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법원이 아이폰 잠금 해제 명령을 했지만 애플이 반대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해 보안 소프트웨어 기업인 맥아피를 창업한 존 맥아피(John McAfee)가 “자신이 아이폰 잠금을 무료로 해제해줄 테니 애플이 자사 제품에 백도어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해 12월 미국 캘리포니아 샌버나디오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고. 이 사건 수사를 맡은 FBI는 범인이 사용했던 아이폰 잠금 해제를 애플 측에 임의로 요청했다. 애플은 이에 대배 법적 근거가 없는 해제는 이용자의 개인 정보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잠금 해제 요청을 거부했다. 이후 FBI는 연방법원을 통해 애플 측에 아이폰 잠금 해제 명령을 했지만 애플은 법원 측 명령에도 반대 입장을 보였다. IT기업과 정부의 데이터 암호화를 둘러싼 대립이 생긴 것.

IT 전문가들은 한 번 백도어를 마련하면 해커의 악의적 공격을 위한 루트가 될 수 있어 상대방에게도 혜택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존 맥아피 역시 백도어를 이용해 핵공격에 대한 비밀코드를 적국에 빼앗기거나 러시아나 중국에 미군 군사무기에 필요한 키를 빼앗길 가능성도 있을지 모른다면서 정부가 조심스럽게 해제 명령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정부 측의 아이폰 잠금 해제 명령은 미국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사이버 보안 시스템의 장점을 버리는 행위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 그는 곧 일어날 사이버 전쟁에서 암호화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보안 측면에서의 후퇴는 비무장 상태로 자비를 호소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그는 만일 폴란드가 히틀러에게 예의 바르게 부탁했다면 독일의 폴란드 침공이 이뤄지지 않았겠냐고 반문한다. 앞으로 미국을 비롯해 디지털 단말을 사용하는 많은 사람을 위해서라도 애플이 백도어 설치는 거부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애플에 아이폰 잠금 해제를 요청한 FBI가 샌버나디오 총기 사건 수사에만 백도어를 사용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단 백도어를 설치하면 결국 아이폰 암호화는 모두 무의미해진다는 것.





그는 FBI가 직접 아이폰 암호화를 돌파할 수 없는 게 문제라면서 해킹 컨퍼런스인 데프콘 등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해커들과 함께 하기 때문에 자신이 범인의 아이폰 잠금을 해제해줄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만일 잠금 해제를 하지 못한다면 TV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신발을 먹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또 정부 측이 자신을 의심한다면 구글에서 ‘cybersecurity legend’라고 검색해 25만 건 이상 검색 결과 중 첫 10건에 표시되어 있는 게 누구의 이름인지 보면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

샌버나디오 총격 사건에서 범인으로부터 압수한 아이폰에 암호가 걸려 있어 FBI나 애플조차 단말 잠금 상태를 해제할 수 없고 단말 내 데이터와 통신 기록에 접근할 수 없다. 수사 관계자에 따르면 범인이 사용한 기종은 아이폰5c이며 운영체제는 iOS9라고 한다.

애플은 연방법원이 수사 협조를 요구하고 있는 것에 대해 FBI가 애플에 아이폰 암호화를 방지할 수 있는 백도어를 만들라는 요구와 같다며 거부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뉴욕에서 일어난 사건에서 애플은 전혀 다른 자세를 보였다는 보도도 나왔다. 뉴욕 사건 당시 강한 중추신경 흥분 작용을 하는 필로폰을 불법 판매하던 인물이 자수를 했다. 소송 적요서에는 용의자가 소지한 아이폰이 iOS7을 탑재하고 있으며 애플이 단말 내 데이터에 접근하는 게 가능하다고 기록되어 있다.

애플은 수사에 관여하지 않고 단말 잠금 해제를 하지 않는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iOS7 사양 내부 데이터를 볼 수 있으며 애플이 수사에 협력했다고 보여 진다는 것. 또 애플은 2008년부터 적어도 70회 이상 FBI 수사에 협력하고 수사에 관한 아이폰 잠금 해제를 한 것으로 보여진다는 것이다.

한편 구글 CEO인 순다 피차이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해 기업 측에 해킹이 가능하도록 강요하는 건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위험에 처하게 만들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IT칼럼니스트  b612@glassp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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