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9 모니터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16:9 모니터에 밀려 좀처럼 기지개를 펼치지 못하고 있다. 동일한 인치의 16:9 모니터보다 비싼 가격도 한 몫 한다. 그런데 며칠 사용해보면 16:9 모니터로는 힘든 다양한 장점들과 조우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21:9 모니터 속에 HDTV가 들어갔다. LG전자 29MA73을 모델 삼아 21:9 모니터 장단점을 하나씩 살펴본다.

◇ TV 닮은 친숙한 UI=LG전자 29MA73은 모니터에 HDTV 기능을 결합해 21:9 모니터 대중화를 선도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PC에서 HDTV를 보기 위해서는 HDTV수신 카드를 장착해야 했으나 이 제품을 이용하면 그럴 필요가 없다. 특히, 필자에게는 남다르다. 윈도우PC와 달리 맥 컴퓨터를 지원하는 HDTV카드가 국내엔 없다. 국내 호환 외산 제품을 구입, 활용할 수 있지만 제법 비싼 가격이 걸림돌이다. 맥북에어의 작은 화면에서 벗어나 21:9 비율의 2560X1080의 광활한 해상도는 여러모로 쓸모가 많다.

LG전자 29MA73이 HDTV 기능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까. 제품 뒷면은 LCD TV를 무척이나 닮았다. TV 안테나 단자가 있어서 유선이나 케이블 방송, 공중파 방송을 수신하며 TV외에 컴포넌트 단자를 통해 조금은 오래된 캠코더나 비디오 플레이어와 연결할 수 있다. HDMI는 기본이다. 2개의 HDMI 단자는 PC는 물론 게임기를 연결하면 고화질로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LG전자 29MA73은 뒤쪽에 있는 연결 포트의 구조가 앞으로 연결하도록 설계되었다. 위에서 아래에서 위로 연결하는 제품들이 있는데 지저분해보이는 케이블을 깨끗하게 정리할 수 있지만 단자를 끼우기는 불편하다. 특히, DVI나 TV수신용 동축 케이블의 경우 잠금 나사를 돌리기 어렵게 되어 있다. 이 제품은 앞으로 향하게 함으로써 이 같은 불편함을 없앴고 지저분한 연결선은 정리용 케이블 타이를 이용하면 된다.

◇ PIP 기능으로 TV와 모니터를 동시에=전면 버튼은 센서 방식으로 손끝에 흐르는 미세한 전류로 동작된다. 그러므로 장갑을 끼거나 펜 끝으로 눌러선 반응하지 않는다. 정 귀찮다면 거실에 하나쯤 놓여있는 친숙한 리모컨을 잡자. 이 제품은 가전제품 콘셉트를 이어받아 리모컨이 제공된다. 메탈 느낌의 그립감이 좋은 리모컨을 이용하면 PIP 화면 위치 이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전면 패널로 조작하는 것보다 빠르게 설정할 수 있다. 버튼 반응 속도는 적당하다. 제품을 켜고 끄고 채널을 변경하고 소리를 조절하고 PC와 TV 기능 사이를 오갈 때 리모컨은 만능이다.

모니터의 BIOS쯤 되는 OSD도 리모컨 도움을 빌리면 손끝에서 모든 것이 해결된다. OSD로 표시되는 화면 조정 메뉴는 윈도우 아이콘을 닮은 듯 뛰어난 가독성을 자랑한다. 뜻을 몰라 한참 헤매는 여느 모니터와 달리 각 기능을 의미하는 아이콘과 단어 덕분에 거실 TV 다루듯 설정할 수 있다. 편하다. LG TV의 DNA를 가져와서일게다. 그리고 TV와 스피커 기능이 결합되어서 인지 일반 모니터에는 없는 다양한 설정이 내장된다. 모니터의 화질 조정은 물론 내장 스피커의 음질, 자동 전원 꺼짐, 메뉴 언어 선택, 음성 다중 선택 등 다양한 기능이 제공된다.

기능이 많아서 연결이 복잡할 것 같다고? 전원과 TV 수신용 케이블 그리고 PC와 HDMI 케이블을 연결하면 TV든 컴퓨터든 선택, 쓰면 된다.

