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아이패드프로 출시에 맞춰 애플은 펜 모양을 한 입력장치인 애플펜슬(Apple Pencil)을 내놓는다. 지금까지 펜 형태 스타일러스에 부정적으로 알려져 왔던 애플이 라인업에 애플 펜슬을 추가한 배경에는 기존 제품에선 할 수 없던 새로운 가치 창조가 숨겨져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요즘 주위에서 흔히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전신 격인 PDA를 사용하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화면을 조작하거나 문자나 그림을 그리는 일은 스타일러스를 이용했다. 화면은 손가락이 아니라 펜으로 터치하고 조작했던 것이다. 손바닥만한 PDA를 들고 스타일러스로 화면을 조작하는 모습은 당시에는 첨단 이미지 그대로였다.

하지만 2007년 열린 애플 맥월드에서 발표된 초대 아이폰은 이런 모습을 바꿔놓기 시작했다. 멀티터치 조작이 가능하고 손가락으로 작업 효율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린 아이폰은 손가락 조작을 전제로 설계한 단말. 스타일러스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세일즈 포인트로 삼았다. 당시 CEO였던 스티브 잡스는 기조연설에서 “누가 스타일러스 따위를 갖고 싶어 하냐”는 발언은 지금도 회자될 만큼 유명하다.



이렇게 잡스는 강한 어조로 스타일러스가 불필요하다는 발언을 한 뒤 가장 뛰어난 입력 장치가 있다면서 도구 없이 손가락으로 직접 조작할 수 있는 아이폰을 화려하게 데뷔시킨다. 스마트폰 대중화의 원점이 된 건 물론이다.

잡스의 발언은 물론 아이폰의 우수성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하지만 강한 표현으로 부정한 펜 입력 장치를 라인업에 추가한다는 건 애플에게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떤 점에선 과거를 부정하면서까지 애플 펜슬을 등장시킨 배경은 뭘까. 여기에는 진화를 거듭하는 단말 기술이 자리잡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007년과 2015년의 가장 큰 차이는 터치 조작에 사용하는 기술 구조가 다르다는 것이다. 2007년 당시 기존 단말은 손가락 터치 감지를 위해 저항막 방식, 그러니까 필름 2개를 이용한 방법이 일반적으로 쓰였다. 저항막 방식은 1점 이상 탐지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2007년 등장한 아이폰은 정전식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이전과는 전혀 다른 특성을 실현했다. 터치 여러 개를 동시에 검출할 수 있는 멀티 터치 능력이 그것이다. 멀티 터치는 스마트폰의 조작성을 크게 끌어올렸다. 이제 어떤 스마트폰으로도 두 손가락을 이용해 핀치아웃이나 화면 회전, 멀티 터치를 가능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서 정전식 멀티터치 감지 기능이 얼마나 중요한 기술인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뛰어난 기술을 탑재해 잡스는 스타일러스와 결별하고 손가락을 이용한 직관적인 조작성을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이식했다. 지금은 당연한 듯한 정전식이지만 이 기술이 세상에 널리 퍼지게 된 건 아이폰을 중심으로 한 스마트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12.9인치라는 큰 화면을 갖춘 아이패드프로 정도가 되면 다른 사고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생긴다. 비교적 좁은 영역에 표시되는 스마트폰에 비해 A5 종이 크기 노트북보다 큰 화면을 갖춘 아이패드프로는 게임과 영화는 물론 문서를 만들거나 키보드 커버인 스마트키보드(Smart Keyboard) 등을 이용해 화면에 키보드에 빼앗기지 않고도 문서를 만들 수 있다.





또 큰 화면을 이용해 그래픽 편집을 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래픽 업계에서 와콤이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아이패드프로는 전용으로 개발한 애플 펜슬과 함께 이용하면 이런 펜과 태블릿을 결합한 형태와 달리 태블릿 화면에서 직접 펜으로 편집하는 게 가능해진다.

애플 펜슬은 조작을 하면 지연시간이 적게 설계했고 펜촉 압력에 따라 선 굵기를 바꾸거나 펜 기울기나 선 색조를 바꿀 수 있는 등 고급 작업도 가능한 실용성을 갖췄다. 이런 점은 애플 펜슬이 단순히 아이콘을 클릭해 이메일이나 여는 정도가 아닌 그 이상의 장치를 위한 것이라는 걸 말해준다.

지난 몇 년 동안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트렌드는 대화면화였다. 애플은 이런 흐름을 선점하는 게 아니라 2단계 정도에 진입해 장점을 활용하고 대처하는 데 성공하려는 진입 프로세스를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과연 애플의 펜 입력 장치인 애플 펜슬 투입이 애플이나 시장에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lswcap@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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