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마이크로소프트가 노키아 휴대폰 사업을 54억4,000만 유로로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술렁거렸다. 피처폰 시절 노키아는 휴대폰 제조사 가운데 최정점에 올랐으나 결국 휴대폰 사업에서 손을 놓는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본격적으로 하드웨어 분야에 진출한다. 노키아 직원 약 3만2,000명이 마이크로소프트로 자리를 옮긴다. 노키아를 손에 넣은 마이크로소프트는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일까. 애플과 구글은 긴장하고 있을까? 안드로이드폰 최강자 삼성은 어떤 플랜을 구상하고 있을까.

▲ 2011년 11월 노키아표 윈도폰이 세상에 공개됐다. 그리고 2013년 8월 모든 휴대폰 사업을 마이크로소프트에 넘겼다.

◇ MS와 노키아 어떻게 만났나=국내에서 마이크로소프트하면 누구나 알고 있는 기업이지만 노키아는 휴대폰 또는 스마트폰에 관심 없는 이들이라면 다소 생소할 수 있다. 노키아는 한 때 전 세계적으로 휴대폰 대명사로 불렸다. 모든 나라에서 남녀노소 불문하고 큰 인기를 끌었다. 지금도 신흥국가에서는 판매량이 상당하다.

▲ 독자 OS 심비안이 탑재된 스마트폰을 고집하다 삼성에 밀려 2인자로 밀려난 노키아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윈도폰 개발을 시작했다.

분위기가 급변한 것은 스마트폰이 등장하고서 부터다. 2007년 아이폰 등장했고 2008년에는 안드로이드폰이 등장했다. 삼성을 비롯한 제조사가 안드로이드를 채택한 가운데 노키아는 독자 OS인 '심비안'을 고수했다. 이것이 화근이었다. 거듭된 실적 악화로 내놓은 대책이 2011년 2월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제휴다. 심비안OS를 버리고 윈도폰 개발을 시작한 것이다.

◇ 부진했지만 3억 대 이상 판매=노키아 실적 악화를 언급했지만 스마트폰 얘기다. 2010년까지 세계 휴대폰 판매 대수의 약 30%가 노키아 몫이었다. 노키아 휴대폰 판매 대수는 2012년 삼성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지만 지금도 연간 3억 대 이상의 휴대폰과 스마트폰을 판매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노키아가 휴대폰 사업에서 쌓아온 브랜드 파워, 판매망, 기술력을 활용하고 싶은 것이다. 제휴 형태였기에 불가능했던 일들을 '인수'라는 카드를 통해 노키아 휴대폰 사업을 자산으로서 활용해 많은 것을 시도해볼 수 있게 됐다. 물론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곳곳에 암초가 기다린다.

◇ 안드로이드, iOS의 굳건한 자리싸움=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것은 안드로이드와 iOS다. 90% 이상을 이 두 OS 몫이다. 특히, 안드로이드는 80% 이상을 차지한다. 윈도폰이 3위에 랭크되어 있지만 점유율은 3%에 불과하다.

노키아는 2011년 11월 첫 윈도폰 루미아를 출시했다. 어느 정도 브랜드가 구축된 루미아 시리즈는 2013년 1분기 560만대가 판매됐다. 440만대가 판매된 전 분기 그리고 전년 동기 200만대가 판매됐으니 판매량 증가는 비교적 순조롭다. 하지만 안드로이드폰의 '갑' 삼성전자 갤럭시S4는 출시한달 만에 1,000만대를 돌파했으니 초라하기 짝이 없다. 세계 스마트폰 출하 대수를 기준으로 삼성과 애플이 50%를 차지한다.

▲ 스마트폰 시장은 안드로이드와 iOS가 석권하고 있다. 특히 안드로이드폰 가운데 삼성 갤럭시 시리즈는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 올해 2분기 기준 전 세계 스마트폰 OS 점유률. 안드로이드는 80%에 가까운 높은 점유율를 기록하고 있다. 윈도폰은 3위지만 점유율은 3.3%에 불과하다.

▲ 2013년 1분기 기준 제조사별 스마트폰 판매량. 삼성과 애플이 50%를 차지한다.

