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코리아가 디지털 오디오 플래그십 라인업인 시그니처 시리즈를 국내 시장에 공개했다. 이번에 선보인 모델은 모두 3종. 스테레오 헤드폰인 MDR-Z1R, 워크맨 MW-WM1Z, 헤드폰 앰프인 TA-ZH1ES가 그것. 소니코리아 모리모토 오사무 대표는 시그니처 시리즈(Signature Series)를 두고 “궁극의 사운드 재현을 목표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도한 음향을 그대로 재현해 원음 감동을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 “음악은 소니의 중요한 핵심 역량”=나게노 코지 소니 음향 총괄 수석 매니저는 소니가 음악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지난 1979년 선보인 워크맨 TPS-L2를 들어 오랫동안 헤드폰과 휴대용 플레이어로 누구나 음악을 감상할 수 있게 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소개했다.

이를 위해 드라이버 유닛의 경우 소형화와 대형화라는 2가지 상반된 방향으로 발전을 꾀했다. 1979년 당시 드라이버 유닛 크기가 23mm였던 데 비해 1990년 13.5mm, 1999년에는 9mm로 줄였고 2011년 BA(밸런스드 아마추어) 유닛을 선보인 바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1985년 40mm, 2014년 70mm 등 대형화를 통한 음질 향상을 꾀한 것.





저장매체 역시 1960년대 등장한 카세트테이프 외에도 1982년 콤팩트디스크, 1992년 미니 디스크, 1999년 플래시 메모리 등을 내놨다.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소니는 앰프의 경우에도 1965년 첫 실리콘 트랜지터 스테레오 앰프인 TA-1120을 시작으로 1977년 디지털 앰프인 TA-N88, 2005년 S-마스터 HX를 기반으로 한 TA-DR1a 등을 선보여 왔다. 그 뿐 아니라 소니는 2013년에는 하이레졸루션(Hi-Res Audio) 오디오를 발표하면서 고음원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해왔다.

나게노 코지 매니저는 이런 이유로 고객이 헤드폰을 통해 최고의 소리를 듣기 원한다는 점을 들면서 이를 위해선 결국 “공간감 표현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밝혔다. 초저역에서 초고역까지 음역대는 물론 가상 센 포르티시모나 가장 약한 피아니시모에서도 왜곡이나 음이 망가지는 일이 없어야 하는 건 물론이다.

또 다른 포인트는 아날로그다. 나게노 코지 매니저는 디지털 뿐 아니라 아날로그 품질도 모두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개발 포인트를 바탕으로 만든 제품이 바로 시그니처 시리즈라는 설명이다.





◇ 세세한 공명음까지 잡은 70mm 대구경 헤드폰=그렇다면 시그니처 시리즈의 특징은 뭘까. 김재민 소니코리아 제품 프로덕트 매니저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로 시그니처 시리즈가 전례 없이 헤드폰과 앰프, 플레이어 3가지를 동시 개발한 것이라면서 “마치 궁극의 음악 감상을 위한 3위일체 같은 존재(이 날 소니는 궁극이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시그니처 시리즈 3종은 모두 Φ4.4mm 밸런스드 연결을 지원한다. 밸런스드 연결은 일본 JEITA의 표준 규격이다. 상반된 신호 2개를 이용해서 잡신호를 극적으로 줄일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고음질과 휴대성을 감안한 것. 헤드폰은 플레이어에 연결하면 -극은 서로 접지가 같다. 이런 문제로 크로스토크, 그러니까 좌우 스테레오 사운드가 섞이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밸런스드 연결은 이런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다. 스마트폰이나 일반 음악 플레이어가 편의성을 강조한 블루투스 무선 방식으로 빠르게 선회하는 데 비해 밸런스드 연결은 고음질 플레이어를 위한 독자적 생존 모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참고로 밸런스드 연결을 하려면 지원 케이블이 필요하다. 소니는 케이블 제조사인 킴버케이블과 손잡고 Φ4.4mm 밸런스드 연결을 지원하는 MUC-B20SB1 같은 케이블도 함께 선보였다.





