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염과 진통 효과로 잘 알려진 아스피린과 모르핀, 항암 치료에 사용되는 택솔. 이들 3가지 의약품의 공통점은? 모두 자연에서 발견한 물질을 기반으로 만든 약이라는 것이다. 아스피린은 버드나무, 모르핀은 아편에서 분리 추출해 만든 것이고 항암 치료에서 사용 빈도가 가장 높은 택솔의 경우 상록 침엽수인 주목나무에서 추출한 것이다.

자연에 존재하는 물질이 신약 개발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은 고대 그리스에서 21세기까지 변함없다. 2012년 실시한 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승인된 신약 중 절반인 50%가 자연이 오랜 진화 과정에서 낳은 물질은 직간접적으로 가져와 개발에 이르렀다고 한다. 하지만 동시에 1990년대를 기점으로 제약 회사는 신약 연구의 절대량에선 하향세에 있다. 개발 시간과 비용이 문제인 것.





자연에서 발견한 물질을 기반으로 의약품 제품화를 진행하려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이 같은 방식은 수많은 제약사 입장에선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는 것. 그런데 대형 제약사가 비용이나 시간을 이유로 철수하고 있는 이런 자연을 기반으로 한 신약 개발에 손을 댄 스타트업이 있다. 미국 샌디에이고에 본사를 둔 시레나스(Sirenas)가 그 주인공. 이 기업은 설립 4년차에 불과한 곳이다.

이 회사는 1년에 4회 가량 전 세계 각국 바다에 다이버를 파견, 해저에서 박테리아나 바다생물 등에 대한 샘플을 수집한다. 이어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실험실에서 분석, 말라리아와 결핵 등 질병 관련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 회사의 CEO인 에두아르두 에스케나지(Eduardo Esquenazi)는 신약 개발에서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고성능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제약사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 신약 개발 속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또 해저는 미지의 물질이 잠든 곳이라면서 이런 돈줄의 일부를 발굴하는 것일 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기업은 빌앤멀린다게이츠재단으로부터 상당한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 WHO에 따르면 지금도 10억 명 가까운 사람들이 말라리아와 결핵 같은 질병을 앓고 있다. 환자는 개발도상국 등 빈곤층이 대부분이지만 대형 제약사는 수익성을 이유로 자연을 기반으로 한 신약 개발에 공을 들이지 않는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종진 IT칼럼니스트  hanco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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