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후 79년 베수비오 화산 대폭발로 매몰된 폼페이는 지난 18세기 중반 발굴됐다. 발굴 유적에선 수많은 벽화가 발견됐다. 남녀 교제를 그린 벽화가 많이 출토되는 등 당시 폼페이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발견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벽화만큼이나 관심을 끈 건 폼페이 벽에 쓰인 낙서다. 낙서 내용에서 폼페이 벽이 요즘 말하는 SNS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발견된 가장 오래된 낙서는 서기 78년 10월 3일 “가이우스가 여기에 있었다”는 메시지다. 그 뿐 아니라 사랑의 메시지나 타인에 대한 욕설, 애도와 장사는 물론 정치나 검투 대회 홍보 같은 것도 발견됐다.

워싱턴앤리대학 고전 학자인 레베카 베네피엘(Rebecca Benefiel) 박사는 폼페이 낙서는 과거 폼페이에서 살던 사람들의 실제 육성이며 도시에 생명을 불어 넣는 것과도 같다면서 이런 점에서 흥미롭고 귀중한 사료라고 밝히고 있다.

또 욕설 같은 것만 봐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거나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을 벽에 쓰고 누군가 여기에 답변을 하는 행위는 요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SNS에 메시지를 올리는 행위와 유사한 점이 많다고 말한다. 폼페이 낙서와 요즘 SNS는 누구나 볼 수 있는 장소에 자신의 생각과 사건을 기록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폼페이의 낙서는 제한된 시간과 공간 속에 살았던 사람들의 생각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책처럼 오랫동안 보존되어 왔지만 폼페이에 있는 모든 낙서가 인터넷에 디지털 아카이브로 저장되어 있지는 않은 상태다. 베네피엘 박사는 폼페이 낙서의 디지털화를 하고 있다. 엄청난 양의 낙서를 디지털화해서 전 세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하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장혁 IT칼럼니스트  hymagi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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