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박스원은 전 세계에 2,900만 대, 플레이스테이션4는 5,200만 대에 이른다. 이에 비해 게이밍 데스크톱은 2,000만 대. 하지만 성장률을 보면 엑스박스원은 -4%, 플레이스테이션4는 +4%다. 이에 비해 게이밍 데스크톱은 무려 +30%에 이른다.

엔비디아는 이런 게이밍 데스크톱을 모바일까지 확장하려 한다. 노트북용 GPU인 지포스 GTX10 시리즈를 발표한 것. 슬로건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데스크톱 성능을 노트북으로 즐기자”는 것이다.

엔비디아가 선보인 GTX10 시리즈는 모두 3종이다. 지포스 GTX1080과 1070, 1060이 그것. 이들 제품은 데스크톱용과 같은 풀 파스칼 아키텍처를 노트북에 옮겨온 것이다.





일단 네이밍부터 눈길을 끈다. 엔비디아는 모바일 GPU에는 지포스 GTX 970M처럼 으레 모델명 뒤에 M을 붙여왔다. 하지만 이번에 선보인 GTX10 시리즈에는 M을 붙이지 않았다. 데스크톱과 같은 체계를 부여한 것이다. 의미는 명확하다. 이젠 데스크톱과 모바일을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GTX10 시리즈는 이렇게 데스크톱용과 같은 아키텍처를 그대로 옮겨온 만큼 노트북에서도 뛰어난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엔비디아의 설명을 빌리면 GTX10이 들어간 노트북은 기존 맥스웰 아키텍처 기반 제품보다 무려 75% 이상 성능 향상을 만끽할 수 있다. 심지어 기존 모바일 GPU 모델 중에서 가장 빠르던 지포스 GTX980M을 SLI로 묶어도 GTX1080이 더 빠르다.





사양을 보면 쿠다코어의 경우 GTX1080은 2,560개, GTX1070은 2,048개, GTX1060은 1,280개다. 코어 클록은 부스트 클록 기준으로 각각 1,733MHz, 1,645MHz, 1,670MHz다. 메모리는 GTX1080은 대역폭 10Gbps를 지원하는 GDDR5X 8GB, GTX1070과 GTX1060은 GDDR5 메모리를 각각 8, 6Gbps 지원한다. 용량은 각각 8, 6GB다.

데스크톱용과 비교하면 거의 비슷하다. 물론 일부 클록은 조금 낮고 쿠다코어 수는 오히려 더 늘어난 걸 알 수 있다. 이렇게 클록은 낮추고 코어 수를 늘린 이유는 전력 소비량은 줄이면서 성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모바일용 GTX10 시리즈가 줄 가장 큰 혜택 가운데 하나는 가상현실이다. 실제로 16일 국내에서도 GTX10 노트북을 발표한 에이수스나 MSI 모두 VR 레디를 강조하고 있다. “노트북에서도 이젠 가상현실을 즐기라”는 것이다. 이전 모델까지만 해도 GTX 980M 정도만 가상현실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GTX10 시리즈에선 모두 가상현실을 쾌적하게 즐길 수 있다.

GTX10 시리즈는 120Hz 에픽 모드(Epic Mode)도 지원한다. 엔비디아가 밝힌 바에 따르면 인기 게임인 오버워치의 경우 120Hz에서 147프레임, 둠 145프레임, 툼레이더 125프레임, 메트로 130프레임으로 즐길 수 있다. 4K 해상도로 설정해도 오버워치 89프레임, 둠 70프레임, 툼레이더 52프레임, 메트로 62프레임이다(i7-6700HQ, GTX1080 노트북 기준).







설마 이 정도 성능이 나오겠냐 싶겠지만 엔비디아가 공식 발표를 앞두고 지난 9일 태국 방콕에서 실시한 미디어 브리핑 당시 직접 확인해보니 오버워치를 4K 해상도에서 최대치로 설정해놓고 실행해도 초당 55프레임이 나올 정도다.

GTX10 시리즈는 노트북에서도 쾌적한 오버클록을 기대할 수 있다. GTX10 시리즈를 오버클록할 수 있는 여력은 기존 맥스웰 아키텍처보다 300MHz 이상 높다. GTX10 노트북의 또 다른 성능 향상 포인트가 될 수 있는 것. 엔비디아는 시연을 통해 GTX1080의 클록을 2,050MHz까지 끌어올린 장면을 공개하기도 했다. 또 지싱크(G-Sync) 역시 게이밍 노트북에서 120Hz, 해상도 2560×1440을 지원하는 패널 탑재 모델이 나올 예정이다.

물론 GTX10이 이렇게 데스크톱용을 그대로 모바일에 옮겨올 수 있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파스칼 아키텍처의 전력 관리 능력이 한 몫 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GTX10 시리즈는 안정적 전원 공급을 위한 듀얼-펫(Dual-FET), 다중 단계 파워 컨트롤러(Multi-Phase Power Controller) 등을 채택, 제조사 입장에 따라 팩토리 오버클록(Factory Overclock)을 지원할 수 있다.





