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기초 연구에 대해 연구기관이나 국가가 예산을 쓰기 어려운 상황은 비슷하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기초 연구에 돈을 쓰자는 논의가 일어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대 물리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아인슈타인의 과학 업적을 의심하는 분위기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아직 상대성 이론이 연구 단계인 시점에서 이에 대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1913년 스위스에서 연구 생활을 하던 아인슈타인에게 나중에 노벨상을 수상하는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와 네른스트가 방문, 모국인 독일 베를린에 돌아오라고 설득한다. 당시 아인슈타인이 연구하던 주제는 일반 상대성 이론이었다. 막스 플랑크가 어떤 걸 연구 중이냐고 묻자 아인슈타인은 이 이론이 구축된다면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얘기를 듣던 막스 플랑크는 아인슈타인의 얘기에 끼어들어 이를 실현하는 건 무리일 것이고 만일 실현할 수 있다고 해도 아무도 그걸 믿지 않을 것이라면서 반대했다고 한다.

물론 결과적으로 막스 플랑크의 판단은 실수였다. 1916년 일반 상대성 이론이 발표되고 3년이 지난 1919년 이뤄진 개기일식 관측은 아인슈타인이 예언했던 중력 렌즈 효과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게 해줬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선 막스 플랑크의 생각도 틀리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일반 상대성 이론 확립까지 아인슈타인은 8년이라는 긴 세월을 필요로 했고 수많은 실패를 경험해야 했다. 또 아인슈타인은 1921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지만 수상 이유는 일반 상대성 이론과는 다른 광전 효과의 발견이었다. 당시 물리학계에선 상대성 이론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많았다. 더구나 유대인인 아인슈타인에 대한 비판도 있어 노벨상위원회는 수상 사유를 바꿨다는 말도 있다.

상대성 이론은 다양한 물리학의 초석이라고 할 수 있다. 상대성 이론에 의해 우주의 탄생을 설명 가능해진 것이나 누구나 지금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 GPS 기능도 아인슈타인의 업적 없이는 실현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중요성이 널리 인식된 건 1940년 이후다. 이후 지금까지 20년 동안 주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존재로 간주됐다. 현대 양자역학과 함께 물리학의 양대 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상대성이론도 처음에는 불우한 시대를 경험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의의를 찾는 지지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아인슈타인은 연구에 필요한 환경을 갖출 수 있었다.

따라서 지금은 상식이 된 이론 대부분은 처음에는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잘못하면 기초 연구 분야는 곧장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거나 뭘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평가 등으로 경시되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 그 탓에 연구에 필요한 예산을 충분히 얻기 쉽지 않은 문제도 있다.

하지만 과학 업적 대부분은 순수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게 적지 않다. 어떤 목적으로 한 연구라도 중요할 수 있지만 세상에 일어나는 현상에 대한 원리를 규명하는 기초 연구는 이른바 과학의 기초 체력이 될 수 있다. 이를 소홀하게 여기면 그 위에 올라올 연구에 대한 신뢰도 자체가 손상될 수 있다.

미국에선 최근 기초 연구에 대한 예산이 삭감되는 분위기다. 이에 따른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물리학의 세계에서 일어난다. 또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체제가 탄생하게 되지만 지금까지 그의 발언이나 부통령에 취임할 마이크 펜스의 발언 등을 보면 과연 충분한 예산이 기초 연구 분야에 주어질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2017년은 이런 점에선 과학계에서도 주목할 만한 한 해가 될 수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희용 IT칼럼니스트  flyg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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