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유비쿼터스한 기기는 스마트폰.” ARM코리아 임종용 대표는 ARM 프로세서가 들어간 스마트폰이 전 세계에 30억 개에 달한다면서 올해는 전년대비 1억 대 늘어난 15억 대로 전망했다. 임 대표는 이 정도 수량이라면 15∼60세 사이 연령층 중 3분의 1이 새로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마트폰이 이런 인프라를 바탕 삼아 머신러닝과 가상현실, 아직은 설익었지만 증강현실 같은 새로운 기술이 스마트폰을 활용한 케이스로 새로 등장할 것이라면서 스마트폰을 “미래 혁신을 위한 포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스마트폰이 이렇게 새로운 활용 여력을 갖추려면 더 높은 성능이 필요하겠지만 이와 반비례할 수 있는 배터리는 그동안 제한적 발전을 해왔던 게 사실이다. ARM이 말하고 싶었던 건 바로 이 대목부터다. 지난 2009년 ARM을 탑재한 첫 안드로이드폰과 2016년 버전을 비교하면 CPU는 100배, GPU는 무려 300배, 센서는 5배가 더 늘었다는 것이다.





ARM코리아는 이 날 코어텍스-A73(Cortex-A73)과 말리-G71(Mali-G71) 을 국내에 발표했다. ARM은 이들 제품을 지난 6월 초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2016 기간 중 발표한 바 있다.

ARM코리아 정성훈 부장은 먼저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계속 얇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2010년 모델과 비교하면 45%나 더 얇아졌지만 기능은 더 늘었다는 것. 실제 모델로 보면 2010년 HTC가 발표했던 넥서스원의 두께는 11.5mm였다. 갤럭시S3은 8.6mm, 다시 루미아 1520 같은 모델은 8.4mm로 줄었고 올해 초 화웨이가 선보인 메이트8의 두께는 7.9mm다.

정 부장은 이런 점에서 코어텍스-A73이 가장 효율적인 프리미엄 SoC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어텍스-A73은 10nm 제조공정을 이용할 수 있게 설계했다.





가장 큰 특징은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모바일이라는 제한된 환경이지만 이전 세대보다 30% 성능을 더 끌어올렸다는 것. 정 부장은 모바일 프로세서가 이젠 최고 성능과 이보다 더 중요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성능간 차이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발열 문제 등으로 최고 성능을 계속 유지하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지속 가능한 성능 자체가 올라가고 있다는 것. 코어텍스-A73은 이전 세대와 견주면 성능은 1.3배, 구세대와 비교하면 2배까지 성능을 높였다.

하지만 배터리 효율, 그러니까 소비전력도 30% 높였다. 정 부장은 이런 향상 덕에 오는 장점으로 제조사가 더 작아진 폼팩터에도 대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어텍스-A73은 지난 2009년 ARM이 선보였던 코어텍스-A7보다 성능은 훨씬 앞서지만 소비전력은 오히려 덜 사용한다.

이전 세대인 코어텍스-A72와 비교해 조금 구체적으로 보면 성능은 10% 이상 높지만 이 뿐 아니라 미디어 가속은 5%, 메모리 관련 15%, 전력소비 효율은 20% 좋아졌다.

https://www.youtube.com/watch?v=gR_x3JMIzAo

세 번째는 지금까지 나온 ARM의 프리미엄 프로세서 중 가장 작다는 것이다. 같은 공정을 이용한 코어텍스-A72보다 코어 크기는 25%나 더 작아졌다. 20nm 제조공정을 이용한 코어텍스-A57와 비교하면 무려 70%나 작아진 것. 정 부장은 코어텍스-A73이 이런 장점을 앞세워 미드레인지 스마트폰에서도 빅리틀을 구현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코어텍스-A73과 A53을 조합하면 사용자 경험은 30%, 싱글스레드 기준으로 성능은 90%까지 향상을 체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말리-G71은 GPU다. 말리 GPU를 맡고 있는 ARM코리아 최상익 차장은 말리 GPU의 연간 성장률이 36%에 달한다면서 지난 2015년 한 해 생산된 말리 GPU 수가 7억 5,000만 개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ARM은 DTV 같은 분야는 75%, 태블릿은 50%, 스마트폰은 40%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경쟁이 심한 스마트폰 분야를 빼면 5할 이상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사실 스마트폰도 안드로이드폰만 따지면 52%라고 하니 이 시장에서도 ARM은 5할 지배자인 셈이다.