엔비디아 측에 따르면 GTX10 노트북은 언플러그드 상태에서 배터리 연속사용시간이 기존 맥스웰보다 30% 더 오래 간다고 한다. 배터리 부스트 기능 덕이다. 배터리를 전원으로 이용하면 배터리 부스트 모드는 프레임 속도를 30∼60프레임 사이로 일정하게 고정시키는 것. 지금까지는 CPU가 이를 제어, 프레임이 들쭉날쭉했지만 GTX10은 GPU가 직접 프레임을 제어해 고정시켜 배터리 사용시간을 30% 늘린 것이다. 그 밖에 기존 데스크톱용과 마찬가지로 VR웍스나 안셀 같은 기능도 그대로 지원한다.

GTX10을 탑재한 노트북을 선보일 업체는 지금 당장만 해도 레노버와 기가바이트, 에이수스, 델 에일리언웨어, HP, 에이서, 레이저, MSI, 클레보 등 모두 13개다.





이 중 에이수스와 MSI가 모두 GTX10 정식 출시일인 16일에 맞춰 국내 시장에서 이미 GTX10을 탑재한 노트북을 발표한 상태다. 에이수스코리아가 발표한 ROG GX800은 인텔 코어i7-6820HK에 엔비디아의 GTX1080을 SLI로 묶은 괴물 게이밍 노트북. GDDR5 메모리 용량도 16GB에 이른다.

이 제품은 앞서 엔비디아가 GTX10의 장점으로 밝힌 제조사 역량에 따른 오버클록 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 오버클록과 이를 보완하기 위한 수냉 시스템을 곁들인 것. 에이수스코리아 설명에 따르면 오버클록을 하면 3D마크 기준으로 기존 맥스웰 기반 데스크톱용인 GTX980보다 2배 이상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오버클록을 한 GX800은 시스템 7%, 그래픽 11% 등 성능을 높인다. 그 뿐 아니라 디스플레이도 듀얼을 넘어 4K 2대, 풀HD 1대 등 모두 3대까지 디스플레이에 동시 송출을 할 수 있다.

https://youtu.be/1Xk3Lqi0-_Y

이 제품은 그 밖에도 기계식 키보드를 채택하는 한편 게임에서 자주 쓰는 키인 WASD 4개 키에는 일루미네이트와 백라이트 처리를 했다. 에이수스코리아는 이 제품 외에도 수냉 도킹스테이션을 뺀 G800, GTX1070과 1060을 채택한 모델인 G752와 GL502 등을 선보였다. GL502의 경우 GTX10 시리즈를 탑재한 하이엔드 노트북이지만 두께는 23.5,mm에 불과하다. 엔비디아 측이 GTX10을 탑재하면 성능대비 두께나 무게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엠에스아이코리아 역시 GT83VR SLI와 GT73VR 등 GTX10 시리즈를 탑재한 게이밍 노트북을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쿨러부스트라는 냉각 시스템을 적용해 히트파이프 수를 15개로 늘리고 휠윈드 블레이드(Whirlwind blade) 쿨링팬을 곁들여 발열을 30% 배출한다는 것.

GTX10 시리즈의 등장은 2가지를 예고하고 있다. 하나는 MSI가 신제품을 발표하면서 내건 슬로건 “데스크톱에 얽매이던 시대는 끝났다(Shatter Desktop Performance Clich)”는 것이다. 확대일로에 있는 PC 게이밍 시장이 데스크톱을 넘어 모바일로 진출한다는 의미다. 에이수스코리아에 따르면 게이밍 데스크톱 시장 규모를 보면 대만 109,545대, 태국 87,507대에 이어 우리나라는 70,828대로 7만 대에 이르는 게이밍 머신이 팔리는 3번째로 큰 시장이다. 이런 게이밍 머신 라인업에 데스크톱이 포함되는 것이다.





또 다른 의미는 가상현실의 확장이다. 이제 GTX10을 탑재한 게이밍 노트북은 하나같이 VR레디(VR Ready), 그러니까 오큘러스리프트나 HTC 바이브 같은 가상현실 헤드셋만 연결하면 간편하게 가상현실을 만끽할 수 있게 됐다. GTX10은 이런 점에서 이전까지 하드웨어 지원폭이 좁던 가상현실 확산에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다른 면에선 GTX10을 내놓으면서 엔비디아는 파스칼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라인업을 모두 완성한 셈이 됐다. 엔비디아가 지난 11일 발표한 올해 2분기 결산을 보면 분기 매출은 14억 2,800만 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나 늘어난 것. 순이익은 무려 873% 늘어난 2억 5,300만 달러다. 매출 총이익은 57.9%로 전년 동기대비 55% 늘었다. CEO 젠슨황은 파스칼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GPU 수요와 딥러닝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게 기록적인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설명했다. GTX10은 가상현실과 게이밍이라는 일반 소비자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기록적인 매출을 기록한 엔비디아가 매출 성장세를 이어갈 모바일 엔진을 얻은 셈이다.

이석원 기자  lswcap@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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