량무접점 방식은 전극이 접하지 않아도 일정한 수준만큼 키가 눌리면 전합 차이를 회로가 감지, 키 입력을 인식한다. 예컨대 가벼운 터치로도 매끄럽게 입력이 된다는 거다. 기계식 키보드 특유의 키감으로 매끄럽게 입력할 수 있다는 것. 3,000만회 이상의 입력을 견뎌낼 수 있는 내구성 또한 장점이다.

매끄러운 키 입력과 달리 외모에서는 투박함이 철철 넘친다. 아이폰에 익숙한 필자 눈에는 적어도 그렇다. 그렇다고 대충 만든 것은 아니다. 몸 값은 해야지. 손끝의 촉감은 상상외로 민감하다. 기존 기계식 키보드 대부분이 사용하던 ABS 키캡보다 내열성과 내마모성에서 우수한 고가의 PBT 키캡을 섰다. 비싼 만큼 손끝과 키가 만나는 감촉은 여타 키보드보다 뛰어나고 각 키는 레이저 각인을 입혔다. 선명하고 또렷하다.

다만 레이저 각인 특성상 타이핑을 하면 할수록 인쇄 부분이 흐릿해진다. 각인 색상이 밝을수록 더 그러한데 이는 레이저 각인의 특성이므로 불량이 아니다. 해당 키캡만 따로 교체할 수 있다. 같은 색 혹은 다른 색의 키캡으로…. 블루 컬러의 방향키를 생각해보라. 레오폴드 키보드 사용자만이 누릴 수 있는 마니아틱함이다.

▲ 레이저 각인 처리는 오래 사용하면 인쇄 부분이 흐릿해진다. 컬러 키캡으로 바꿔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 사용자 정의 모드, 팁 스위치 지원=레오폴드 FC660C는 66키의 미니 키보드지만 윈도우 표준 레이아웃을 따르기에 처음 사용에도 불편함이 없다. 일반적인 크기의 키보드 그리고 텐키레스 키보드 사용자가 쉬이 적응할 수 있도록 키배열에 제법 고심했다. 평션키를 활용하면 일반 101 키보드의 모든 키를 활용할 수 있다는 거다. 마니아를 위한 기능도 빠트리지 않는다.

▲ 자주 사용하는 키끼리 이웃하도록 설정하면 보다 효율적인 작업이 가능하다.

제품 뒷면 4개의 딥스위치로 키 입력 값을 변경할 수 있는 것. 자주 사용하는 키를 서로 이웃하게 한다거나 키 배열을 변경함으로써 효율적인 작업이 가능하다. 동시 입력 가능한 키 수와 속도 또한 중요한데 레오폴드 FC660C는 USB 인터페이스의 최댓값인 '6+1Key'(특수키와 사용 시 최대 7개) 동시 입력을 지원한다.

이는 66개 전체키에서 45그램 균등 키압을 적용해서 가능한 거다. 일반적인 차등 키압보다는 조금 높지만, 보통 55그램 정도인 균등 키압보다는 낮은 수치. 정확하고 빠른 타이핑을 위해 낮으면서도 일정한 키압을 채택했다. 게임 마니아들이 눈여겨볼 부분일 게다. 일 할 때 기합도 좀 넣고, 땀도 흘려야 보람을 느끼는 쪽이라면 재미없겠지만 말이다.

레오폴드 FC660C. 정말 오랜 만의 키보드 체험이다. 마우스와 달리 여전히 소모품으로 인식되기에 19만5,000원의 몸값은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그렇다. 마니아를 위한 제품이다. 그러니 억지로 좋음을 말할 필요가 없다. 끌리면 그리고 필요하다면 눈여겨봐도 좋겠다.

이상우 기자  oowoo73@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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