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웹사이트를 방문하거나 이메일을 보내면 서버에 액세스한 IP 주소가 남는다. 이를 바탕으로 누가 웹사이트를 방문했는지 혹은 누가 이메일을 보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정보를 하나도 남기지 않고 익명으로 통신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 바로 토르(Tor)다.

토르는 어니언 라우팅(The Onion Routing)의 약자다. 암호화 통신 방식인 어니언 라우팅의 개념이 처음 제안된 건 지난 1995년이다. 미 해군 연구국 ONR(Office of Naval Research) 출자로 개발을 시작한 프로젝트로 1997년에는 미 방위고등연구계획국 DARPA 지원도 받았다. 이렇게 미국 정부 주도 프로젝트로 태어난 게 바로 토르인 것. 물론 토르는 지금까지 많은 후원에 힘입어 개발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는 레딧(Reddit)으로부터 기부도 받았다.

토르 관련 소프트웨어는 지금은 널리 알려졌지만 처음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로 출시된 건 2003년 10월로 어니언 라우팅을 이용한 세 번째 소프트웨어로 만들어졌다.

어니언 라우팅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인터넷에서 주고받는 데이터 보호와 송수신측의 익명성을 보호하기 위해 트래픽을 암호화한 레이어에 숨긴다는 것이다. 토르의 기본 구조는 컴퓨터에서 웹페이지 같은 목적지까지의 통신 경로에 다른 컴퓨터 등 중간 지점을 추가하는 것이다. 통신할 때 많은 릴레이를 거치고 릴레이에 로그를 남기지 않고 심지어 액세스 경로 출구 외에는 모두 암호화되어 있기 때문에 출처가 불분명한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현재 토르 네트워크에는 6,000개가 넘는 릴레이가 존재하고 있다. 토르에 의한 익명 통신의 열쇠 격인 릴레이는 전 세계에 있다. 릴레이는 토르 소프트웨어의 릴레이 기능이 작동하는 컴퓨터를 의미한다. 릴레이는 어느 정도 대역폭을 희생해도 좋다는 자원봉사자가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토르 네트워크는 유지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릴레이 대부분은 또 특별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실행하고 잇는 건 아니다. 단순히 토르 소프트웨어만 동작시키고 있을 뿐이다. 토르 네트워크의 속도와 익명성은 릴레이 수가 많을수록 속도가 빠르고 익명성도 높을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모든 릴레이를 합치면 큰 대역폭을 사용할 수 있어 통신 속도가 빨라지는 데다 여러 지점을 거쳐 익명성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토르는 릴레이 3개를 경유하게 되어 있다. 릴레이 3개는 각각 특정 역할을 맡는다. 먼저 토르 네트워크 입구 부분에 있는 릴레이는 가드 릴레이(Guard Relay). 안정적으로 높은 대역폭을 가진 릴레이를 가드 릴레이도 선정한다. 다음은 미들릴레이(Middle Relay). 가드 릴레이에서 트래픽을 중계하는 역할을 하는 릴레이다. 이 릴레이를 배치하기 때문에 가드릴레이와 출구 릴레이가 서로의 정보를 알지 못하게 된다. 마지막은 출구 릴레이(Exit Relay)다. 출구 릴레이는 토르 네트워크 종단에 위치한 것으로 명칭처럼 통신의 출구 역할을 한다. 출구 릴레이는 최종 목적지로 트래픽을 보내게 된다.

사용자는 토르 네트워크의 입구인 가드 릴레이에서 중간 릴레이를 통해 출구 릴레이에 도착, 최종 목적지인 웹사이트 등에 가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 경로는 여러 릴레이를 조합하게 되는 만큼 일정 시간마다 변경된다. 보통 가드 릴레이나 미들 릴레이는 EC2 같은 VPS 또는 공유 서버에 구축되어 있으며 모두 서버 운영자가 악성 암호화 통신이 없는지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 하지만 출구 릴레이의 경우에는 트래픽을 직접 최종 목적지로 쓰기 때문에 암호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통신하는 만큼 통신 내용을 엿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출구 릴레이 쪽은 드물지만 공격 대상이 되기도 한다. 출구 릴레이 운용자가 가장 힘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토르 네트워크는 릴레이마다 거의 신뢰를 두지 않는 네트워크로 설계되어 있다. 이런 게 가능해진 이유는 바로 암호화 때문이다. 사용자가 토르 네트워크에 연결할 때 어떤 암호화가 이뤄지고 있는지를 더 높은 수준의 관점에서 보면 먼저 사용자가 토르를 사용하면 원 데이터는 암호화된다. 이 암호화는 출구 릴레이에서 해독된다. 다음은 1단계에서 암호화된 데이터는 다시 암호화된다. 2단계 암호화를 해독할 수 있는 건 중간 릴레이 뿐이다. 마지막으로 2중으로 암호화된 데이터를 다시 암호화한다. 이 암호화를 해독할 수 있는 건 가드 릴레이 뿐이다.

다시 말해 토르는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되는 원 데이터를 3중으로 암호화하는 것이다. 또 각각 암호화를 해독할 수 잇는 통신 경로에 위치한 가드, 미들, 출구 릴레이 3개로 이뤄져 있다. 이런 암호화 구조는 원 데이터를 암호화 레이어로 뒤덮은 모습이 마치 양파 같다는 이유로 어니언 라우팅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각 릴레이는 암호화된 데이터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보내지는지를 갖고 있을 뿐이다. 토르는 각 릴레이에 거의 신뢰를 두지 않도록 네트워크 설계를 했다는 것이다. 암호화한 네트워크 설계는 사용자와 릴레이 운영 측 모두에게 유익한 것이다. 사용자 측에서 보면 전송 데이터를 중간에 누가 볼까 염려할 필요가 없고 릴레이 운영 쪽에서 보면 데이터를 볼 길이 없기 때문에 릴레이를 통해 오가는 데이터에 대한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 출구 릴레이에선 모든 암호화가 해제되어 원 데이터를 볼 수 있게 되기 때문에 HTTP와 FTP, 일반 프로토콜 신뢰를 통과하면 데이터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lswcap@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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