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베리 창업자는 짐 바실리(Jim Balsillie)와 마이크 라자리디스(Mike Lazaridis)다. 이들 CEO 2인의 역할은 나뉘어져 있었다. 짐 바실리는 비즈니스를, 마이크 라자리디스는 제품 개발 쪽을 맡았던 것. 나름대로 순조롭게 굴러가던 투톱 체제는 아이폰 등장과 함께 붕괴되고 말았다.

블랙베리 부진을 타개할 구원투수로 등장한 새로운 CEO 토마스 하인즈는 구원은커녕 내부 혼란을 더 가중시켰다. 보스가 3명이나 존재하게 된 셈이다. 2012년 자신의 새로운 계획에 제동이 걸린 창업자 짐 바실리는 결국 블랙베리를 그만뒀고 모든 지분을 정리했다.

◇ 블랙베리의 ‘회광반조’ Z10=이듬해인 2013년 3월 또 다른 창업자 마이크 라자리디스 역시 블랙베리를 떠났다. 적자로 예상되던 블랙베리가 흑자 보고를 하자 “회사가 정상화된 시점에서 이전의 경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는 멋진(?) 멘트와 함께 떠났다. 하지만 짐 바실리와 달리 마이크 라자리디스는 여전히 블랙베리 지분을 갖고 있었다.

이때 블랙베리의 ‘예상 밖’ 흑자 보고는 새로운 CEO인 토마스 하인즈가 주도한 블랙베리 Z10 출시 시기와 맞물렸다. 블랙베리 제품 개발 분야를 맡고 있던 마이크 라자리디스는 사실 Z10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쿼티 자판이 없는 게 가장 큰 반대 이유였다. 하지만 자신이 적극 반대하던 Z10 덕에 블랙베리가 흑자로 전환했다는 사실에 내심 당혹스러웠을 수 있다.

사자성어 중에 回光返照(회광반조)라는 말이 있다. 해석하면 ‘해가 지기 직전에 잠깐 하늘이 밝아진다’는 의미다. 임종 직전 잠시 정신이 맑아지고 또렷해지는 걸 표현할 때 쓰인다. 머지않아 멸망하지만 한때나마 기세가 왕성해진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Z10은 어찌 보면 블랙베리 입장에선 회광반조였다. 결국 초기 반응과 달리Z10은 1조원이 넘는 손실을 안겨줬다. 현금보유량 외에 블랙베리의 미래가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있던 현금도 갉아먹는 최악의 한 수가 된 것이다.

◇ 인수 밝힌 창업자, 소방수 될까?=블랙베리는 이후 M&A 시장에 나왔지만 인수 가능 기업 대부분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자국인 캐나다 대형 통신사도 블랙베리 신제품 취급 거부 의사를 표하는 등 더 수세에 몰리고 있다. 이런 이유로 블랙베리 사업부를 분할 매각, 사실상 블랙베리 해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인수 의사를 밝혔던 페어팩스가 제시한 인수가액인 주당 9달러조차도 현재 주자가 그 밑으로 떨어진 상황이어서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창업자 가운데 한 명인 마이크 라자리디스가 다시 나섰다고 한다. 그는 현재 블랙베리 지분 8%를 확보하고 있다. 그런데 나머지 지분 92%를 단독으로 인수하거나 공동 인수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지난 3월 블랙베리를 떠난 마이크 라자리디스는 2억 달러를 투자해 새로운 벤처기업을 만들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자신이 만든 블랙베리의 위기를 그냥 지켜볼 수는 없었던 것 같다.

맹성현 칼럼니스트  sh-maeng@msh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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