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병헌이 출연한 팬택의 베가 아이언 CF는 화제를 모았다. “단언컨대…”라는 카피는 숱한 패러디를 쏟아냈다. 심지어 패러디 CF까지 등장했고 개그프로그램에서 인용하는 등 베가 아이언을 소비자에게 알리는 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정작 제품은 잘 팔리지 않았다. 결국 팬택은 박병엽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터닝포인트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까지 몰렸다. 이런 위기 속에 등장한 새로운 제품이 바로 베가 시크릿노트다. 과연 이 제품은 팬택을 구원할 수 있을까.

팬택은 지난 1991년 박병엽 부회장이 무선호출기, 일명 삐삐 사업을 시작으로 신화를 쓰기 시작했다. 한때 국내 2위 휴대폰 제조사로 떠오르면서 신화를 완성하는 듯했지만 결국 위기에 빠져들고 말았다. 지난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발표하면서 기존에 있던 모든 룰은 깨져버린 게 한 몫 한다. 휴대폰이라는 말보다 스마트폰이 더 익숙해진 것 뿐 아니라 기존 비즈니스 패턴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지난 2007년에는 메이저 제조사라고 해봐야 10개 안팎 기업이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2013년 현재는 2배가 넘는 20개 이상 기업이 각축전을 벌인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까지 가세하는 등 국가대표급 IT 기업 대다수가 스마트폰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

2007년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

삼성전자 / 애플 / LG전자 / 소니 / 노키아 / 블랙베리 / HTC / 모토로라 / 샤프 / 후지쯔

2013년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

삼성전자 / 애플 / LG전자 / 소니 / 노키아 / 블랙베리 / HTC / 모토로라 / 샤프 / 후지쯔 / ZTE / 화웨이 / 레노보 / 쿨패드 / 팬택 / 샤프 / NEC / 파나소닉 / 에이서 / 에이수스

지금 위기로 몰리는 스마트폰 제조사는 블랙베리와 노키아, NEC, 파나소닉, 후지쯔, HTC 등이다. 모기업이 그룹사로 자금력이 있거나 한때 높은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던 기업이다. 한순간 실패나 실수로도 쉽게 시장에서 밀려나는 치열한 전쟁터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1등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2등이 조금, 3등은 간신히 현상 유지를 하는 시장 더구나 그 아래 등수는 조금씩 절벽으로 내몰린다. 1∼2등이 될 수 없다면 나름대로 순익을 창출하고 기회를 엿볼 자기만의 차별화 포인트와 포지션을 잡아야 한다.

그렇다면 서두에서 던진 질문처럼 시크릿노트는 팬택에게 터닝포인트를 만들어줄까? 잘 만든 폰이지만 안타깝게도 시크릿노트에는 카운터펀티가 없다.

시크릿노트는 5.85인치 화면을 지원하는 패블릿폰이다. 패블릿폰 시장에선 애플이 빠져 있지만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3과 소니 엑스페리아Z 울트라, HTC 원 맥스(One Max) 등이 있다.

소니와 HTC를 배제해도 삼성전자 갤럭시노트3에 흠집을 주는 공격력을 국내 시장에서 보여주지 못한다면 팬택에겐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상대적으로 해외 인지도가 낮은 데다 해외 사업 자체를 줄인 팬택 입장에선 국내 시장 점유율 상승만이 답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존에 공개된 갤럭시노트3이 가진 주요 장점과 겹치는 걸 빼고 시크릿노트만 내세우는 걸 뽑자면 시크릿 기능을 들 수 있다. 이런 기능을 강조하려고 모델명도 시크릿노트로 내세운 것.

시크릿박스 : 특정 폴더를 보안 처리해 소유자만 볼 수 있다.

시크릿전화부 : 전화,문자 내역을 보안 처리해 소유자만 볼 수 있다.

이들 기능을 보면 갤럭시노트3에 흠집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물론 이 제품은 그 밖에도 스마트폰 플립과 홈 화면 공유, V펜, 레인보우 라이팅, 플로팅 키패드 같은 기능을 갖췄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스마트폰이 대부분 직접 혹은 비슷하게 구현 가능한 내용이거나 앱으로 커버할 수 있는 것들이다.

소니는 아직은 설익은 감이 있지만 세계 3위 스마트폰 제조사를 목표로 걸었다. 일본 시장에서 엑스페리아 시리즈가 판매 호조를 보인 것에 고무된 결과다. 소니가 내세우고 있는 차별화 포인트 가운데 하나는 일본 제품에서 빠지지 않는 방수나 방진 기능 같은 것이다. 일부 러기드 모델에서나 제공되던 걸 소니는 주력 제품 라인업 전체 전면에 내세웠다.

결과가 어찌 될지 알 수는 없지만 삼성전자와 애플의 틈새에서 일단 숨 쉴 틈은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소니처럼 완전히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게 아니라 기존에 있던 기능을 자사 브랜드 시리즈 메인 이미지로 만들어 각인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광고는 히트했지만 제품이 안 팔린다면 마케팅 전략 자체보다는 근본적인 제품 전략의 재고가 필요하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시크릿노트에서도 이게 보이지 않는다.

맹성현 칼럼니스트  sh-maeng@msh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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