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지난 9월 30일 발표한 넥서스5X와 넥서스6P, 픽셀C 같은 제품은 물론 애플의 아이폰6s 같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는 발표 순간까지 비밀 속에 휩싸여 있다. 정보 유출 위험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어떻게 비밀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특정 상표를 사용하려면 가능하면 빨리 상표 출원을 해야 한다. 하지만 어떤 상표가 출원되어 있는지 여부는 공개 정보다. 누구나 검색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미국은 사용주의를 바탕으로 삼는다. 상표를 사용하고 있다면 일정 지역에서 권리가 발생하는 구조인 것. 따라서 상표를 등록하기 전에 오히려 사용하고 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기업은 상표를 타인에게 노출되지 않으면서 출원하기 위해 1946년 제정된 연방 상표법인 랜햄법(Lanham Act) 제44조를 활용한다. 랜햄법 제44조는 미국에서 상표가 출원되기 전에 동일 상표가 해외에서 출원된다면 그 날짜가 우선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출원된 날짜가 5월이라도 다른 국가에서 2월에 출원을 한 상태라면 해당 상표는 2월부터 미국 내에서도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해외 출원 기일은 6개월 이내여야 하는 조건이 붙는다.

이에 따라 구글이나 애플 같은 기업은 통가나 자메이카, 트리니다드토바고 같은 국가를 자주 이용한다. 이들 국가는 출원 정보를 온라인으로 공개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곳이라면 애플이 지금 어떤 상표를 출원 중인지 여부를 찾을 수 없다. 덕분에 몇 달 뒤 미국에서 출원할 때까지 들키지 않는 것이다. 더구나 애플 같은 회사는 외국 출원을 위해 페이퍼컴퍼니까지 만들어 더 찾기가 어렵다.

실제 사례를 보면 아이팟은 2001년 8월 31일 스위스에서 출원했지만 제품 발표일은 10월 23일이었다. 애플TV 역시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2006년 11월 13일 출원했지만 실제 발표일은 2007년 1월 9일. 구글 크롬캐스트는 2013년 6월 5일 통가에서 출원했지만 발표일은 7월 24일, 안드로이드 페이 역시 통가로 올해 2월 23일 출원했고 발표일은 5월 28일이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lswcap@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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