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폴리(Monopoly)는 직접 해보지 않았더라도 누구나 이름은 한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법한 대표적인 보드 게임이다. 이 게임은 1935년 파커브라더스(Parker Brothers)가 출시했다. 모노폴리는 규칙도 너무 복잡하지 않고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이지만 이 보드 게임 탄생 이면에는 복잡한 사정이 숨어 있다.

모노폴리가 출시된 건 앞서 설명했듯 1935년이다. 모노폴리의 바탕이 된 건 엘리자베스 매기(Elizabeth Magie)가 1904년 선보인 지주게임(The Landlord's Game)이다. 이 게임은 인기를 끌었고 매기는 특허까지 취득했다. 그가 지주게임을 만든 데에는 자본을 독점하는 당시 사회 정세에 반대하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따라서 지주게임은 자본을 독점한 사람이 승자가 되는 규칙 뿐 아니라 자본을 참가자 전원에게 분배하는 지금의 득점과는 정반대인 규칙을 담은 2가지 세트를 포함하고 있었다.

지주게임에 대한 평판이 높아질 즈음 매기가 특허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같은 이름에 다른 게임이나 규칙 혹은 이름을 변경한 것까지 출시된 적도 있다.





이렇게 비슷한 게임이 팔리고 있었지만 모노폴리의 근원이 된 지주게임을 선보인 건 매기다. 하지만 파커브라더스는 1935년 처음으로 일반 판매에 들어간 모노폴리 설명서에 찰스 대로우라는 인물이 1929년부터 발생한 대공황 기간 중 만들었다고 적었다. 당시 잡지마다 대로우가 모노폴리 고안자라는 것과 대공황에도 부자가 된 미담이 유포되기도 한다.





대로우는 파커브라더스에 모노폴리를 매각한 인물이다. 매기가 아니라 대로우가 매각을 하게 된 데에는 복잡한 일이 얽혀 있다. 지주게임을 즐기던 윌리엄스대학 재학생이던 댄 레이맨(Dan Layman)이 게임 규칙을 바꿔 파이낸스(Finance)이라는 게임을 출시하게 된다. 이 게임을 알게 된 대로우는 첫 눈에 관심을 보였고 규칙을 정리한 사본을 달라고 요청한다. 결국 대로우는 규칙이 바뀐 파이낸스를 더 개조해 모노폴리를 자체 제작해 출시하게 된다.

대로우가 출시한 모노폴리는 순식간에 인기를 얻지만 대량 주문을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파커브라더스에 매각을 제의하게 된다. 파커브라더스는 모노폴리에 관심은 있었지만 플레이 시간이 너무 길고 규칙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협상은 결렬된다.





하지만 모노폴리의 인기가 치솟자 파커브라더스는 대로우에게 플레이 시간을 줄이는 등 규칙을 몇 가지 추가하자는 역제안을 한다.

다시 말하자면 세계에서 처음으로 일반 판매된 모노폴리의 기원을 따라가면 매기의 지주게임이 되지만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버전인 셈이다. 물론 이 얘기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고 일반적으론 설명서에 나온 대로 대로우가 모노폴리의 개발자라는 말이 널리 퍼지게 된다.

파커브라더스가 판매한 모노폴리는 미국에서 화제를 불러 모은다. 출시 당시에는 매주 2만 개를 생산해야 할 정도였다고 한다. 모노폴리의 인기는 그칠 줄 몰라 파커브라더스는 영국에서 독점 판매하는 저작권을 1936년 취득, 국외 판매를 시작한다.

이렇게 모노폴리의 기원 격인 게임을 만든 매기의 존재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매기는 1948년 타계한다. 모노폴리는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문제가 발생한다. 1973년 랄프 안스팍(Ralph Anspach)이라는 경제학자가 안티모노폴리(Anti Monopoly)를 출시한 것이다. 당연히 모노폴리의 저작권자인 파커브라더스는 안티모노폴리가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판매 금지를 요구하고 안스팍을 상대로 재판을 건다. 고소를 당한 안스팍은 자료를 수집하던 중 모노폴리의 원작 격인 보드 게임을 발명한 게 파커브라더스에 모노폴리를 판매한 대로우가 아니라 매기라는 점을 찾게 된다. 안스팍은 지주게임을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의 이야기와 이를 정리한 자료를 재판에 제출했다.

하지만 파커브라더스는 매기가 보유하고 있던 지주게임 특허를 인수하는 한편 지주게임에서 파생된 파이낸스를 비롯한 유사 보드 게임을 모두 매입했다. 파커브라더스가 매기에게 지불한 금액은 500달러로 지주게임의 이름이나 규칙을 변경하지 않는 조건이 포함되어 있었다. 매기는 판매에 적극적이었는데 이유는 큰 회사에서 나오면 더 많은 사람이 즐길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인스팍은 미국의 특허는 출원일로부터 20년 또는 특허 부여일로부터 17년 중 늦게 종료되는 기간까지 존속기간이 되는 만큼 모노폴리는 공개 도메인(Public Domain)이라고 주장했다. 재판의 쟁점은 다시 독점인지 공개인지 여부로 옮겨가게 된 것이다.

인스팍과 파커브라더스의 재판은 무려 10년이나 이어졌다. 파커브라더스는 시중에 퍼진 얘기와 다른 모노폴리의 뿌리가 있다는 사실이 세상에 퍼지는 걸 두려워했고 결국 인스팍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다. 하지만 인스팍은 이를 거부했고 파커브라더스는 결국 독점 상표를 유지하되 회사 라이선스 하에 안티모노폴리의 판매를 독점 허용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lswcap@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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