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생산설비를 확장하고 일부 제조를 멕시코에서 가져오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월스트리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삼성전자 관계자를 인용해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가전제품 공장을 새로 짓는 것을 놓고 초기 대화를 하고 있으며, 제조 가동에 대한 검토를 “지난해 초가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미국 소비자를 위한 제품을 해외에서 만드는 기업들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판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이 같은 움직임이 나왔다고 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와 국외를 가리지 않고 세계적인 대기업들을 몰아쳐 일부 기업들로부터 미국에 더 많이 투자하겠다는 약속을 얻어낸 실적이 있다.

삼성전자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일부 제조를 옮긴다는 WSJ 보도는 국경조정세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앞장서는 가운데 미국 공화당은 수출을 촉진하면서 세수를 늘리는 방안으로 ‘국경조정세’(border adjustment tax), 쉽게 말해 ‘수입세’를 검토하고 있다.

국경조정세는 과세 대상이 되는 기업 이윤을 계산할 때 해외에서 수입한 물품은 비용 공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수출로 벌어들인 수익에는 과세하지 않기 때문에 수입에 관세를 부과하고 수출에 보조금을 주는 것과 같다.

지난달 28일 LG전자와 미국 테네시주가 세탁기 공장 투자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왼쪽부터 빌 해슬램 테네시 주지사, LG전자 H&A사업본부장 송대현 사장, LG전자 북미지역대표 겸 미국법인장 조주완 전무. <제공=LG전자>

삼성의 움직임은 LG전자의 비슷한 투자에 이은 것으로 주목된다. LG전자는 지난달 28일 테네시 주 클락스빌에 세탁기 공장을 건설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테네시 주와 체결했다. LG전자는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2019년 상반기까지 공장을 완공하고 연간 100만대의 세탁기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WSJ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삼성의 초기 자본투자가 3억 달러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신문은 앨라배마·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오하이오·사우스캐롤라이나 주(州)가 삼성과 대화하고 있다며 삼성의 이번 투자로 일자리 약 500개가 창출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이 미국에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번 보도는 트럼프 대통령이 삼성전자를 직접 거론하며 은근한 압력을 넣은 지 한 달 여 만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일 트위터 계정에서 삼성전자의 미국 공장 건설 가능성 기사를 링크하며 "고맙다 삼성! 당신과 함께하고 싶다"(Thank you, @samsung! We would love to have you!)"고 밝혔다.

트럼프의 이 발언에 이어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6일 삼성전자· LG전자 세탁기를 콕 찍어서 “두 회사가 덤핑 관세 부과 결정을 받은 이후 관세 회피를 위해 생산지를 중국에서 베트남과 태국으로 옮겨 다니고 있다"고 비판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들어 삼성전자가 미국에 짓는 생산시설은 세탁기 공장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 모두 발언에서 "삼성이 미국에 제조 공장을 짓는 중대 투자계획을 확인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선거가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언론이) 언급했다"고 이례적으로 삼성이라는 개별 기업의 가전 공장 설립 계획을 공개했다.

이한수 기자  hslee@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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