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 집행 기관이 해킹용 소프트웨어를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정부가 공개하는 연방 조달 데이터 시스템 내에 있는 구매 기록에 미국 마약 단속국이 이탈리아 해킹팀(Hacking Team)이라는 회사가 개발한 해킹 도구를 구입한 것으로 나타난 것.

마약 단속국이 구입한 해킹 툴은 RCS(Remote Control System). 전화와 휴대전화간 교환 메시지, SNS에서 주고 받는 메시지 등을 도청할 수 있고 PC 웹캠과 마이크를 제어하거나 암호를 수집할 수도 있다.

마약 단속국이 이 소프트웨어를 처음 발주한 건 지난 2012년 8월이다. 미국에서 FBI가 해킹을 수사에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에 밝혀진 사실로 마약 단속국 역시 해킹 도구를 사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마약 단속국이 실제로 이 소프트웨어를 해킹 용도로 사용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구매 기록에 따르면 해킹 툴 구매 계약으로 시스콤USA(Cicom USA)라는 기업에 240만 달러를 지불했다. 시스콤USA는 해킹팀 판매 사업자다. 해킹팀에서 직접 해킹툴을 구입한 건 아니다.

해킹팀은 에티오피아와 아랍에미리트, 모로코 등 정부 기관에 해킹 전용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고 있다. 기업이 정부를 위한 해킹 도구를 판매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렇다면 법 집행 기관이 해킹 도구를 사용하는 건 불법일까 합법일까. 마약 단속국 측은 법을 준수하면서 업무를 수행 중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RCS 구입 자체도 법률적 관점으로 보면 불법이 아니라 전 세계 기관이 이용하는 소프트웨어라는 답을 했다고. ECS 같은 제품 구입이나 사용이 불법은 아니라고 설명한 것이다.



미국 내에서 이런 해킹 목적으로 개발된 소프트웨어 사용이 확실하게 불법이라고 정해져 있지는 않다고 한다. 하지만 마약 단속국의 행위가 잠재적으로 불법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또 합법이나 불법 여부 판단을 위해 해킹 도구 사용에 대한 법률 정비도 필요하다는 설명.

이번 마약 단속국 이전에 미국 기관 중 해킹 툴을 사용 중인 것으로 밝혀진 곳은 FBI다. FBI는 매직랜턴(Magic Lantern)이라는 불리는 소프트웨어를 사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 해킹 도구를 수사에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NGO 단체들은 법 집행 기관이 일반 시민의 PC를 해킹하고 도청, 자료를 훔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공식적인 설명이나 공개 토론이 필요하며 기관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필식 기자  chois4u@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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