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마이크로소프트는 갑자기 리눅스를 사랑한다고 말했을까.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최주열 이사는 자사의 OSS(Open Source Software) 전략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이런 마이크로소프트의 모습이 그간의 입장과는 배치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OSS 전략이 수면 위로 본격화된 건 지난 5월 열린 개발자 컨퍼런스인 2015 빌드(Build) 행사 이후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후 SCI(commercial software initiative), 상용 소프트웨어를 다루던 팀을 OSS라는 전혀 다른 분야로 전환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리눅스를 사랑한다(Microsoft love Linux)” 사진은 이런 마이크로소프트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줘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이전 세대와는 다른 오픈소스 에코 시스템을 취하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 것.





하지만 최 이사의 설명을 빌리면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소스에 ‘급고백’을 한 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2004년 이후 10년 이상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기여를 해왔다는 것이다. 2007년 삼바(Samba) 프로젝트, 2008년 아파치 QPID(Apache QPID)와 하둡 내 H베이스(Hbase)에도 코드를 헌정했다. 눈길을 끄는 건 2009년 리눅스 커널에 들어가는 소스 코드 2만 줄을 마이크로소프트가 헌정했다는 것이다. 올해 화두로 떠오른 도커(Docker)에도 가장 많은 코드 헌정을 한 인물은 마이크로소프트에 있다는 설명이다. 최 이사는 한국MS 백승주 부장을 예로 들며 국내에서도 도커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고 설명을 곁들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에는 비주얼스튜디오를 이용해 리눅스를 편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코드 에디터를 공개하기도 했다. 최 이사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 10년 동안 깃허브 등을 통해 OSS 관련 프로젝트만 1,600개를 공개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플랫폼인 마이크로소프트 애저(Microsoft Azure)에서도 가상머신 4개 중 1개는 리눅스가 돌고 있다면서 우분투와 센트OS, 레드햇과 오라클리눅스 등 리눅스 같은 오픈소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5∼40%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경쟁 관계라고 할 수 있던 레드햇과 솔루션 공급 제휴를 맺기도 했다. 이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에서 RHEL(Red Hat Enterprise Linux)을 제공하고 반대고 RHEL에 닷넷 기술을 포함하게 됐다.

최 이사는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내 오픈소스 시장을 보면 앞으로 2∼3년 안에 오픈소스 비즈니스 규모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이런 시장 확대가 마이크로소프트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소스 행보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우분투와 도커, 수세 등은 물론 마이SQL과 몽고DB 같은 데이터베이스, 파이썬이나 자바 같은 웹 프레임워크,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관련를 위한 오픈소스 기반 기술을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기반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 리눅스 생태계를 포함한 데이터센터, 언어와 도구 등을 포괄한 개발자 생태계, 데이터베이스를 비롯한 빅데이터까지 큰 틀에서 이들을 모두 포괄하는 오픈 어프로치(Open Approach)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마이크로소프트를 예로 들면 이미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국내 고객사 가운데 30% 이상은 OSS 기반이라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스타트업 등 OSS 파트너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솔루션을 개발하는 단계에서 출시 전략, 홍보와 마케팅 지원을 포함한 것이다. 파트너 에반젤리스트가 기술 지원을 맡고 해외 진출을 하려는 기업을 대상으로 공식 블로그나 트위터 등을 통해 소개를 하거나 백엔드만 OSS 기반이라도 위도스토어 기반 앱을 개발하면 윈도스토어 피처링을 돕는 등 다양한 마케팅 지원을 포함하고 있다. 또 클라우드 진단 컨설팅과 플랫폼 마이그레이션을 위한 기술 지원도 하고 있다.

개발자 플랫폼 사업부 이건복 이사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한국모바일게입협회와 공동으로 윈도스토어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 모색하는 등 게임 등 다양한 분야를 대상으로 OSS 파트너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이전부터 실시해왔던 비즈스파크(BizSpark) 프로그램도 계속 진행 중이다. 창업 3년 이하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와 기술, 마케팅 지원을 하고 인지도 상승에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를 내건 글로블 프로그램이다.

최 이사는 애저 내에서의 OSS로 도커와 하둡, 데브옵스, 사물인터넷 등을 들었다. 주목받는 사물인터넷의 경우 결국 기반은 클라우드다. 또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삼는다. OSS 전략은 이 시장을 품기 위한 것이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측은 OSS 파트너 지원 프로그램 소개 막판에 오월동주(吳越同舟)라는 고사성어로 지금의 상황을 소개했다. “어려운 상황에선 원수라도 협력하게 된다”는 것이다. 적절한 비유일 수 있겠다. 전임 회장인 스티브 발머는 리눅스를 두고 “암적인 존재이며 유닉스를 흉내낸 모조 운영체제”라고 비난하지 않았나. 하지만 이젠 마이크로소프트도 의도와 관계없이 더 이상 오픈소스라는 실체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건 분명하다. “암적인 존재”와 손을 잡았다는 게 증거다.

이석원 기자  lswcap@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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