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과학진흥협회가 발행하는 잡지 사이언스(Science)가 독자 투표로 결정한 2015년의 가장 위대한 도약을 발표했다. 영상을 통해 투표 1위를 차지한 연구에 이어 차점을 차지한 9개를 함께 모아 설명하고 있다.

먼저 아쉽게 독자 투표 1위를 놓치고 준우승을 차지하는 연구는 효모를 이용해 여러 유전자를 통합하는 기술이다. 유전자 조작한 효모가 있으면 아편과 헤로인을 만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설탕을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로 바꿀 수도 있다.

이어 지난 2013년 남아공 아마추어 탐험가가 동굴 깊숙한 곳에서 발견한 뼈를 통해 연구를 진행, 올해 9월 멸종한 신종 인류인 호모 나레디(Homo naledi)가 이름을 올렸다.

또 심리학 연구자 그룹이 최근 심리학 연구 논문 100개를 재현해본 결과 실험으로 재현 가능 가능한 건 39개였다는 내용도 있다. 원래 논문이 반드시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과학 분야에선 재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있다.

미국에서 1996년 선사시대 인골이 발견된 케너윅맨(Kennewick Man)은 유럽인인지 아메리카 원주민인지 논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케너윅맨은 DNA 조사를 통해 올해 7월 원주민이라는 점이 발표됐다.



여기에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이 개발된 것도 올해 과학사의 큰 업적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지난 2014년 3월 기니 남동부 작은 마을에서 감염자가 발견된 이후 순식간에 확대된 에볼라 바이러스는 온갖 연구 기관이 총력을 기울여 임상 시험을 진행, 효과가 100%인 백신 VSV-ZEBOV를 개발하면서 사태는 수습되어 갔다.

또 림프계는 뇌에 존재하지 않는 게 상식이었지만 올해 6월 발표된 논문은 350년에 걸친 이런 의학 상식을 뒤집었다. 뇌 림프계는 존재하지 않는데 왜 악성 림프종 같은 뇌 질환이 존재하는지가 오랜 수수께끼였지만 버지니아의과대학 연구팀이 우연히 발견한 뇌의 림프 덕에 수수께끼가 풀린 것이다.

한편 올해 7월 탐사선 뉴호라이즌이 명왕성에 최근접, 선명한 사진을 촬영하는 데 성공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이에 따라 얼음으로 덮인 표면이 모습을 드러냈고 위성 닉스와 히드라도 관찰할 수 있었다.

올해는 또 40년 가까이 논쟁을 불러온 맨틀 융기(mantle plume)에 대한 새로운 논문도 발표됐다. 과거 일어난 큰 지진을 모델로 분석한 결과 28개 맨틀 융기 관련 증거를 발견했다. 맨틀 융기는 예측보다 3배 이상인 폭이 800km에 달했다고 한다.

또 입자 하나가 순식간에 멀리 있는 다른 입자에 영향을 미치는 원격작용(action at a distance)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도 확인됐다. 존 스튜어트 벨(John Stewart Bell)이 제창한 벨 이론을 구체화한 실험도 실시됐다.

하지만 올해 가장 큰 발명은 바로 게놈 편집 도구인 CRISPR-Cas9다. CRISPR-Cas9는 DNA 이중 가닥을 절단해 게놈 배열 아무 곳이나 제거하거나 대체, 삽입할 수 있는 기술이다. 게놈 편집을 이용해 말라리아 기생충에 내성을 가진 모기를 만들거나 말라리아 내성 유전자를 99.5%라는 높은 확률로 유전시키는 데에도 성공했다. 말라리아 피해가 사라질 날도 머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물론 동시에 동물 실험이나 윤리적 문제로 인간 유전자 조작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종진 IT칼럼니스트  hanco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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