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축일인 부활절에 계란을 숨기고 아이들에게 찾으라고 한 놀이에서 착안, 소프트웨어와 게임이 지원하는 원래 기능과 무관한 메시지를 숨겨 놓은 걸 이스터에그(Easter Egg)라고 한다. 이런 이스터에그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이름을 적는 건 오래 전부터 이어온 전통이다. 작가가 책에 이름을 기록하듯 예술가는 그림 구석에 사인을 남긴다. 하지만 게임 디자이너의 이름은 오랫동안 이런 무대에 등장하지 않았다. 디자이너 워렌 로비넷(Warren Robinett)은 지난 1977년부터 비디오 게임 회사인 아타리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가정용 게임기인 아타리 2600을 위한 세계 첫 액션 어드벤처 게임인 어드벤처(Adventure) 개발에도 참여했다.

어드벤처는 사각형 아바타를 조작해 숨겨진 성배를 찾아 황금성으로 데려가는 줄거리를 담고 있다. 이 게임 개발할 당시 아타리 사내에선 로비넷을 비롯한 게임 디자이너에 대한 대우가 열악했다고 한다. 로비넷은 게임이 팔려도 로열티를 받을 수 없었고 게임 패키지에도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았다. 게임이 잘 팔린다고 해도 경영진은 크리에이터는 많기 때문에 얼마든지 해고할 수 있다는 등 게임 디자이너에게 무례했다는 것.





로비넷은 이런 이유로 어드벤처 게임 안에 자신의 이름을 숨기기로 한다. 그는 게이머가 가기 어려운 비밀의 방을 맵에 만들고 이 방안에 들어가면 문자(Created by Warren Ribinett)가 표시되도록 했다. 이 비밀의 방이 바로 세계 첫 이스터에그로 알려진 것이다.

어드벤처는 누적 판매량 200만 개를 기록했다. 그런데 솔트레이크시티에 거주하는 15세 소년이 편지를 보내 비밀의 방에 들어가는 자세한 방법을 설명해주기 전까지 아타리 경영진은 아무도 게임 내에 비밀의 방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비밀의 방은 로비넷이 마음대로 게임에 넣은 것이짐나 그는 이미 아타리에서 퇴사한 상태여서 경영진은 그에게 처벌을 할 수 없었다.

로비넷 이후 다음으로 아타리 게임 디자이너를 맡은 스티브 라이트(Steve Wright)는 비밀의 방 존재에 깜짝 놀랐다. 그는 게임에 비밀을 넣은 걸 ‘쿨하다’고 느꼈고 마치 부활절 아침 나무와 꽃 그림자를 숨긴 아기자기한 부활절 달걀 찾기 같은 기분이라고 극찬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타리는 과도한 재고를 안은 채 로비넷이 퇴사한 이후 1년 뒤부터 급격하게 쇠퇴한다. 로비넷은 거대 기업 아타리가 26살 젊은 게임 프로그래머를 소홀하게 취급한 것에 대해 시적 정의적으로 저지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CBCe_oQ9bGU

이석원 기자  lswcap@techholic.co.kr

<저작권자 © 테크홀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