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전문가와 기자들이 과소유 시대에 새로운 소비 문화라며 공유 경제를 장밋빛 미래로 소개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 공유 경제는 장미가 맞다. 하지만 알고 보니 날카로운 가시를 품은 흑장미였다.

청년 실업, 고령화 등으로 사회에 많은 잉여 인력이 발생하고 있다. 세계 금융 위기와 소비 수축으로 보유 자산에 대한 가치가 떨어지거나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잉여 인력과 잉여 자원으로 인해 아무도 참여하지 않을 것 같았던 공유 경제에 불이 붙으면서 오히려 기존 경제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자본주의 관점에서 공유 행위는 매출 기회 소멸에 의한 경제 규모 수축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또 공유 경제는 기존 경제 규제나 법과 대치되는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기존 숙박업이나 운송업 종사자 같은 사회적 약자의 생계를 위협하거나 공정치 못한 게임을 하게 되면서 발생한다.

에어비앤비는 비어 있는 방을 빌려주자는 의도와 다르게 오피스텔 방 5∼6개를 미리 월세로 확보한 뒤 사람들에게 일세를 받아 이득을 취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도 내지 않는다. 우버엑스는 갖고 있는 차를 이용해서 목적지까지 같이 가자는 의도와 다르게 비싼 택시 라이선스 획득 비용과 시간을 우회해 렌터카에서 차를 빌려 대리기사에게 운전을 시키는 돈벌이 수단으로 바뀌었다. 그러다 보니 우버가 목표로 한 차별화 서비스가 퇴색되고 기존에 불편했던 택시 서비스가 반복되고 있다.





퀵스타터나 인디고고는 돈이 없고 대출이 어려운 벤처나 중소기업에게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그럴 듯하게 포장된 실현 불가능한 사업계획서를 올리고 프로젝트 연기나 취소로 후원자에게 피해를 주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트랜스퍼와이즈는 복잡하고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는 해외 송금을 저렴하고 간편하게 해준다고 시작했지만 환치기나 자금 세탁의 유용한 도구로 쓰이게 될 수 있다.

결국 많은 경우 공유 경제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경제의 가치사슬이나 산업 구조를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시장을 잠식하면서 제로섬 게임으로 가고 있고 기존 규제나 법과 대치하면서 정부와 싸우거나 사회적 혼란을 유발시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 공유 경제도 승자독식 게임=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공유 경제가 현대판 품앗이가 아닌 승자독식 게임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공유 경제를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IT가 꼽히는데 이 IT 기술로 인해 한계비용 제로가 가능해졌다.

또한 양면 시장에서 상호 니즈를 실시간으로 연결시켜 줄 수 있게 됐으며 판매자와 구매자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평판 관리가 가능하게 됐다. 이런 것을 가능케 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는 네트워크 효과를 갖고 있어서 승자독식 현상을 일으키게 된다. 그로 인해 플랫폼을 장악한 기업이 공유 자원을 독점하게 되고 많은 사람이 그 플랫폼에 종속되고 마는 것이다.

우버와 리프트의 성과 비교(2014년 포춘)

플랫폼은 집이나 차 등 공유할 자원을 가진 소유주는 물론 그들에게 빌려쓰는 소비자 양측 모두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이로 인해 양측의 신뢰와 평판 등에 대한 정보를 독점하게 된다.

이러면 사람들은 점점 한 플랫폼만 사용하게 되고 더 이상 자신 소유의 집이나 차가 없을 경우 다른 플랫폼으로의 이동이 쉽지 않게 된다.

과거에 이런 재화를 생산하고 공급하던 기업이 경제를 좌지우지해왔다면 이젠 재화와 사용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장악한 기업이 경제를 좌우하게 된다는 의미다. 실제 자동차 공유 사업자로 리프트, 헤일로 등이 있지만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우버에 사용자 수가 몰려 있다. 마찬가지로 집을 공유하는 사업자로 렌딩클럽이나 홈스테이 등이 있지만 에어비앤비가 월등히 사용자가 많다.

◇ 기업 국가의 탄생=플랫폼 기반 사업의 특징은 다국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국경이라는 장벽이 없어지고 전 세계에 같은 품질 서비스를 동시다발적으로 제공해준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면 공유 경제의 파괴력은 산업 파괴에 끝나지 않고 국가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 경제 활동 결과로 인해 발생한 수익에 대해 이중 과세 회피나 세금 명목 부재로 세수가 줄어든다는 단기적 위협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래에 어쩌면 개인의 평판과 역사가 쌓여 있는 플랫폼이 중요해지게 되어 언젠가 내 주민번호가 페이스북 ID가 되고 내 신분증이 페이스북 페이지가 되는 날도 머지않을 수 있다. 그래서 취직을 하거나 대출을 받을 때 페이스북 ID와 페이스북에서의 활동이 더 중요해질 수도 있다.

또한 개별 플랫폼에 대한 종속성이 심화되면 개인의 소속감이 더 이상 국적이 아닌 기업으로 전이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국가 정책보다 애플의 정책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나에게 돈을 벌게 해주고 일자리를 주는 에어비앤비나 우버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이런 것들은 단순한 상상이고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가 그 시작의 첫발을 내딛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기사는 한스미디어 협조로 <2015-2017 앞으로 3년 세계 트렌드(한스미디어. 김상훈 저)> 중 일부를 발췌, 게재한 것이다. 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저자 : 김상훈 |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취득한 뒤 스탠포드대학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하이테크 마케팅, 문화예술 마케팅 분야의 연구를 하고 있다. 정진기언론문화 대상, 서울대학교 교육상을 수상했으며, 《하이테크 마케팅》 《상식파괴의 경영트렌드28》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이석원 기자  lswcap@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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