ARM이 새로 선보인 GPU는 앞서 밝혔듯 말리-G71. ARM은 이 제품을 선보이면서 네이밍 정책도 바꿨다. 말리-Gxx 형태를 쓰는 것. 코드명은 2010년 우트가르드(utgard), 2013년 미드가이드(Midgard)에 이어 이번에는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무지개다리인 바이프로스트(Bufrost)를 쓴다.

먼저 성능을 보면 기존 모델보다 1.5배 이상 성능을 낸다고 한다. 이런 성능 향상에는 미세화 뿐 아니라 구문 셰이더를 지원, 여러 인스트럭션을 구문 하나로 묶어 처리하는 한편 인덱스 기반 버텍스 셰이더를 곁들여 버텍스 셰이더가 처리할 로드가 걸릴 일을 뒤로 넘겨 효율을 높이고 와이어 라이트 파이프라인을 지원한다.





또 기존 모델이 셰이더 코어를 16개까지 지원했던 반면 말리-G71은 32개까지 구성할 수 있다. 확장성이 훨씬 뛰어난 것이다. 불칸이나 오픈CL 같은 API도 지원한다. 그 뿐 아니라 CPU와 GPU가 이용하는 양방향 캐시를 개선, 전체 메모리 대역 효율을 개선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최 차장은 말리-G71이 이런 개선을 통해 이전 모델인 말리-T880와 견주면 전력 효율은 20% 높이면서 확장성은 코어의 경우 기존 16개보다 많은 32개로 2배 늘렸고 단위 면적당 성능은 40%, 메모리 대역폭은 20%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말리-G71의 벤치마크 성능도 간단하게 소개했다. GFX벤치마크 4.0을 이용한 비교 수치를 공개하면서 노트북용과 비슷한 성능을 낸다고 밝힌 것. 구체적인 모델을 물어보니 엔비디아의 지포스 940M, 인텔 i5-6300U 내장형 코어와 비교한 것이라고 한다. 다만 이 비교에는 물리엔진은 들어가 있지 않다. 비슷하거나 높다고 해서 모든 분야에서 스마트폰용이 랩톱용보다 더 빠르다고 오해해선 곤란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말리-G71이 랩톱용과 성능을 비교할 수 있게 됐다는 것 자체만 해도 그렇다. 또 최 차장이 밝혔듯 랩톱용의 전력 소비량이 25W대인 반면 말리-G71은 3∼4W대만 소비한다. 랩톱용보다 20% 전력만 이용해 비슷한 성능을 낸다고도 할 수 있다.

말리-G71이 노리는 버킷리스트 가운데 하나는 가상현실이다. 최 차장은 가상현실 개발에서 중요한 포인트로 헤드트래킹과 눈과 디바이스가 가깝다는 것 2가지를 꼽았다. 그는 모바일용의 경우 지금은 리플레시레이트가 60Hz지만 앞으로 120Hz 이상으로 높아져야 몰입감이나 사실감이 높은 가상현실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지연시간은 4ms, 해상도는 4K가 되어야 한다는 것. 안티알리아싱은 물론이다. 말리-G71의 경우 4x 멀티 샘플 안티알리아싱을 지원한다.

한편 ARM코리아는 이 날 ARM 테크포럼 2016 행사를 개최했다. 하반기와 달리 비교적 소규모로 열리는 이 날 행사에는 150명 가량 개발자와 관련 종사자가 참여, 오토모티브 관련 분야와 모바일 분야에서의 미래 성장 동력 등으로 주제로 한 세션을 진행했다.

이석원 기자  lswcap@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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