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7일 인도 남부에 위치한 사티시 다완 우주 센터(Satish Dhawan Space Centre)에서 PSLV(Polar Satellite Launch Vehicle) C36호기가 발사, 인도의 소형 지구 관측 위성(ResourceSat 2A)을 예정대로 고도 817km 태양 동기 궤도에 투입했다. 올해 마지막이 된 이 발사는 PSLV 로켓의 연간 발사 대수를 지난해까지만 해도 4회였지만 올해 6회로 끌어올린 것이기도 하다.

PSLV 로켓은 1993년부터 발사한 것으로 이보다 더 큰 GSLV와 함께 인도가 보유한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쟁의 틈새를 파고들어 사업을 확대, 미국 위성 산업계에선 관심 반대로 미국 우주 운송 사업계에선 반발을 불러오고 있기도 하다. 어쨌든 영국과 프랑스,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각국의 소형 위성 발사를 맡아왔다.

이번에 발사된 PSLV C36은 당초 2017년 이후 운영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를 2016년으로 앞당겼다는 건 PSLV가 우주 운송 사업 분야에서 크게 성장하고 있다는 걸 시사한다. 신뢰도가 충분하고 가격은 월등히 저렴하다.

2015년 모디 인도 총리는 PSLV 계획 중 36호기가 될 C36에서 C50까지 15대에 대한 예산을 발표했다. 예산 총액은 309억 루피(한화 5,300억원대)다. 대당 발사 비용은 330억원대인 것. 놀라운 건 이 비용에 기체 제조비용은 물론 계획과 관리 비용, 발사 비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체 제조비용은 이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이라는 얘기다. 인도 내 초기 보도에 따르면 기체 제조비용은 9억루피(156억원대)였다고 한다.





미국 연방항공청 FAA가 매년 발표하는 상업 우주 운송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PSLV의 비용은 부스터가 없으면 3,300만 달러, 부스터가 있으면 3,400만 달러라고 한다.

PSLV 로켓은 1993년 시험기 운용을 시작한 위성 발사용 고체 로켓이다. 4단 구성으로 1단과 3단은 고체, 2단은 프랑스 아리안 로켓 등에 쓰이던 바이킹 엔진을 라이선스로 받은 액체 엔진인 비카스(Vikas)를 채택했다. 4단은 소형 액체 추진계를 탑재했다. 주로 지구를 남북으로 도는 궤도에 소형 위성을 쏘아 올리는 미션을 맡는다.

PSLV 로켓은 인도의 소형 지구 관측 위성 프로젝트 등 인도 위성을 매년 꾸준히 발사하면서 실적을 쌓아왔다. 인도의 첫 번째 달 탐사선인 차드라얀1호, 화성 탐사선인 망갈리안도 무사히 궤도에 투입한 실적도 갖췄다. 물론 시험기 단계에선 2번 발사 실패도 있었지만 운용 단계에 들어선 공식적인 발사 실패가 아닌 만큼 성공 확률은 97%다.

PSLV 로켓은 전 세계 소형 위성 산업계로부터 뜨거운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 영국 소형 위성 업체인 SSTL은 지구 관측 위성 3기를 지난 2015년 PSLV에 위탁한 바 있다. 구글 산하 테라벨라(Terra Bella)의 지구 관측 위성 계획도 24대를 예정한 스카이셋(Skysat) 3대째를 올 여름 PSLV 로켓으로 쏘아 올렸다. GPS 전파를 이용한 초소형 기상 위성을 통한 기상 데이터 사업을 계획 중인 플랜티큐(PlanetiQ) 역시 2017년 위성 12기를 모두 PLSV 로켓으로 쏘아 올릴 예정이다.

위성 사업자에게 중요한 건 싸고 신뢰할 수 있는 로켓이다. 물론 PLSV 로켓에 대해 미국 우주 운송 산업계는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인도 국영 우주 운송 업체가 시장 가격에 따라 가격을 설정했다고 볼 수 없고 잠재적으로 경쟁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쉽게 말해 가격을 조작하고 있기 때문에 공정한 경쟁도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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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지적 자체는 PLSV 로켓 발사 비용에 인도 정부의 의향이 반영되어 있다는 점에선 일리가 있다고 할 수도 있다. PLSV 제조와 발사는 일관되게 인도의 국책으로 기체 업그레이드 계획이나 민간 기술 이전도 정부가 관리해 진행하고 있기 때문.

미국 정부의 위성 발사 로켓은 보잉과 록히드마틴 합작 법인인 ULA, 유럽의 경우 사프란과 에어버스 합작 기업이 생산한다. 인도의 경우 PSLV 생산에는 크고 작은 150여 개 인도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물론 지금도 생산 중 가장 큰 부분을 맡는 건 인도우주국 ISRO다. 인도 국산 로켓 개발을 주도한 ISRO는 기체와 추진체 개발 센터를 보유한 로켓 제조 모체라고 할 수 있다. 직원 수도 1만 5,000명에 달한다.

ISRO는 로켓 생산 기지 2곳에서 로켓을 제조한다. 다른 인도 내 기업이 만든 부품은 이곳으로 옮겨져 통합, 생산 완성 과정을 거친다. ISRO는 현재 로켓 제조를 통해 얻은 지식을 민간에 이전, 우주 수송 산업을 인도의 주력 산업으로 하려는 노력을 진행 중이다.

인도는 기계식 자이로는 물론 지난 2012년 유도 항법 장치(mRESINS)를 탑재하는 등 로켓 내 부품을 국산화, 비용 절감을 꾸준히 도모하고 있다. 추가 국산화를 통해 비용 절감이 더 이뤄질 수도 있는 것이다. ISRO는 국산화와 민간 기술 이전 등에 대한 우주 정책 5개년 계획을 세우고 인도 내 민간 기업에 우주 부품 제조를 위해 130개 이상 부품과 소재에 대한 관련 지식을 공개하고 관련 기업을 모집하고 있다.

인도 국내 산업과의 연계가 더 가속화되는 동시에 PSLV 출시 대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14년까지만 해도 연간 발사 수는 2∼3대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5년 연간 4회를 달성했고 올해는 6대를 성공시킨 것이다. 물론 목표는 한 자리가 아니다. 모디 총리는 올해 4월 PSLV 계획은 2018년 이후에는 연간 12∼18대 발사를 목표로 한다고 발표했다. 매월 1회 이상 발사하겠다는 것이다.

인도는 모든 걸 자체 제작해 개발 비용 절감과 발사 속도를 늘리려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마치 미국 민간우주기업인 스페이스X와도 비슷한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아직은 ISRO의 예산으로 충당하고 있는 인건비를 비롯한 PSLV 제조나 운용 비용이 민간으로 이전되게 된다면 시장 가격에 따라 경비가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발사 대수를 배 이상으로 올리려고 한다고 할 수 있다. 인도가 저비용과 높은 신뢰를 실현한 로켓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인도의 로켓은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석원 기자  lswcap@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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