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임러가 개발한 자동 운전 트럭인 프라이트라이너 인스피레이션 트럭(Freightliner Inspiration Truck)은 이미 알려진 것처럼 세계에서 처음으로 도로 주행에 나선다. 40톤짜리 트럭이 고속도로를 자동으로 달린다는 것 자체에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물론 이 트럭은 장거리 육상 수송의 안정성과 경제성을 높이고 환경 문제에 대한 해결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 이 트럭의 자동 운전 자체는 아직까지 제한적이다. 자동으로 운전할 수 있는 영역은 고속도로에 한하며 안전한 차간 유지에 초점을 맞추며 차선 변경도 하지 않는다. 만일 트럭을 제어하는 데 불안한 요소가 생기면 소리나 아이콘을 통해 운전자에게 경고하며 수동 운전으로 전환한다. 5초 안에 운전자가 반응하지 않으면 트럭은 서서히 속도를 줄이면서 정차한다.

이 차량은 입체 카메라가 차선 경계선을 읽고 단거리와 장거리를 대상으로 한 레이더 2개가 240m에 이르는 도로를 스캔하면서 장애물을 탐지한다. 차량간 통신 기능이나 후방 센서, LIDAR(Light Detection and Ranging) 같은 건 없다. 소프트웨어는 원래 메르세데스벤츠가 자율주행 차량용으로 개발한 걸 개선한 버전이다.





만일 이런 자율주행 트럭이 더 안전하다는 걸 증명하게 된다면 대대적으로 도입될 가능성이 있다. 수송 간소화가 이뤄지는 것이다. 2012년 기준으로 미국에선 대형 트럭 관련 충돌 사고만 해도 33만 건이 발생했고 이를 통해 4,000여 명이 사망했다. 피해자 대부분은 자동차에 타고 있었고 사고 중 90%는 운전자 과실이 원인이었다. 최근 대형 화물 업체가 차량에 차선 제어나 자동 브레이크 같은 안전 기능을 탑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아직까지 자율주행 트럭은 어디까지나 시험 단계다. 수백만 km에 달하는 다양한 장소나 눈이나 비 같은 극한 기온 같은 온갖 상황을 겪는 테스트 주행을 통과해야 한다. 이런 점을 모두 감안하면 앞으로 10년은 걸릴 전망이다.

자율주행 트럭, 그러니까 로봇에게 운전을 맡기려는 또 다른 이유는 일손 부족이다. 미국교통연구소 ATRI가 지난해 10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운전자 부족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오는 2022년까지 트럭 운송업계는 운전자 24만 명이 부족하게 될 전망이다. 이유는 장거리 트럭 운전이 즐거운 일도 아니며 쉽지 않다는 데에 있다. 관련 운전면허 취득에도 시간과 비용이 상당하다.

그 뿐 아니라 속도를 제한해 미국 내에서 트럭 속도는 103km/h로 제한된다. 운전자 휴식이나 거리 제한 같은 건 안전 면에선 당연하지만 수익에선 타격이다. 반면 화물 운송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집앞까지 상품을 배달하려는 온라인 쇼핑 증가가 원인이다.



이를 위해 해결책이 단순히 장거리 운전자를 늘리는 건 아니다. 사람의 역할을 줄이고 결국은 없애는 것이다. 트럭 자체에 운전을 맡기면 시간과 연료 모두 절약할 수 있다. 안전 면에서도 장점은 분명하다. 로봇은 피곤하거나 주의가 산만해지는 일이 없다. 주행 중 일부라도 자율주행 트럭에 맡기면 당장 일손 부족 현상도 완화할 수 있다. 자율주행 트럭으로 인해 운전이 쉬워지면 새로운 운전면허 취득 장벽도 낮출 수 있다. 물론 최종 목표는 운전자가 필요 없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점이 미래에는 트럭 운전사나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한 도로 상권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 내 트럭 운전사는 350만 명 가량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들이 오가는 도로를 중심으로 식당이나 모텔 2가지로 대변되는 상권이 형성된다. 트럭 운전 직종에 의존하는 수백만 명이 또 있는 것이다. 대부분 작은 마을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만큼 자율주행 트럭이 마을 공동체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가까운 미래에 트럭을 통한 실질적인 자동운전이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한동안 40톤이 넘는 이 차량이 보일지도 모를 잠재적 파괴력 때문에라도 운전석에는 사람이 계속 앉게 될 것이다. 다임러 역시 운전자를 없앤다는 점보다는 운전자가 더 효율적이고 편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안전 문제를 이유로 언젠가는 고속도로 같은 곳에서 자동 운전을 의무화하게 될 수도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IT칼럼니스트  b612@glassp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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