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영 불확실성의 확산으로 대기업의 직원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회공헌 차원의 기부금 액수도 대폭 감소됐다. ‘최순실 게이트’의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가 3일 코스피 시장의 12월 결산법인 533사의 연결재무제표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작년 매출은 1년 전과 비교해 제자리였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5%, 18.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정도면 선방한 셈이다. 하지만 지난 1년 사이 경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주요 기업들의 고용이 크게 줄었고,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대기업의 기부 또한 현격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30대 그룹 계열사 중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253개사의 고용 규모를 조사한 결과, 작년 말 고용 인원은 93만124명으로 2015년 말에 비해 1만9903명(2.1%) 줄었다.

그룹별로는 삼성의 고용인력 감소가 1만3006명(6.6%)으로 최다였다. 이어 현대중공업그룹이 4912명(13.0%)을 줄였고 두산(1991명, 10.6%), 대우조선해양(1938명, 14.7%), 포스코(1456명, 4.8%), KT(1291명, 2.6%)도 감축 규모가 1000명이 넘었다. 고용을 늘린 그룹은 신세계(1199명), CJ(599명) 등 유통분야와 효성(942명), LG(854명) 등 12곳에 그쳤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30대 그룹이 연간 고용을 2% 줄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실적이 나쁘지 않은데도 기업들이 고용을 감축하는 것은 선제 긴축경영으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10대 그룹 상장사의 지난해 기부금도 전년 대비 500억 원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닷컴은 4일 국내 10대그룹 상장사가 제출한 감사보고서를 토대로 기부금 규모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9748억 원으로 전년 1조256억 원보다 5.0%(508억 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K스포츠·미르 재단에 낸 기부금이 검찰에서 뇌물 판정을 받자 대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위축되리라던 예상이 현실로 드러났다. ‘뇌물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 법) 시행도 기부 위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그룹별 기부금은 삼성그룹이 4703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전년에 비해 11.7% 감소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1053억 원으로 전년보다 6.2% 줄었다. 롯데그룹과 포스코그룹의 연간 기부금은 각각 507억 원과 371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6.9%, 30.8% 감소했다. GS그룹의 지난해 기부금은 전년에 비해 8.2% 감소한 71억 원으로 10대 그룹 가운데 액수 면에서 가장 적었다.

반면 SK, LG, 한화, 현대중공업 등 4개 그룹의 기부금은 늘었다. SK그룹의 기부금은 1년 전보다 19.7%나 늘어난 1727억 원이었다. 10대 그룹에서 두 번째로 많은 액수다. LG그룹의 기부금은 777억 원으로 1년 새 50.6%나 늘어났다. 한화그룹의 기부금도 236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57.0% 급증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기부금을 25.6% 늘려 151억 원을 냈다.

이한수 기자  hslee@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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