안드로이드와 비교해 윈도폰을 만드는 제조사가 적은 것도 약점이다. HTC 등 일부 제조사가 윈도폰을 개발, 판매하고 있지만 판매 제품 대부분은 노키아 루미아 시리즈다. 이번 인수로 '윈도폰=노키아' 자리매김할 수도 있다.

윈도폰 개발 제조사가 드문 것은 무료로 배포되는 안드로이드와 달리 20~30달러 수준의 로열티다. 신흥국가에서 안드로이드폰이 인기 높은 것은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앞으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이 부분을 어떤 식으로 개선해나갈지도 주목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폰을 무료로 제공한다면 스마트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없고 점유율 또한 향상될 가능성이 높다.

◇ 줄어드는 PC, 늘어나는 태블릿PC=마이크로소프트의 노키아 휴대폰 부분 인수 배경에는 PC 판매 감소도 하나로 꼽힌다. IDC는 2013년 8월, 2013년 세계 PC 출하 대수를 전년 대비 9.7% 감소한 3억1,540만대 수준으로 전망했다. PC 시장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는 것은 태블릿PC다.

▲ 스마트폰과 태블릿PC 판매가 증가하면서 윈도 기반 PC 판매량은 점차 하락 추세다. 윈도 라이선스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PC 연간 출하대수는 스마트폰의 절반에 불과하다. 2013년 5월 IDC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태블릿PC 출하량은 2013년 2억2,930만대로 노트북PC을 추월한단다. 2015년에는 노트북과 데스크톱PC를 합친 것보다 많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예컨대 마이크로소프트의 매출 일부를 차지하는 윈도 라이선스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인해 점차 감소하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노키아는 신흥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고 브랜드 파워도 상당하기에 마이크로소프트의 노키아 휴대폰 사업 인수는 이 점에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내놓은 태블릿PC 서피스 시리즈 판매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 국내 사용자, 윈도폰 사용해볼 수 있을까=국내 사용자가 관심 있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노키아 휴대폰 사업 인수를 통해 노키아가 국내 시장에 진출할 것인지의 여부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까운 시일 내 재진출은 힘들 것이다.

▲ 지난 2012년 국내 처음 출시된 윈도폰 루미아 710. 저조한 판매량으로 국내에서 윈도폰은 더 이상 출시되지 않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삼성 갤럭시 시리즈의 영향력이 워낙 견고하고 애플과 엘지, 팬택도 만만치 않은 내공을 갖췄기에 그렇다. 특히, 삼성 갤럭시노트3와 아이폰5S 등 넘기에 벅찬 대상이 너무 많다. 통신사의 까다로운 요구 사항도 진입장벽을 높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노키아 휴대폰 사업 인수가 국내 휴대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당분간 없을 것이다.

◇ 포트폴리오 새로 짜는 마이크로소프트=노키아 휴대폰 사업 인수로 예상되는 장점 중 하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보다 유기적으로 통합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스마트폰 시장을 석권한 애플도 구글도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개발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

▲ 4100만 화소 카메라 탑재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던 윈도폰 루미아 1020. 마이크로소프트 윈도폰이 노키아의 기술력과 판매망 그리고 브랜드 파워를 이용해 구글 애플을 위협하는 모바일OS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사뭇 기대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노키아 휴대폰 사업 인수 대가로 지불한 54억4,000만 유로는 마이크로소프트 여윳돈의 10% 미만에 불과하다. 오피스와 윈도 두 효자가 3개월이면 채울 수 있는 비용에 지나지 않는다. 즉,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인수가 그리 부담되지 않는다. 노키아 휴대폰 사업 부분을 인수함으로써 마이크로소프트는 스마트폰, 태블릿PC 시장에서 애플과 구글과 경쟁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셈이다.

정리하자면 전 세계적으로 감소 추세인 PC, 그 자리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애플과 구글에 한참 뒤쳐져 있다. 노키아는 스마트폰에서 제자리를 못 찾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2위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고 판매망과 기술력 또한 만만치 않다. 3개월 치 매출을 대가로 노키아 휴대폰 사업을 인수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포트폴리오 구축으로 성장의 동력을 마련한 셈이다.

이상우 기자  oowoo73@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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