헤드폰인 MDR-Z1R의 특징은 크게 70mm 대구경 드라이버 유닛, 공명 억제 하우징, 착용감 3가지로 볼 수 있다. 드라이버 유닛이 클 뿐 아니라 여기에는 새로운 진동판을 더했다. 진동판은 보이스 코일 진동을 효율적으로 전달해줄 수 있는 30㎛짜리 마그네슘 돔과 이를 둘러싼 알루미늄 코팅 액정 폴리머 진동판 엣지로 이뤄져 있다. 소니는 마그네슘 돔 쪽에만 15년 넘게 개발 투자를 했다고 한다. 이유는 이렇다. 진동판은 내외부가 다른 방향으로 진동을 해야 한다. MDR-Z1R의 진동판은 보이스코일이 전달해주는 힘을 그대로 받아볼 수 있도록 강성은 높지만 경량이면서 초박형 구조를 취했다는 설명이다. 이런 구조 덕에 120kHz 고음역 재생이 가능해졌다는 것.

유닛을 둘러싼 패턴 그릴도 달라졌다. 기존 패턴 그릴은 직선 형태로 생겼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고음역이나 미세 음역대에서 왜곡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비해 MDR-Z1R은 피보나치 패턴 그러니까 곡선형으로 생긴 패턴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그릴이 없는 상태와 거의 비슷한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공명 하우징. 김 매니저는 “조개를 귀에 대면 내부에서 소리가 반사되면서 공명음이 발생하는데 밀폐형 헤드폰 하우징에서도 같은 공명음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음원과 전혀 관계없는 잡음이 미세하게 간섭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제품에 들어간 공명 억제 하우징은 하우징 프레임에 어쿠어스틱 필터와 하우징 프로텍러 3중 구조를 취한다. 어쿠어스틱 필터는 침엽수를 제지술 가공 처리해 만든 것으로 소리 압력을 자연스럽게 환기시키면서 받아들여 공명을 없앨 수 있는 구조다. 잘 보면 완전한 반원형이 아니라 타원형에 가깝다. 이런 비대칭 형태 역시 공기 압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어쿠어스틱 필터 위에는 하우징 프로텍터를 덮는다. 하우징 프로텍터 역시 스테인리스 재질로 만든 와이어를 3D 곡면으로 뜨개질을 한 것이라고 한다. 소니 측 설명에 따르면 기존보다 경도가 7배 높다고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9jkCswUtUb8

마지막 특징은 착용감. 천연 양가죽과 우레탄폼 등을 이용한 이어패드, 천연 소가죽과 안경 같은 것에 이용하는 재질인 β티타늄 프레임, 알루미늄 재질 프레임 등을 더했다. 또 MDR-Z1R은 수공예 제품이기도 하다. 이런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려는 듯 제품마다 안쪽에 일련번호를 부여하는 한편 본체와 케이블 등을 보관할 수 있는 전용 하드 케이스를 함께 제공한다.





◇ OS까지 싹 바꾼 고음원 워크맨=NW-WM1Z는 고음원을 지원하는 플레이어. 김 매니저는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 자료를 인용, 2013년 점유율 20%를 넘은 이후 2015년 7월 52%를 기록하는 등 포터블 플레이어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고음원 플레이어만 따로 비교한 자료는 없지만 아이리버나 코원 등이 경쟁자다. 김 매니저는 “국내 시장 뿐 아니라 일본에선 300달러 이상 고음원 시장에서 소니의 점유율이 99%에 이를 만큼 압도적”이라고 덧붙였다.

NW-WM1Z의 특징은 S-마스터 HX를 위해 적용한 CXD3778GF 칩을 내장, PCM 384kHz, 32비트와 DSD 11.2MHz는 물론 기존 모델보다 밸런스드 연결 기준으로 16배 이상 높아진 출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앞서 설명했듯 Φ4.4mm 밸런스드 연결도 지원한다. NW-WM1Z 본체 위쪽을 보면 일반 3.5mm 스테레오 미니 단자 외에 이를 위한 전용 연결 단자를 볼 수 있다. 내부에는 딕스가 개발한 헤드폰 잭인 펜타콘(pentaconn)을 이용했다.









