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화학업체들 간의 인수합병(M&A)이 유럽연합(EU) 심사를 통과함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이 다우케미칼에서 인수한 사업의 걸림돌이 제거돼 당초 계획대로 순항하게 됐다.

EU 집행위원회는 28일(현지시간) 미국 1위 화학기업인 다우케미컬과 역시 미국 화학업체인 듀퐁이 합쳐 세계 2위(1위는 독일의 바스프) 화학업체로 변신하는 1300억 달러(약 153조6000억 원) 규모의 M&A를 승인했다. 이 거대 M&A는 두 회사가 가진 6개 사업부문을 서로 뒤섞어 별도회사 3곳으로 재편하는 것이 핵심이다.

듀폰과 합병키로 한 다우케미칼은 반독점 규제를 피하기 위한 사업 구조 개편 과정에서 에틸렌 아크릴산(EAA) 사업 부문의 매각을 결정했고, 이를 SK이노베이션이 인수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화학사업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을 통해 다우케미칼의 EAA 사업을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거래금액은 3억7000만 달러(약 4265억 원) 규모다.

EEA는 고부가 화학제품인 기능성 접착수지로 알루미늄 포일이나 폴리에틸렌 등 포장재용 접착제에 주로 쓰인다. 이 제품은 다우케미칼의 ‘프리마코(PRIMACORTM)’ 브랜드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맺은 계약을 통해 미국 텍사스 프리포트와 스페인 타라고나의 다우케미칼 글로벌 생산시설 2곳에 더해 제조 기술, 지적 재산, 상표권 등을 확보했다.

EAA 시장은 기술 진입장벽이 높아 소수의 글로벌 메이저 화학기업들만 진출해 있으며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이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향후에는 중국 등 신흥시장의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인수로 기존 제품과의 시너지를 통해 고부가가치 포장재 사업에서 제품군 확대를 기할 수 있게 된다. 또 다우케미칼의 선진 핵심 기반기술을 바탕으로 고부가 제품군 다양화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지난해 말 열린 SK이노베이션 경영진 회의에서 “2017년에 화학과 석유개발, 배터리사업 등에 최대 3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우케미칼 EAA 사업 인수도 김 사장의 공격적 사업 확대 전략의 일환이다.

김 사장은 앞으로 M&A를 꾸준히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SK이노베이션은 2018년까지 기업가치 30조 원의 회사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는데 이를 달성하려면 공격적 M&A가 필수적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부터 중국 화학회사 상하이세코의 지분 인수도 추진해 오고 있다. 상하이세코는 연산 120만 톤 규모 에틸렌을 생산하는 납사분해시설(NCC)을 보유한 업체로, SK종합화학은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매물로 내놓은 이 회사 지분 50%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다.

이한수 기자  hslee@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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