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면역 체계 세포를 파괴하고 급기야 죽음으로 내모는 에이즈(AIDS)는 완치가 어려운 질병으로 간주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다르면 에이즈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인 HIV가 약화되어 거의 무해해질 날이 올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가속시킬 수 있게 일부 항암제가 몸속에 잠든 HIV를 사멸시키는 효과를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는 것도 밝혀졌다.

이미 에이즈 치료 현장에선 항레트로바이러스 약물을 이용해 HIV 증식을 억제, 질병 진행을 억제하는 방법이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질병 진행을 억제하는 것일 뿐 완치가 된다는 건 아니다. 또 활성화 전에는 HIV 환자 체내에서 조용히 모습을 감추고 있는 탓에 약물을 이용한 대책을 효과적으로 쓸 수 없어 완치가 어렵다는 문제도 있었다.

UC데이비스 연구팀이 면역학 국제 학술지인 플로스 패서전스(PLOS Pathogens)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자외선이 원인인 피부암을 억제하는 약물을 포함한 PEP005라는 물질을 조사한 결과 모습을 감추고 있던 HIV를 다시 활성화시키는 데 큰 효과를 나타낼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HIV에 대한 대처 방법으로는 킥앤킬(kick and kill)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당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휴면 상태로 인체 속에 모습을 감추고 있던 HIV를 강제로 활성화시킨 다음 여기에 약물을 투여해 HIV를 죽이는 것이다. 여기에서 문제는 HIV를 활성화시키는 킥(Kick)이다.

연구팀은 HIV 감염 환자 13명에게 채취한 면역 체계를 바탕으로 배양한 세포에 PEP005를 넣어 효과를 확인했다. 그 결과 PEP005는 휴면 상태에 있던 HIV를 활성화시키는 높은 효과가 있다는 것.

연구팀은 HIV 활성화에 효과를 줄 훌륭한 후보 약물을 찾았다는 점, 그리고 이 약이 이미 실제 의료 현장에 쓰이고 있는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에이즈 치료를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HIV 양성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검증이다. 연구 결과에 따라서 HIV 치료 가능성이 있는 약물로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PEP005는 FDA의 승인을 받은 약이지만 HIV 치료제로서의 안전성을 확인하려면 아직 검증에는 한참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IT칼럼니스트  b612@glassp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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