다음은 금도금 처리한 무산소동 절삭 케이스다. 무산소동이란 산소가 거의 들어가지 않은 구리를 말한다. NW-WM1Z는 순도 99.96% 무산소동 절삭 케이스에 금도금(99.7%) 처리를 통해 고음질과 낮은 저항, 부식 방지 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다. 무산소동 구리 블록 자체는 절삭 전에는 1.8kg지만 절삭과 도금 처리 과정을 거치면 455g이 된다. 물론 실제로 제품을 들어보면 상당히 묵직하다.

이 제품은 내부에 새로 개발한 고분자 콘덴서, LC필터용 대형 코일 또 반도체 기기에서 발생하는 잡음을 없애주는 뮤트 회로 대형 기계식 릴레이, 신호대비잡음을 최소화하고 배터리에서 앰프까지 전원을 공급할 수 있는 대용량 전기 이중측 캐패시터 등을 더했다. 본체 자체도 부품 구성을 상단은 오디오, 하단은 전원 등으로 나눠서 배치, 상호 간섭을 최소화했다는 설명이다.







보이지 않는 변화도 있다. 기존 제품은 안드로이드를 썼지만 NW-WM1Z는 운영체제도 아예 전용으로 새로 개발했다. 소프트웨어도 120단계 볼륨 조절이나 10밴드 이퀄라이저, 고중저음 톤 컨트롤 같은 기능을 곁들였다. 여기에 일반 음원을 192kHz, 32비트까지 지원하는 DSEE HX 업스케일링, 아날로그 앰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저음역 잔향을 보정해주는 DC위상차 선형기도 지원한다. 본체에는 4인치 터치패널, 내장 저장공간 256GB 외에 64GB 이상 SDXC카드 추가도 가능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NJOolmwYK_4

◇ 진동·오차 허용 없는 거치형 헤드폰 앰프=마지막으로 TA-ZH1ES는 거치형 헤드폰 앰프. 이 제품은 D.A.하이브리드 앰프, FBW 섀시, 연결성을 특징으로 삼는다. D.A.하이브리드 앰프는 고출력을 하게 되면 모스펫(MOS FET) 소자에서 작은 오차가 발생할 수 있는데 오차 신호를 따로 추출해 걸러내 이상적인 신호만 전달해주는 역할을 한다. 또 S-마스터 HX를 지원, PCM은 768kHz 32비트, DSD 22.4MHz를 이용할 수 있고 출력도 밸런스드 연결 기준 좌우 각각 1,200mW에 이른다.







이 제품은 FBW 섀시도 채택했다. 기기가 진동하는 걸 억제할 수 있게 상단 플레이트와 베이스 플레이트 사이에 월(Wall)을 더했다. 월은 알루미늄 불록을 압출 가공한 것으로 진동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준다. 전기 장치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전자장과 이를 통한 노이즈를 월 추가로 해소한 것이다. 그 밖에 콘덴서와 진동 최소화를 위해 도넛 형태로 만든 R-코어 트랜스 등을 곁들였다.

이 제품은 본체 앞쪽에 Φ4.4mm 밸런스드 외에도 Φ3.5mm, Φ6.3mm 단자, XLR4 등을 갖추고 있다. 본체 뒷면에도 RCA 입출력과 USB-B 입력, 광디지털 입력, 동축 디지털 입력 등 다양한 입출력 단자를 곁들였다. 또 워크맨과 유선 연결할 수 있는 전용 입력 단자를 본체 옆면에 배치했다.





앞서 밝혔듯 소니 측은 시그니처 시리즈를 설명하면서 궁극(窮極)이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궁극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과정의 마지막이나 끝”이다. 과연 이 제품이 궁극의 휴대용 음악 기기가 될까. 소비자의 선택만 남았다. 가격은 MDR-Z1R 249만 9,000원, NW-WM1Z 349만 9,000원, TA-ZH1ES 미정이다. 출시는 11월부터다.

https://www.youtube.com/watch?v=_PrU4uEw2GM

이석원 기자  lswcap@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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