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아이들은 원태연 시집보다 강풀의 웹툰에 열광하고, 친구 생일 선물로 카드와 장난감 대신 기프티콘이나 게임 아이템을 온라인으로 보내는 것을 선호하는 디지털 네트워크 세대다. 현대인 또한 마찬가지다.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는 방법으로 책보다 인터넷 검색창에 알고 싶은 정보를 한두 단어로 도식화해 입력하는 것이 생활 일부분이 된 지 오래다.

인터넷 도입 초기 이용자는 전문가 집단에 의해 잘 만들어진 정보를 소비하는 단순한 소비자였다면, 현재는 스스로 자신이 잘 아는 분야의 정보를 생산하는 생산자 역할까지 겸하고 있다. 정보 콘텐츠의 양이 많아지고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유통속도가 빨라지면서 양질의 정보와 함께 이른바 불량 정보 또한 늘고 있다.

잘못된 판단으로 불필요한 정보를 받아들였을 때 자칫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틀리다”라고 판단하는 흔히 말하는 인터넷 이기주의에 빠지기 쉽다. 따라서 정보의 홍수 속에 양질의 정보만을 골라 받아들여 자기만의 소양과 지혜로 쌓을 수 있는 현명함이 필요한 것이다.

◇스마트한 정보 검색이 필요하다면=똑똑한 여비서가 하루 24시간 쉬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수많은 정보를 이용자 대신 분류해 이용자에게 알짜 정보만 보여준다면 과연 어떤 느낌일까? 이용자 대신 양질의 정보를 나누고 분류하는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Contents Curation Service) 가 있다.

인터넷 검색창을 통해 모니터 가득 나열되는 의미 없는 링크들을 누구나 전문가 못지 않게 분류하고,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나 유명 블로거가 생산하거나 모아둔 양질의 정보를 자기 것으로 쉽게 만들 수 있다.





게다가 일부는 잘 제본해 놓은 책과 같은 인터페이스로 제공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감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

그동안 어쩔 수 없이 많은 시간을 투자해 넘쳐나는 정보를 소비하는 데 급급했다면 마치 요약본 책을 읽는 것과 같이 영리하게 미리 지정해놓은 관심정보를 중심으로 취사선택해 자신만의 것으로 더욱 빠르게 만들 수 있다.

아직은 서비스 초기 단계라 마케팅 소셜과 같이 일부 분야에서만 활용되지만, 큐레이션 서비스가 좀 더 확대된다면 이용자 취향과 성향에 따라 결말이 다른 드라마나 소설을 볼 수 있는 시대가 멀지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이미 우리가 흔히 보는 TV와 스마트폰은 이미 인터넷에 연결되어있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 인터넷 서비스에서 로그아웃해보자=이제는 저장 버튼 아이콘으로나 기억되는 플로피 디스켓으로 정보를 나누던 때에는 상상도 못 할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미 거대한 정보창구인 인터넷 없이 살아가기에는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하고 시대가 많은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 인터넷 검색창에 간단히 입력만 하면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를 살면서 우리가 잊고 지내는 것은 무엇일까 자문하게 된다. 삶을 살아가는 비결을 나누는 데 있어서 인생 선배를 찾는 대신 기계적으로 검색창을 열고, 감동적인 문구 한 줄과 명언을 마음속에 담기 위해 서너 시간 투자해 읽던 책을 멀리하지는 않았는지 우리 스스로 뒤돌아 봐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니다.

무작정 검색창 결과에만 의존하고 SNS를 통해 주변 지인의 안부를 확인하는 인스턴트식 정보 소비에 익숙해진다면 아무리 좋은 도구와 서비스가 있어도 현명하게 정보의 소비 하고 처리하는 데 한계에 도달한다. 이를 극복 하기 위해 아날로그적 감성은 급변하는 디지털 네트워크 시대에도 반드시 필요한 덕목 중 하나다.

물론 이미 디지털(Digital)과 아날로그(Analog)를 결합한 디지로그(Digilog)같이 상호보완하는 인터넷 서비스와 제품이 늘고는 있지만, 아무리 좋은 서비스라 해도 아직 까지는 어린 시절 책방 한구석에서 한장 한장 넘겨보던 이현세 만화가 선사하는 감동과는 거리감이 있다.

오늘 하루, 검색창을 닫고 접속된 인터넷 서비스에서 로그아웃하자. 저장된 연락처에 의존하는 대신 기억을 더듬어 지인에게 전화해 약속을 잡고, 바쁘다는 핑계로 구석에 처박아둔 베스트 셀러를 다시 펼쳐보는 것은 어떨까.

이원영 IT칼럼니스트  b612@glassp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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