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 선두를 다투는 기업은 많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곳도 많다. 영국 기업인 ARM도 빼놓을 수 없다.

ARM의 전신인 에이컨컴퓨터(Acorn Computer)는 지난 1978년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설립된 회사다. 에이컨컴퓨터는 마이크로컴퓨터로 잘 알려진 메이커로 이 회사가 선보인 에어컨 시스템 1(Acorn System 1)은 1980년 당시 80파운드에 대학 연구용으로 판매됐다. 에이컨컴퓨터는 이후 기능을 개선한 시스템2와 3, 4, 5를 잇달아 개발했다. 이어 가정용 컴퓨터인 에어컨 아톰(Acorn Atom)을 선보인다.

하지만 에이컨컴퓨터가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가정용이 아니라 1980년대 진행된 BBC 컴퓨터 리터리시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마이크로컴퓨터 혁명으로 세계가 변한다는 다큐멘터리 영향을 받아 영국에서 자녀에게 컴퓨터를 잘 다루는 능력을 익히기 위해 진행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 사용된 마이크로컴퓨터가 에어컨컴퓨터의 프로톤(Proton)이다.

프로톤은 BBC 마이크로(BBC Micro)라는 이름으로 판매된 것으로 에어컨은 일약 영국 내 교육용 컴퓨터 시장 점유율을 독점하게 된다. 이 때 BBC 마이크로는 영국 내 학교 80%에 도입된다.





이 무렵 에이컨컴퓨터는 정보화 시대에 대비해 미래를 재설계할 계획을 세운다. 당시 에이컨컴퓨터는 직원 400여 명 정도로 칩을 만들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외부 프로세서는 구입할수록 성능은 만족할 수준에 도달하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주목한 게 UC버클리가 진행하던 RISC 프로젝트였다.

RISC 프로세서는 명령수를 줄이고 회로를 단순화해서 연산 고속화를 도모한 아키텍처다. 여기에서 바로 ARM(Acorn Risc Machine) 아키텍처가 태어나게 된다. 에이컨컴퓨터는 ARM 시리즈를 자체 개발한 PC인 에이컨 아르키메데스(Acorn Archimedes)에 탑재한 데 이어 애플이 개발하던 PDA인 뉴튼의 프로세서를 공동 개발하면서 프로세서 개발 부문을 독립시켜 ARM을 설립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한 ARM의 ARM 아키텍처는 수많은 RISC 아키텍처 중에서도 저전력에 강점을 지니고 있어 스마트폰 같은 임베디드 시스템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한다. 예를 들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프로세서로 자주 이용되고 있는 퀄컴 스냅드래곤은 ARM의 코어텍스-A(Cortex-A) 시리즈 코어가 사용되고 있다. 또 애플 제품에 사용되는 A9와 A9X 같은 애플 Ax 칩도 ARM 아키텍처를 사용한다. 보통 애플 아이폰이나 삼성전자 갤럭시 같은 제조사의 제품을 자주 거론하지만 이들 프로세서에는 모두 ARM이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압도적인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ARM이지만 윈텔 진영의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반격을 그냥 바라보기만 하는 건 아니다. 몇 년 전부터 스마트폰 이외 제품 비율을 40%까지 늘렸으며 페이팔 같은 곳의 서버나 게임용 등에서도 사용되는 저전력이 아닌 제품도 만들고 있다. 자사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지만 앞으로도 ARM이 시장을 얼마나 이끌어가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lswcap@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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