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운전을 하지 않아도 목적지만 입력하면 나머지는 알아서 안전하게 달린다는 자동운전, 자율주행 차량은 최적 경로는 판단하는 건 물론 주위 상황을 살펴보고 적절한 속도로 바꾸거나 차선 변경도 알아서 한다. 뭔가 급한 상황이 벌어지면 인간의 판단으로 조작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지만 자동운전 차량을 개발하고 있는 구글은 사람들이 변덕스럽게 손을 대는 건 오히려 더 위험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구글의 자동운전 차량 개발 부문 책임자인 크리스 암슨(Chris Urmson)은 자동운전 차량에 핸들이나 브레이크 등 인간을 위한 기능을 불필요하다며 없애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또 정부도 이런 차량을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택시 뒷좌석에 승객이 언제든 조작할 수 있는 여분 핸들이나 브레이크를 달자는 것과 같다는 얘기다. 물론 가끔씩은 출퇴근이 아니라 주말에 쾌적한 도로에서 직접 운전을 즐기고 싶은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크리스 암슨 역시 자동 운전 차량이라고 해도 항상 전자동이 아니라 기분에 따라 반자동, 그러니까 인간의 운전이 가능할 수 있다는 여지는 남기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론 인간이 조작할 수 없게 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올해 2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 NHTSA(National Highway Traffic Safety Administration)는 구글에 대해 자동운전 차량 시스템을 운전자라는 인식을 나타냈다. 국가가 자동운전 로봇을 운전자로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가장 큰 뉴스는 자동차 기업이나 자동운전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에게 핸들과 엑셀러레이터, 브레이크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NHTSA는 자동차를 조작하는 건 인간이라는 전제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글이 생각한대로 만취한 사람이 자동운전 차량에게서 핸들을 빼앗을 지도 모른다는 점에서는 이런 인간을 위한 인터페이스는 위험할 수 있다.



문제는 인간이 운전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자동운전 차량이 어떻게 안전 기준을 충족하느냐는 것이다. 미국 텍사스A&M대학 교통연구소 전문가는 NHTSA의 과정 중 문제는 전체적으로 과거 사고 데이터에 근거를 둔 기준을 마련하고 있어 능동적이 아닌 수동적이라는 점이라고 말한다. 자동운전 차량이라는 새로운 도구에 맞춰 규칙을 바꾸기 전에 관련 사고 데이터를 대량 수집하고 분석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NHTSA의 방식도 바뀌고 있다. 2년 전 미국에선 V2V 통신 기능을 탑재한 모든 차량을 권장했지만 이는 과거 데이터가 아닌 시뮬레이션과 모델링을 근거로 한 판단이었다. 구글의 요구에 대해서도 기존과는 다른 진행 방식이 필요할 수 있다. 미국 내에서 매년 3만 3,000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있으며 이 중 94%가 이른바 인간 에러로 인한 것이다.

미국에선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자동운전 차량에 인간 운전자가 항상 핸들 앞에 타야 한다는 법안을 냈지만 구태의연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미국 교통부가 반년 안에 자동운전 차량에 대한 지침을 정리해 NHTSA가 구글에 대해 핸들과 브레이크 없는 자동운전 차량을 인정한다면 단순히 구글의 자동운전 개발 진전 뿐 아니라 자동운전 차량 전체의 안전성을 향상시키게 될 지도 모른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lswcap@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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