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우주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실제로 우주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알 수 없는 에너지와 물질로 넘치는 우주지만 이런 우주의 25%는 암흑물질(dark matter)이라고 불리는 수수께끼의 물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행성 같은 것도 우주 입장에서 보자면 작은 점에 불과하다. 나머지 요소는 지금까지 아무도 본 적이 없는 에너지이거나 물질이 차지한다. 몸에서 집, 차, 지구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눈으로 볼 수 있는 물질은 원자로 구성된다. 원자 대부분은 섬세한 입자로 분해할 수 있다. 물질을 구성하는 단위인 원자의 존재를 인간이 깨닫게 된 건 20세기의 일이다.

처음에는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의 주요 성분을 발견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1933년 스위스 천문학자인 츠비키(Fritz Zwicky)가 우주 대부분은 다른 것으로 형성되어 있다면서 처음으로 암흑물질의 존재를 주장했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이 원자로 이뤄져 있다는 생각을 부정한 것이다.

그는 은하 밝기를 측정해 별 1개 밝기와 질량을 계산했다. 계산 결과 관측 가능한 물질만으로는 은하를 형성하는 데 충분한 중력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또 은하가 빙글빙글 고속 회전하고 있다는 것도 관측한다. 츠비키는 이를 통해 관측할 수 없지만 은하를 한 곳에 모아두는 뭔가 강력한 것이 존재한다고 확신한다. 그는 이 미지의 물질을 다크(Dark)라고 명명했지만 당시 과학자나 천문학자는 이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그의 주장은 거의 잊혀진 상태였다. 하지만 천문학자인 베라 루빈(Vera Rubin)이 직구에서 가까운 은하가 제대로 회전하지 않는 은하 회전 곡선 문제를 발견한다. 태양계에는 간단한 규칙이 적용되어 있다. 태양으로부터 먼 곳에 있는 행성은 중력이 약해지고 느리게 움직여 궤도도 길어진다는 것이다. 같은 이론을 다른 은하 내 행성 궤도에 적용하면 중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별은 중력이 약해 느리게 움직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루빈이 찾은 은하는 중심에서 가장 먼 거리에 있는 별이 다른 별만큼이나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 같은 속도로 회전하려면 별이 은하에서 빠져나오지 않게 어떤 힘이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 어떤 힘의 정체가 암흑물질일 것으로 추측했다. 이에 따라 암흑물질의 존재를 인정받게 된 것. 그리고 지금은 천문학자 대부분은 우주를 형성하는 기초가 암흑물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암흑물질은 우리가 직접 눈으로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그곳에 있는지 알고 있다는 점에서 바람과 비슷한 존재로 비유할 수 있다. 이런 암흑물질은 전체 우주 중 25%를 구성하는 물질로 간주된다. 전체로 따지면 우주를 구성하는 요소 중 30%는 물질이다. 이 가운데 5%는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원자로부터 완성된 물질, 나머지 25%는 암흑물질로 보고 있다.

1980년대까지 암흑물질이 존재한다는 증거 데이터가 쌓였다. 1981년 하버드대학 마크 데이비드 박사 연구팀이 은하 조사를 실시, 은하는 일정한 형태로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또 수십만 개에 이르는 은하가 거대한 덩어리처럼 모여 거미줄 같은 거대한 구조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은하끼리 연결하는 건 암흑물질로 간주하게 됐다.

인간은 암흑물질을 직접 볼 수 없지만 암흑물질이 가진 빛의 회절이라는 성격을 통해 존재를 인식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수영장에 닿은 빛의 회절 현상과 닮아 중력 렌즈 효과라고 한다. 이를 응용해 우주 어디에 암흑물질이 존재하는지를 나타내는 지도를 만들기도 한다. 이 지도를 만드는 연구팀은 우주 중 8분의 1을 맵핑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지구가 속한 은하계만 해도 수십억 개에 달하는 별이 존재하는 만큼 우주 중 8분의 1이라면 수백만 은하에 달한다.



이렇게 암흑물질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존재하지만 인간은 암흑물질에 대한 대략적인 개요 정도밖에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어떤 물질인지는 전혀 모르는 상태인 것. 지금까지 가장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건 암흑물질은 신종 입자로 이뤄져 있으며 이론으로 예측할 수 있지만 감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 신종 입자는 WIMPs(Weakly Interacting Massive Particles)라고 한다. 물론 인간은 인식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WIMPs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인 동시에 감지 불가능한 신종 물질로 정의되어 있다.

물론 암흑물질의 존재를 부정하는 쪽에선 만유인력의 법칙의 잘못 탓이라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수정 뉴턴 역학(Modified Newtonian Dynamics)이 그것이다. 만유인력의 법칙이 잘못 탓에 정체 모를 물질을 정의하게 됐다는 것이다. 다만 이 생각도 암흑물질의 대안으로 간주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중력에 관한 새로운 법칙을 주장하려면 아인슈타인보다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암흑물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설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수정 뉴턴 역학도 이 점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현재 암흑물질을 인식하는 방법 중 하나는 우주에서 암흑물질 작용을 관찰하는 것. 암흑물질이 어디에 존재하는지 나타낸 지도를 이용해 천문학자들은 암흑물질이 충돌할 타이밍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암흑물질은 보통 물질은 통과해버리지만 드물게 통과 중 원자핵과 충돌할 수 있다. 이 때 원자핵은 수영장에 뜬 공을 걷어찰 때처럼 반사되면서 높은 에너지의 감마선이 생성된다. 이를 관찰하자는 것이다.

2014년 나사의 페르미 감마선 우주망원경 데이터를 이용해 암흑물질과 원자핵 충돌에 의해 발생한 감마선을 감지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은하계에서 나오는 빛나는 감마선은 암흑물질과 원자핵 충돌로 인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논리적으로는 합리성을 갖췄지만 여전히 감마선이 암흑물질에서 발생한 것인지 여부를 설명하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상태다. 암흑물질은 여전히 수수께끼 속에 남아 있는 것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IT칼럼니스트  b612@glasspad.co.kr

<저작권자 © 테크홀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