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향후 사태 전개에 따라 한국도 삼성도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논평

삼성그룹 '황태자'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은 한국 정·재계 상부구조에 만연한 부패의 상징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흔히 엄정한 책임성이 있다고 볼 수 없는 지역의 초보적 민주국가에서 독립 기관들이 불편부당한 규칙을 집행하는 하나의 훌륭한 사례로 보일 수도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현지시간) 논평했다.

FT는 '삼성에서의 구속은 한국에 하나의 기회'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이들 견해 가운데 어느 쪽이 우세한지는 향후 사태 전개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출처=삼성그룹 홈페이지>

매체는 이 부회장의 구속은 최근 몇 달 간 삼성과 한국을 강타해온 충격의 최신 사례에 불과하다고 전제하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절차에 더해 한국이 △북한의 새로운 핵위협 △대중·대미 관계의 선례 없는 불확실 △수출 침체 △보호주의 위협의 부상(浮上)에 직면해 있음을 상기시켰다.

시가총액이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대략 20%에 해당하는 삼성은 지난해 갤럭시노트 7 발화사건으로 50억 달러를 손해 보았으며, 여러 소송에 휩싸였고, 지난주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이어졌다고 FT는 열거했다.

신문은 한국도 삼성도 지도자 없이 당분간 굴러갈 수 있겠지만 지도자 공백이 길어질수록 간절히 필요한 지배구조 개혁이 그만큼 더 지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FT는 삼성의 경우 이 부회장이 공격적인 기업 지배구조 개혁, 주주환원 개선, 그리고 세계를 상대로 한 기업인수 추진 의사를 이미 밝혔다면서, 이러한 사실과 이 부회장의 구금이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에 초래할 수 있을 잠재적 손실 때문에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자비를 베풀자는 유혹을 받겠지만 이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문은 만약 이 부회장이 유죄로 판명되면 반드시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도까지 처벌받아야 하며, 마찬가지로 완전히 투명하고 공정한 법률 과정을 통해 그의 결백을 확정되면 그때 그는 결코 편리한 정치적 희생양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FT는 이건희 회장이 과거 두 차례 금융범죄 확정 판결을 받았지만 두 사건 모두 선고가 유예되고 대통령에 의해 사면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그의 아들에게도 비슷한 결과가 적용된다면 그것은 한국 사회, 그리고 한국이 여전히 민주주의와 법치의 모범으로서 등대로서 두드러지는 더 광범한 아시아 지역에 최악의 신호를 던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매체는 이 부회장이 유죄든 무죄든 상관없이 올해 선거에서 대통령이 되는 사람은 막강한 재벌의 힘을 규제할 절호의 기회를 가질 것이라면서, 많은 전임 대통령들이 그랬듯이 재벌들과 잘 지낼 것이 아니라 차기 대통령은 정경유착을 철저히 조사해 줄이겠다고 공약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FT는 이어 만약 설득력 있게 그것을 할 수 있다면 한국 그리고 삼성 같은 한국 거대기업들은 현재의 혼란에서 벗어나 과거보다 더 강하고 더 영감을 주는 존재로 떠오를 것이라고 기대를 표시했다.

이한수 기자  hslee@techholic.co.kr

<저작권자 © 테크홀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