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스페이스X의 팔콘9 로켓이 발사한 보급선 드래곤에는 BEAM(Bigelow Expandable Activity Module)이라고 불리는 우주 팽창식 활동 모듈이 실려 있었다. 비글로 에어로스페이스(Bigelow Aerospace)가 개발한 이 모듈은 우주 호텔로도 사용 가능한 것이다. 비글로 에어로스페이스는 우주기업인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ULA)와 손잡고 호텔로 사용 가능한 팽창형 우주 정거장을 오는 2020년 발사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비글로 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팽창식 우주정거장인 B330은 로켓에 실려 발사될 때에는 작지만 우주 공간에서는 330m2까지 공기를 불어넣어 확장된다. 내부에선 다양한 실험을 진행할 뿐 아니라 훈련을 하고 여행자가 머물 수도 있다. 비글로 에어로스페이스 측은 2019년까지 B330 2대를 완성한 뒤 2020년 모두 발사할 예정이다.

B330 발사는 적재 용량 관계상 팔콘9 로켓이 아니라 아틀라스V 로켓을 이용하게 된다. B330을 국제우주정거장 ISS에 연결하면 ISS는 내부 공간을 3분의 1 늘릴 수 있다.





B330을 설치하면 처음에는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가 주로 이용하겠지만 미래에는 나사의 허가 아래 우주 관광객 체류를 목표로 할 계획이다. B330까지의 왕복은 스페이스X나 보잉 운송 수단을 가정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우주 체류를 위한 숙박 비용 같은 건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주 호텔이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B330을 위한 실험 모듈인 BEAM은 국제우주정거장과 결합하면 앞서 설명했듯 공기를 불어넣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게 된다. 재질은 방탄조끼 등에도 쓰이는 아라미드나 소방복 등에 쓰이는 내열 소재인 노멕스 등을 수십 개 층으로 겹친 것이다. 우주 파편 충돌 등 우주 환경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이번 BEAM 발사 목적 중에는 이런 내구성을 확인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부풀어 오른 BEAM 내부는 문을 닫고 우주비행사가 검사를 할 때를 빼면 내부로 들어가지 않게 된다.



그렇다면 BEAM 같은 이런 팽창형 모듈을 고안하게 된 이유는 뭘까. 국제우주정거장이라고 하면 인류가 만든 사상 최대 규모의 우주 구조물이라고 생각한다. 지구상 같은 기압을 갖춘 공기가 있는 부분은 점보제트기 정도 넓이, 태양전지까지 포함한 크기는 축구장 규모다. 하지만 사실 이런 국제우주정거장보다 더 넓은 우주정거장이 있었다. 바로 스카이랩(Skylab)이다.





스카이랩은 미국이 처음으로 만든 우주정거장이다. 아폴로 계획이 예정보다 빠르게 끝나면서 남은 로켓을 이용해 만든 것이다. 스카이랩 본체는 아폴로 달 로켓인 새턴V 3단을 통째로 개조한 것이다. 크기는 직경 6.6m, 길이는 14.7m, 무게는 28.3톤에 달한다. 참고로 현재 국제우주정거장에서 가장 큰 모듈은 직경 4.4m, 길이 11.2m, 무게는 14.8톤이다. 스카이랩은 ISS 모듈보다 훨씬 컸다.

물론 국제우주정거장은 모듈 다수를 연결해 만든 만큼 전체 크기는 스카이랩보다 훨씬 크지만 개별 모듈은 오히려 더 작아졌다는 얘기다.



국제우주정거장 모듈이 이렇게 작아진 이유는 수송 수단으로 우주왕복선이 이용됐기 때문이다. 우주왕복선의 화물칸은 직경 4.6m, 길이는 18m다. 거대한 새턴V 로켓보다 수송 능력은 크게 떨어졌다.

