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디스크가 PC에서 쓰이면서 MS-DOS나 윈도 같은 운영체제는 하드디스크를 C드라이브로 이용한다. 왜 A나 B아 아니라 C일까.

저장장치를 문자로 식별하는 개념은 1960년대 개발된 IBM 가상머신 운영체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에는 CP-40이나 CP/CMS 같은 시스템에 쓰였지만 이후 디지털리서치가 개발한 CP/M으로 일반화됐다. 초기 시스템에선 이런 문자는 대부분 논리적 장치를 식별하는데 이용했지만 이후 등장한 CP/M 같은 운영체제는 물리적 저장장치에도 사용하게 된다.

1980년 당시 IBM은 비교적 인기가 높던 CP/M을 자사의 PC에 탑재하려고 했지만 협상이 결렬됐다. 이후 IBM은 디지털리서치 대신 마이크로소프트를 택하고 CP/M-86 호환 운영체제인 DOS를 구입하게 된다. 이렇게 탄생한 게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의 MS-DOS다.





MS-DOS는 CP/M과 마찬가지로 디스크 드라이브를 문자로 식별하는 구조를 취했다. MS-DOS는 CP/M에서 실행되던 당시 인기 소프트웨어도 비교적 쉽게 실행할 수 있었다.

디스크 드라이브 문자의 경우에는 초기 PC는 지금 같은 내장 하드디스크를 갖추지 못했다. 물론 하드디스크 자체는 1950년대부터 쓰였지만 비용 문제가 컸던 것. 이를 대신해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를 달았다. 5.25인치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가 그것. MS-DOS 같은 운영체제는 이를 A로 명명했다. 또 일부 시스템에는 이런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를 2개 내장했다. 이 때문에 두 번째 드라이브는 B가 된 것이다. 이후 3.5인치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가 나오면서 A와 B의 필요성은 더 높아지게 된다.

하드디스크는 1980년대 후반부터 표준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다. 이미 A와 B는 플로피디스크의 몫이었던 만큼 하드디스크는 자연스럽게 C로 명명하게 된 것이다. 이전에도 1983년 출시된 아프리콧PC(Apricot PC) 같은 제품은 A와 B를 하드디스크, C와 D를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로 설정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하드디스크를 C로 쓴다.

물론 지금은 하드디스크가 기본 저장공간을 차지하고 있고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를 내장한 시스템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바이오스 등을 보면 기본적으로 A와 B는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 차지다. 물론 관리자 권한을 이용해 드라이브 문자를 쉽게 바꾸거나 삭제, 추가할 수도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IT칼럼니스트  b612@glassp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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