동시에 볼 수는 없을까? 물론 가능하다. 이 제품은 PIP(Picture in Picture) 기능이 있어 모니터로 작업을 하면서 화면 한 구석에서 TV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오버레이 방식이 아니어서 마우스로 TV창을 움직이거나 크기를 자유롭게 조절하지는 못한다. 대신 리모컨으로 PIP 화면의 크기(3단계로 조절한다)와 화면을 절반씩 나눠 한쪽은 PC 화면, 다른 한쪽은 TV화면으로 조절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하면 문서 작업을 하면서 야구 중계를 보거나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뉴스를 들을 수 있다.

▲ PIP는 화면 절반을 나누거나 화면 모서리 어느 쪽에나 배치할 수 있다. 화면 크기는 3단계로 조절 가능하다. 리모컨으로 간단하게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 애플 맥 그리고 듀얼 모니터가 필요하다면=맥 컴퓨터 사용자라면 디스플레이 포트(DP) 지원이 반가울 것이다. LG전자 29MA73는 DP용 케이블만 따로 구입하면 변환 커넥터 도움 없이 맥과 모니터 사이를 연결해준다. 최근 공개된 OS X 10.9 매버럭스는 멀티 모니터 지원 능력이 좋아 21:9 모니터의 고해상도 활용성을 높인다.

▲ 이 제품은 맥과 연결을 위해 DP 단자가 지원된다. 케이블은 따로 구입해야 하지만 기본 지원한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PC 모니터로서 화질도 수준급이다. 21:9 비율의 27인치 모니터는 17인치 모니터 두 대를 나란히 놓은 것과 비슷하다. 예컨대 17~19인치 모니터 두 대를 묶는 듀얼 모니터 사용자는 21:9 모니터에 유독 끌림이 많을 테다. 화면이 서로 겹치는 베젤이 사라지니 작업 효율성 향상은 물론 서로 다른 컬러 때문에 애먹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2560×1080 해상도는 웹 브라우저와 오피스 소프트웨어를 나란히 띄워놓고 작업해도 불편하지 않다.

▲ 21:9 모니터에서 영화를 재생한 장면. 오른쪽 맥북에어 화면이 작게만 느껴진다.

▲ 21:9 모니터는 다중 작업에도 안성맞춤이다. 인터넷 브라우저 두 개를 실행해도 넉넉한 넓이다.

극장용 영화 감상에는 21:9 모니터를 따라올 자가 없다. 아마도 이 제품을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두 번째 포인트가 아닌가 싶다. 요즘 팔리는 모니터 대부분이 16:9 비율에 해상도는 1920X1080이다. 일반 용도 부족함 없지만 영화 볼 때는 화면 위아래가 검은 색으로 처리되니 아쉽다. 전체 화면으로 표시해도 되지만 비율이 늘어나니 영화 보는 재미가 반감된다.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2.35:1 비율의 시네마스코프 규격으로 제작되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시네마스코프 비율로 제작된 영화 '스타트랙 다크니스'를 재생하니 그 느낌이 훌륭하게 전달된다. 16:9 모니터에서 흔히 나타나는 화면 상하 검은 공백은 사라지고 그 자리까지 채워지는 영상 덕분에 몰입감은 배가된다. 21:9 화면비의 LG전자 29MA73 매력이 꽃피는 시간이다.

▲ 극장용 영화를 재생했을 때 21:9 화면비의 모니터는 매력을 꽃 피운다. 영화 보는 맛이 난다고 할까. 아래는 USB 단자에 연결된 메모리에서 바로 재생한 예다. 자막이나 소리의 끊김 없이 제대로 재생됐다.

LG전자 29MA73은 몇 가지 (TV 시청 시 화면비율에서 오는 어색함 등 ) 사소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21:9 화면비 모니터의 쓰임새를 평가할 수 있는 예고편으로서 의의를 평가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16:9 화면에 익숙한 탓에 어색함을 지울 수 없지만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게임이 많지 않지만 시간이 자나면 자연히 해결될 부분이다. 무엇보다 TV와 PC 사이를 오가는 자유로움, 이 둘을 동시에 쓸 수 있는 PIP 기능은 제품 가치를 높인다. 듀얼 모니터 및 16:9 모니터를 대체하는 표준 모니터로 자리를 굳힐 수 있을 것이다.

이상우 기자  oowoo73@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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