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시내티 대학 연구팀이 개발한 전투기용 인공지능인 알파(Alpha)가 공중전 시뮬레이터에서 퇴역 미 공군 베테랑 조종사와 교전을 벌여 압승을 거뒀다고 한다. 지금까지 유인 전투기 일색이었고 무인 전투기는 SF 영화에서나 있던 존재였다면 앞으로 이런 무인기가 현실화될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인공지능과 상대를 한 건 퇴역한 전직 미 공군 파일럿인 진리(Gene Lee) 대령이다. 그는 베테랑 훈련 교관이자 풍부한 공중전 지식을 갖춘 인물. 그는 재현도가 높은 공중전 시뮬레이터를 통해 알파와 교전을 했지만 한 번도 이기지 못했을 뿐 아니라 여러 번 격추까지 됐다고 한다.





진리 대령은 수천 명에 이르는 파일럿을 길러냈고 80년대 초부터 공중전 인공지능 상대를 맡기도 한 이 방면의 전문가이기도 하다. 이런 베테랑이지만 그는 알파를 두고 지금까지 만난 인공지능 중 가장 공격적인 반응이 빠르고 역동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시뮬레이터에서 인공지능이 다룰 전투기의 속도와 선회 성능, 무장과 센서 등에 불리한 여건을 부여해도 알파는 숙련된 인간 파일럿에게 승리를 거뒀다고 한다. 알파는 판단이 너무 빨라 사람이 눈 깜짝할 사이보다 250배나 빠른 속도로 상황에 따라 전술을 수행한다.





이 인공지능의 컨셉트는 유전 퍼지 구조(Genetic Fuzzy Tree)다. 퍼지 이론을 응용해 전황 중 발생할 다양한 선택 하나하나에 가중치를 둬서 인간처럼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런 다음 행동에 옮기는데 숙련된 조종사도 이를 당해내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알파의 이런 알고리즘 작동에는 높은 처리 능력은 필요하지 않다. 인공지능 환경도 가정용 500달러짜리 PC나 심지어 35달러짜리 라즈베리파이에서도 실행이 가능할 정도라고 한다. 미래에는 인간 조종사를 지원하면서 실제 전투에서 적기와 싸우는 학습을 시키는 것도 시야에 넣고 있다고 한다. 목숨을 건 공중전의 상대방이 5만원짜리 싱글보드 컴퓨터였다면 더 놀랄 일이 아닐까.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6V3gX-vDUUM

정희용 IT칼럼니스트  flyg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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