우주왕복선 화물칸에 보관할 수 있으면서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는 없을까. 이런 고민에서 탄생한 게 바로 풍선처럼 팽창하는 모듈이다. 우주정거장 외에도 화성 왕복 같은 긴 여행을 하는 우주비행사에게 넓은 공간은 정신 건강에도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국제우주정거장용으로 설계된 트랜스 허브(Trans Hub)는 팽창식 모듈로 직경 8.2m로 일반 모듈보다 2배 가까이 넓다 공간 너비로 따지면 단순 계산으로 따져도 4배에 가깝다.

상당히 넓기 때문에 트랜스 허브는 내부가 3층으로 분리되어 있다. 가장 안쪽에 있는 1층에는 주방과 식당, 2층에는 6인이 머물 수 있는 침실, 3층에는 교육 시스템을 갖춘 체육관이 있었다. 우주비행사를 위한 휴식 공간으로 계획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트랜스 허브 개발은 예산 부족 탓에 중단된다.



나사 측 엔지니어는 트랜스 허브가 얼마나 좋은지 또 국제우주정거장 뿐 아니라 유인 화성 탐사에 필요하다는 점을 계속 강조해왔다. 화성 왕복 여행은 짧게는 1년 반이 걸린다. 우주정거장과 같은 규모의 우주선이 필요하다. 하지만 예산이 사라지면서 나사 측은 트랜스 허브 기술에 도움을 줄 민간 기업을 찾는다.

여기에 달려든 게 바로 미국의 호텔왕 로버트 비글로다. 그는 트랜스 허브를 자신의 사업, 그러니까 우주 호텔로 이용하기로 결정한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우주 호텔 개발사인 비글로 에어로스페이스를 설립하고 무인 실험기 2대를 발사, 실제로 팽창식 모듈을 우주에서 검증했다.

스페이스X 등이 추진 중인 민간 우주선이 운행을 시작하면 비글로 에어로스페이스 측은 우주 호텔 발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전 단계로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실험을 하는 게 바로 BEAM이다. 원래 국제우주정거장을 위한 트랜스 허브로 개발된 기술인 만큼 나사 입장에서 보자면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민간기업의 힘을 빌려 되살린 셈이다.

물론 이런 팽창식 모듈은 멋진 장점이 많지만 단점도 있다. 팽창시킨 후 내부를 조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 모듈은 발사 전에 내부 배선이나 장치를 미리 설치하며 우주에 도착하면 곧바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팽창식 모듈은 줄여놓은 상태로 발사하는 탓에 내부를 부풀리기 전까지 내부 시설은 설치할 수 없다.




따라서 실험실처럼 많은 장비가 필요한 모듈이라면 팽창식은 별로 장점이 없다. 팽창식 모듈은 거주 공간 같은 곳에 어울린다. 결국 궁극적인 활용 형태는 우주 호텔이 될 수 있다. 팽창식이라면 큰 모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팽창식 모듈을 로켓으로 보내도 모듈 자체는 풍선이기 때문에 가볍지만 내부는 비어 있다. 다양한 시설을 갖추려면 결국 다른 로켓을 이용해 설비를 또 보내야 한다.

이런 점 때문에 초대형 로켓인 SLS를 이용해 처음부터 거대한 모듈을 발사하려는 스카이랩2 구상도 있다. SLS는 달과 화성 유인 탐사를 위해 개발 중인 로켓으로 새턴V와 거의 같은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 초대형 로켓을 이용해 트랜스 허브 같은 직경 8.5m짜리 모듈을 직접 지상에서 발사해버리자는 것이다. 더구나 SLS는 140톤에 달하는 중량을 실을 수 있어 내부 시설은 물론 태양전지 같은 외부 시설까지 함께 쏘아 올릴 수 있다. 인류는 2020년대에는 우주 호텔과 유인 화성 탐사를 계획하고 있다. 비글로 에어로스페이스의 팽창식 모듈과 스카이랩2 중에서 어떤 쪽이 성공할지 혹은 장점을 살려 공존하게 될지 알 수는 없지만 우주 시대를 향한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이석원 기자  lswcap@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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