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지난 2004년 전 세계 도서관과 합의 하에 장서를 스캔하고 디지털화해서 전자화된 데이터를 도서관 측에 기부하는 한편 스캔한 책 목차나 일부 내용을 인터넷 사용자가 볼 수 있도록 한 프로젝트인 구글 북 라이브러리 프로젝트(Google Books Library Project)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태어난 게 구글이 제공하는 도서 전문 검색 서비스인 구글도서다. 이 서비스는 저작권 보호 기간이 만료된 작품에 대해선 전문을 게재하고 그 밖에 다른 책은 목차나 내용 일부만 열람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이 서비스에 대한 저작권 위반 가능성을 놓고 오랫동안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미국작가협회는 구글도서 서비스가 시작되고 얼마 안 된 2005년 구글을 제소했다. 이로부터 10년이 지난 2015년 10월 중순 미 연방순회항소법원에서 열린 심의에선 미국작가협회가 주장한 구글도서의 책 검색과 인덱싱 행위가 저작권 위반이라는 호소가 만장일치로 기각됐다. 법원은 구글의 행위는 저작권법을 위반하지 않고 공공의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미국작가협회는 대법원에 항소를 검토하고 있다. 협회 측은 구글이 수백만 명에 달하는 작가의 작품을 훔쳐갔다면서 월스트리트저널 등을 통해 게재한 기사를 통해 2004년 구글이 도서관으로 이사용 트럭을 보내 2,000만 권에 달하는 책을 가져갔는데 이들 책은 저작권 보호 기간 중인 것도 있지만 모두 복사됐다고 밝혔다. 이런 방식은 작가나 출판사에 대해 아무런 권한도 없고 권리자에 대해 일체의 보증을 하는 것도 아니라면서 구글 측의 행위를 비판하고 있다.

미국작가협회는 구글이 책 2,000만권을 저작권 보유자에게 아무런 언급도 없이 훔쳤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앞선 재판 결과에서 보듯 구글도서가 저작권 위반을 하지 않았다는 쪽이 더 많다. 구글도서와 미국작가협회의 법정 논쟁은 미국 역사상 가장 장기간 계속되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소송이 제기된 2005년 미국작가협회는 구글도서가 발행소 허가 없이 책 목차를 검색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 저작권 위반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구글이 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

하지만 구글 측은 책의 디지털화와 목차 부분은 사용자가 책을 온라인에서 검색 가능하게 된다는 점에서 사회에 유익하다고 주장한다. 또 책의 디지털화는 단순한 복사가 아니라 디지털을 위한 유용한 형태로 변형시킨 것이며 이는 저작권법의 변형적 이용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구글은 또 책을 디지털화해서 목차를 디지털에서 검색 가능하게 한 행위는 목차를 보는 것만으로 책의 내용까지 알 수 없고 페이지에서 단지 짧은 텍스트 조각에 불과하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 법률은 발행소 허락 없이 저작물을 이용해도 공정한 이용으로 인정되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공정 이용(fair use)의 판단 기준은 4가지다. 이용 목적과 성격,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의 성격, 저작물 전체와의 관계, 저작물의 잠재적 이용 또는 가치에 대해 미치는 영향이다.

미국작가협회는 2013년 열린 첫 재판에서 구글에 패배했다. 2015년 열린 2차 재판에서도 구글의 공정 이용을 인정하는 형태가 됐다. 1차 재판 당시 법원은 구글도서의 디지털화와 목차 서비스는 작가와 책을 위해 모두에게 유익할 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이익이 된다고 밝히고 책의 디지털화로 누릴 수 있는 사회 전체의 이익이 영리 기업으로서의 구글을 웃도는 것으로 저작권 위반이 아닌 공정 이용으로 인정한 것이다.

미국작가협회는 기존 저작권법 고안자가 구글 같은 막강한 힘을 가진 기업이나 인터넷 존재를 예견할 수 없었던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서 공정 이용 조항이 영리 기업이 발행소 허가 없이 많은 작품을 디지털화해서 복제, 공개해도 된다는 의도로 생각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또 이런 점에서 기존 저작권법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하지만 원래 저작권법이 마련된 건 저자가 영원히 저작물에서 수익을 얻을 걸 방지하고 과학과 유용한 예술 분야 등에 대한 발전을 촉진시키자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사회 전체를 생각하면 구글도서가 유익한 것이라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목소리가 많다. 미 경제지 포춘은 미국작가협회의 주장은 법적으로 잘못됐을 뿐 아니라 구글 측보다 훨씬 계산적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작가협회를 비판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IT칼럼니스트  b612@glasspad.co.kr

<저작권자 © 테크홀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