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인 그룹 PSA(구 푸조-시트로엥)가 6일(현지시간) 미국 제너럴 모터스(GM)의 유럽 자회사 독일 오펠을 인수했다.

그동안 인수를 둘러싸고 수많은 제안과 협상이 오간 가운데 이날 최종적인 협의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푸조-시트로엥 그룹(PSA)의 감사위원회는 지난 3일 미국 제너럴 모터스 (GM) 산하의 독일 오펠의 인수 제안을 승인한 바 있다.

인수 금액은 13억 유로(한화 약 1조6000억 원)이다. 이날 파리의 PSA 본사에서 타바레스 최고경영자(CEO)가 기자회견을 하면서 공식화해 구미 자동차 시장 판도가 크게 출렁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계약이 실현되면 연간 판매 대수는 430만대가 된다. 이 수치는 독일 폭스바겐(VW)에 이어 유럽 2위의 규모다.

그룹 PSA는 이날 인수 성명을 밝히면서 “오펠을 2020년까지 흑자로 전환시킬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로써 GM은 유럽에서 사실상 철수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 자동차 수출 시장 빨간 불?

이번 계약이 공식화되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 판도도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우선 당장 한국GM의 유럽 수출에 빨간 불이 켜질 공산이 크다. GM 본사가 유럽 시장을 포기하고 아시아 시장에 집중하기로 함으로써 유럽 수출에 상당한 제약이 따를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들이 다수이다.

현대-기아차 역시 유럽 시장에서 푸조의 압박이 강해지면서 불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GM 본사가 중국 시장에 집중하기로 함으로써 현대-기아차와 복잡한 경쟁구도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사드 논쟁으로 중국과 불편한 현대-기아차의 시장 장악력이 이번 계약으로 어떤 변화를 겪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유럽에서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는 도요타 해치팩. <출처=도요타 홈페이지>

일본 자동차 업계 발빠른 대응

일본 자동차 업계도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미 2016년 10월 닛산 자동차가 미쓰비시 자동차에 34%를 출자하고 닛산의 카를로스 곤 사장이 미쓰비시의 회장을 맡기까지 했다.

그 이전에는 도요타 자동차와 스즈키가 환경과 안전 자동운전 기술 개발 등에서 협력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일본 자동차 업계는 마쓰다와 후지중공업 2개사와 제휴한 도요타 중심의 연합 세력과 프랑스의 르노와 제휴한 닛산 미쓰비시 그룹, 그리고 혼다의 3가지 진영으로 크게 나누이게 됐다.

이것은 확대되고 있는 신흥국의 자동차 시장을 수중에 넣으려는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다. 기술과 시장장악에서 서로 강한 점과 약한 점을 보완하고 강화하는 전략적 제휴이다.

예를 들자면 도요타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메이커이지만, 신흥국에서 잘 팔리는 값싼 소형차 시장은 강하지 않다. 따라서 경차를 중심으로 한 소형차 전문 시장 참여를 노리는 것이고 스즈키에겐 도요타의 최대 라이벌이지만, 인도에서 큰 점유율을 가지고 있으니 서로에게 윈-윈하는 전략을 맞추어 가자는 뜻이다.

한편 혼다도 미국 제너럴 모터스(GM)와 연료 전지차의 핵심 기술의 공동 개발에 나서고 있고, 도요타도 독일의 BMW와 연료 전지차의 공동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이합집산은 자동차 시장의 대대적인 재편을 예고하는 움직임으로 전망된다.

변성환 기자  shb97@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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