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산업에서 가정용 분야를 대상으로 가장 큰 수입원이라고 하면 블루레이 디스크나 DVD 같은 패키지 판매와 스트리밍을 들 수 있다. 그런데 홍콩대학과 홍콩성시대학 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가 작품 서비스를 시작하면 DVD 매출에 24.7% 가량 영향을 준다고 한다.

DEG(The Digital Entertainment Group)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미국 영화 산업 규모는 영화 자체 흥행 수입은 106억 달러, 패키지 판매와 대여, 다운로드, 스트리밍을 비롯한 가정용 엔터테인먼트 시장 규모는 180억 달러다. 이 중 물리적인 패키지 판매는 61억 달러, 스트리밍은 51억 달러를 차지한다.

하지만 스트리밍은 최근 3년 동안 25∼33%에 이르는 성장을 보인 반면 영상 패키지 판매는 같은 기간 10% 이상 수치가 떨어진 상태다. 영상 패키지 판매 위축이 스트리밍 성장 탓 아니냐는 의견이 있지만 실제로 사실 여부에 대한 연구는 지금까지 없었다.

이번 연구 대상은 파라마운트픽처스와 라이언게이트, MGM 등 3개 영상 제작사 콘텐츠 배급을 담당하는 에픽스(EPIX) 작품이다. 에픽스는 지난 2010년부터 넷플릭스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지만 2015년 9월말 계약이 만료됐고 이후 훌루(Hulu)와 장기 계약을 맺었다. 따라서 2015년 9월말 에픽스가 취급하던 작품은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없고 대신 훌루로 시청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계약 전환 시점에서 넷플릭스 사용자 수는 4,320만 명이었던 반면 훌루 사용자 수는 1,030만 명. 넷플릭스가 4배다. 다시 말해 스트리밍 서비스 규모를 축소한 셈이다. 해당 작품을 스트리밍으로 볼 수 있는 소비자의 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영상 패키지를 구입할 사람이 더 생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연구팀은 작품을 2015년 9월 말까지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었지만 다음날부터 훌루에서 볼 수 있게 된 A그룹, 2015년 10월 1일 전후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고 훌루에선 볼 수 없게 된 B그룹으로 나눠 영상 패키지 매출 차이를 조사했다. 만일 스트리밍 사이트 전환을 하지 않으면 영상 패키지 매출은 변하지 않게 되는 만큼 2015년 10월 1일 이후 발생하는 차이를 스트리밍이 주는 편의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본 것이다.





조사 결과 스트리밍이 주는 편의성, 그러니까 콘텐츠가 사라져 편의성이 떨어지게 되면 영상 패키지 매출은 올라간다는 결론이 나왔다. 구체적으로 보면 A그룹의 경우 스트리밍 업체 전환이 일어나자 3개월 동안 영상 패키지 매출이 24.7% 증가했다.

특히 작품 출시 시기가 최근일수록 또 극장 흥행이 높을수록 영상 패키지 매출은 더 높았다. 이런 이유로 연구팀은 최신작이나 극장에서 평판이 좋았던 작품은 영상 패키지 수요가 높은 만큼 동족상잔(?)의 비극을 피하려면 스트리밍 서비스 시기를 먼저 하는 게 좋다고 조언하고 있다.





다만 이번 조사에선 대상 자체가 새로운 작품 뿐 아니라 기존 작품까지 포함되어 있는 만큼 연구팀은 향후에는 처음 스트리밍을 하는 작품에서 어떤 차이가 발생할지 조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 이번 조사에선 해적판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공식 스트리밍이 이뤄지면 해적판 숫자는 감소한다. 해적판을 주로 유통하는 경로로 쓰이는 비트토렌트가 인터넷에서 차지하는 트래픽 비중은 2008년 31%였지만 2015년에는 4.35%로 줄었다. 반면 2015년 인터넷 트래픽 중 넷플릭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34.7%라고 한다. 콘텐츠 제공자 입장에선 스트리밍과 영상 패키지 판매 시기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lswcap@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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