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 리들리 스콧이 메가폰을 잡고 맷 데이먼이 주연을 맡은 마션(The Martian)은 앤디 위어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삼은 영화. 2030년 우주비행사가 붉은 행성, 화성으로 여행하는 시대를 맞아 화성에 남겨진 우주비행사의 얘기를 담고 있다.

이 SF 영화는 물론 어디까지나 영화적 상상이지만 등장 기술 자체는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가 이미 개발 중인 게 많다.





먼저 주거 환경. 주인공인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 분)는 상당 시간을 거주 모듈인 허브에서 보낸다. 나사의 존슨우주센터는 미래 우주인을 위해 HERA(Human Exploration Research Analog)에서 생활하는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HERA는 독립된 환경에서 우주에서 닥칠 상황을 작업이나 거주, 위생 등으로 나눠서 시뮬레이션한다. 모듈 내부에서 수행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지며 14일 공동 생활을 하게 된다. HERA는 국제우주정거장 미션 시뮬레이션을 위해서 사용되기도 했다.





다음은 재배. 화성에 있는 우주비행사는 지구에서 식량을 의존할 수 없다. 재배 시설이 필요한 것이다. 영화 속에서도 주인공은 허브를 자급자족 농장으로 바꾼다. 국제우주정거장에는 이미 베지(Veggie)라는 우주 농장 시설이 있다. 빨간색과 파란색, 녹색 3가지 빛을 이용해 신선한 음식을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나사는 미래에는 화성에 갈 우주비행사의 요구에 맞게 키울 수 있는 작물 양과 종류를 늘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다음은 물이다. 화성에는 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주인공은 수분 부족으로 죽지 않게 모든 지혜를 동원한다. 실제로 국제우주정거장은 땀 한 방울이나 눈물, 소변조차 낭비하지 않는다. 환경제어생활지원시스템(Environmental Control and Life Support System)을 이용해 모든 수원에서 물을 회수, 재활용하는 것이다. 그 뿐 아니라 물 재생 시스템(WRS. Water Recovery System)을 이용해 물을 여과해 재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시스템은 원심분리기다. 기체와 액체는 지구상처럼 분리되지 않는 만큼 물 회수를 위한 새로운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혼합 무기질과 유기물 제거 필터도 곁들였다.

다음은 산소. 영화 속 주인공은 허브 내에 마련된 산소공급기를 활용한다. 국제우주정거장은 호흡할 수 있는 공기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산소 발생 시스템을 이용한다. 이 시스템은 전기 분해를 한다. 물 분자를 그 원자인 산소와 수소로 분리하는 것이다. 수소는 우주로 배출하거나 대기 부산물로 물을 만들어내는 사바티에 시스템(Sabatier System)에 보내진다. 나사는 이 시스템을 더 정교하고 효율적으로 개선하려 하고 있다.





다음은 우주복이다. 주인공은 화성에서 매일 대부분을 우주복을 입고 작업을 하면서 보낸다. 따라서 쾌적하고 안정성과 유연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 나사는 화성에서 착용할 수 있는 우주복을 위해 지표에서 도보, 암석 표본 채집까지 모든 활동을 고려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우주복의 새로운 프로토타입은 Z-2나 프로토타입 익스플로내이션 수트(Prototype Exploration Suit)라고 불리며 내구성과 유연성과 타협하면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개선을 계속할 예정이다.

또 화성에서 닥칠 큰 문제 가운데 하나는 이곳에서 발생할 먼지가 될 수 있다. 선외 활동 후 허브 내부에 이런 먼지가 반입되면 우주선 내 기기에 손상을 줄 수도 있다. 프로토타입은 이런 문제를 피하기 위해 외부에 우주복을 남겨두고 우주선 내부로 빠르게 들어올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다음은 로버다. 지표 탐사나 먼 곳을 가려면 우주비행사는 견고하면서도 신뢰할 만한 다목적 로버가 필요하다. 나사는 복잡한 지형에서도 이동할 수 있는 차량을 개발 중이다. 다용도 우주탐사선 MMSEV(Multi-Mission Space Exploration Vehicle)가 그것. 이 기술은 미래 소행성과 달 미션 같은 다양한 우주 탐사를 지원하게 된다. 차량은 작업 시스템 외에 바퀴 6개를 갖추고 있다. 이 가운데 하나가 펑크 나도 해당 바퀴를 들어 올리고 나머지로 주행을 계속 할 수 있다.





다음은 이온 엔진. 주인공을 화성에 데려간 우주선에 있는 건 바로 이온 엔진이다. 아르곤이나 크세논 같은 전하를 띤 가스가 이온을 40만km/h 이상 속도로 배출해 우주선에 추진력을 전달해주는 것이다. 일종의 가벼운 산들바람 같지만 몇 년 동안 계속 가속해 우주선은 엄청난 속도에 도달하게 된다. 높은 조종 성능을 보장하는 것도 장점 가운데 하나다.

이 기술은 탐사선인 던(Dawn)이 4만km/h 이상 속도에 도달해 5년 만에 왜행성인 세레스와 베스타에 도착하는 데 활용됐다. 나사는 그동안 NEX(Evolutionary Xenon Thruster) 진화형 제논 로켓 개발을 진행해왔다.

다음은 솔라패널. 주인공은 화성에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태양전지 패널을 이용한다. 국제우주정거장에는 40개 이상 공간을 위한 전력 충당용으로 충분한 84∼120kW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태양전지 패널이 있다. 인류를 가장 멀리 데려갈 우주선도 미래 임무에서 태양전지 패널을 이용해 예비 에너지를 모으게 될 것이다. 태양빛을 이용해 선내에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충전을 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RTG(Radioisotope Thermoelectric Generator), 방사성동위원소 발열발전기다. 40년 넘게 나사는 RTG라고 불리는 플루토늄 238의 자연 방사성 붕괴 도중 발생하는 열을 전력으로 변환하는 우주용 배터리를 이용해왔다. 나사의 화성 탐사선인 큐리오시티도 이를 이용한다. 영화는 RTG의 플루토늄을 기반으로 한 전력원이 허브에서 떨어진 곳에 묻혀 있는 것으로 나온다. 만일 방사선이 유출될 경우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현실은 조금 다르다. 화성 자연 환경 자체가 RTG보다 훨씬 높은 방사선량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RTG는 주로 알파선을 방출하는데 이는 짧은 거리 공중으로 이동할 뿐 아니라 인간의 피부 속으로는 침투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주에서 화성으로 쏟아지는 이온화 방사선은 인간의 건강에 큰 위협적 존재다. 우주비행사를 보호하는 시스템도 현재 연구 중이다. 미래 전력 공급 시스템은 어쨌든 더 효율적인 방사성동위원소, 태양전지 시스템과 연료 전지, 핵분열 반응을 이용한 기술을 활용하게 될 것이다.

이석원 기자  lswcap@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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