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항공엔진 개발 기업인 리액션엔진스(Reaction Engines)는 20여 년에 걸쳐 차세대 항공기 엔진을 개발해왔다. 이곳은 기존에 없던 엔진 실현을 앞에 두고 있다.

지난 11월 3일 영국 항공방위 기업인 BAE시스템스(BAE Systems)가 차세대 항공기 로켓 엔진인 세이버(SABRE)를 개발 중인 리액션엔진스 주식 20%를 2,000만 파운드에 취득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보잉과 록히드 같은 항공우주기업을 능가하는 규모를 지닌 BAE시스템스가 종업원 수 75명에 불과한 이 회사에 지분 참여하는 건 이례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에 없던 획기적인 로켓 엔진 실현을 목표로 내건 리액션엔진스 입장에선 BAE시스템스의 기술과 노하우를 얻을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리액션엔진스가 개발 중인 로켓 엔진인 세이버는 지상에서 이륙해서 마하 5.5라는 초음속으로 비행하는 모든 속도 영역을 엔진 하나로 해낼 수 있는 기존에는 없던 성능을 지닌 엔진이다. 그 뿐 아니라 우주 공간에서 사용하는 로켓과 마찬가지로 액체산소를 사용해 마하 25에 달하는 빠른 속도로 비행할 수 있다.

세이버는 제트엔진처럼 회전하는 터빈축이 없고 가볍게 곡선으로 본체 끝에서 흡입한 공기를 후면 로켓엔진에서 연소, 동력을 만들어낸다. 가장 큰 특징은 프리쿨러라고 불리는 공기 냉각 도구다. 초음속 상태가 되면 엔진에 들어가는 공기가 압축되어 고온이 된다. 그 탓에 연료의 연소 효율이 떨어지고 필요한 출력을 얻을 수 없게 된다. 세이버 엔진은 공기 일부를 미리 쿨러로 온도를 낮춰 초음속 영역에서도 충분한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프리쿨러 내부에는 액체 헬륨이 통과하는 좁은 파이프라인이 배치되어 있어 공기 중 열을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다. 초음속 상태에서 압축해도 1,000도 이상으로 가열된 고온은 액체 헬륨이 통과하는 파이프 사이를 통과하는 0.001초 사이에 순식간에 영하 150도까지 냉각된다고 한다. 덕분에 공기에 포함된 산소 밀도를 훨씬 높여 초음속 비행에 필요한 높은 효율을 내는 연소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세이버 엔진을 탑재해 지구 반대편까지 4시간이면 도달할 수 있다는 항공기인 스카이론(SKYLON)의 시험 비행은 오는 2019년 예정이다.

리액션엔진스는 지금까지 20년 넘게 세이버 엔진을 개발해왔다. 지구 대기권을 비행하는 동안에는 공기와 수소 연료를 연소해 추진력을 만들어내지만 속도가 마하 5.5에 도달할 무렵부터는 지구 대기권과 우주 경계에 도달하게 된다. 세이버 엔진은 이 때 제트엔진 모드로 전환, 수소연료와 액체산소를 혼합, 로켓 같은 원리로 비행 상태를 전환한다.

이와 비슷한 구조를 닮은 엔진은 램제트 엔진. 램제트 엔진은 고속 비행을 할 때에는 압축해 고온을 확보하고 여기에 연료를 분사, 연소시켜 추진력을 얻는 구조다. 세이버 엔진과 같은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제대로 작동하려면 일정 조건이 필요하다. 고속 고압으로 공기를 채울 필요가 있는 만큼 램제트 엔진은 정지 상태에선 작동 자체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램제트 엔진을 사용하려면 먼저 기체를 마하3 정도까지 가속할 수 있는 다른 제트엔진이 더 필요하다. 또 마하 5 이상이 되면 연소 효율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비해 세이버 엔진은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 엔진 1개만으로 정지 상태에서 마하25까지 폭넓은 속도 영역을 커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리액션엔진스는 지난 1989년 설립됐다. 지금까지 한정된 예산으로 개발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BAE시스템스가 2,000만 파운드를 출자하고 정부계 금융기관이 6,000만 파운드 자금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기업 가치도 1억 파운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의 마크 토마스 이사는 세이버 엔진이 제트엔진과 로켓엔진의 조합을 시스템 하나로 완벽하게 작동시키게 될 것이라면서 이제 차세대 거대 시장(next big thing)이 될 시작 단계에 와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세이버 엔진의 장점으로 확장성을 들었다. 상황에 따라 크기를 바꿀 수 있다는 것. 실제로 리액션엔진스는 이미 승객 300명 수준인 보잉787급 기체에 탑재할 엔진 연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 회사는 세이버 엔진을 탑재한 항공기는 앞으로 10∼15년 이후 등장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이버 엔진이 등장하게 되면 초음속 비행기의 개념 자체를 바꿔버릴 수도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lswcap@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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