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시작된 ‘스마트 혁명’이 모든 사물을 대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자동차는 자동운전을 공약처럼 내건 스마트카 시대를 준비 중이며 모든 사물을 네트워크로 연동하는 사물 인터넷 시대가 목전인 듯 보인다. 이런 트렌드를 한눈에 보여줬던 건 지난 1월초 열린 CES 2015 행사였다. 매년 초 전 세계 가전을 비롯한 정보통신업계 전방에 화두를 던지는 이 행사는 올해 키워드로 사물인터넷과 흡사 가전 전시회를 미니 모터쇼로 바꿔놓은 듯한 스마트카의 약진이 돋보였다. 이들 키워드가 말하는 의미는 뭘까.

◇다가올 미래, 소통은 선택이 아닌 필수=사물인터넷(IoT)이 미래가 아닌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 지난해 TV 크기나 화질 같은 기술 경쟁에 주력했다면 올해 전시회의 대표 가전사들은 앞다투어 사물인터넷과 맥을 같이 하는 플랫폼 경쟁에 전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기조연설에 나선 삼성전자는 5년 이내에 자사 모든 제품에 사물인터넷을 연결하겠다고 선언하고, 스마트워치 기어 S로 BMW를 원격조정하는 모습을 시연하며 사물인터넷 플랫폼 개발에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구글은 지난해 인수한 네스트를 통해 우리 일상과 밀접한 관계를 맺은 사물인터넷을 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대표적인 백색 가전사 월풀을 비롯해 독일 유명 자동차 업체 메르세데스 벤츠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웍스 위드 네스트(Works with Nest)라는 파트너 쉽 프로그램 일환으로 IP 전화기, 세탁기, 도어록, 조명장치 등 현대인의 일상과 밀접한 제품에 스마트를 더 한 네스트 호환기기 제품을 내놓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자동으로 커튼이 걷히고, 욕실에는 따뜻한 온수가 준비되는 동시에 주방에서는 에스프레소 기계에서 커피가 자동으로 내려진다. 샤워를 마치고 커피 한잔을 들고 거실로 나오면 TV에서는 지난밤 뉴스 중에 사용자가 선호하는 뉴스만 선별해 화면에 나오고 커피를 비우고 집을 나서기만 하면 자동 방범시스템이 작동한다.”

미래를 그린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사물인터넷이 일반화되면 우리 일상생활의 일부분 될 스마트홈의 단편적인 모습이다. 그동안 사물인터넷이 대부분 사무실이나 거실에서 업무나 엔터테인먼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데 반해 올해 선보인 사물인터넷 기반 스마트 홈은 침실, 주방, 욕실 등과 같이 우리 일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플랫폼과 제품으로 맥을 달리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이나 최신기기에 열광하는 얼리어답터 같은 일부의 관심이 아닌 일반인의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

자동차 업체들 또한 CES의 중앙무대로 입지를 넓히고 있는 있다. 지금까지 선보였던 텔레매틱스 기술에서 진일보한 무인 또는 자율주행을 해내는 똑똑한 자동차인 스마트카(Smart Car) 프로토타입을 앞다투어 선보였다.

그중에 벤츠가 공개한 “럭셔리 인 모션(Luxury in Motion)”은 단연 돋보였다. 자율주행 자동차인 만큼 이에 필요한 첨단 센서 기술과 함께 도어에 설계된 터치스크린을 통해 이동 중에 업무를 해결하는 유튜브 동영상은 스마트 카에 대한 일반인의 상식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아우디는 자사 차량인 A7 모델을 무인주행에 알맞게 고쳐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 무인주행에 성공하고 이를 공개했다. 이외에도 BMW, 포드, 도요타 등은 첨단 IT 스마트기기와 연결한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 관련 제품과 기술 플랫폼을 선보였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 애플의 카플레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인터 카 등 스마트 카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운영체제 경쟁도 한창이다. 블랙베리 역시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내놓으면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를 포함해 스마트 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똑똑한 세상, 이젠 미래가 아닌 현실=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한 세상은 이제 더는 먼 미래가 아니다. 이제는 좀 더 현실적으로 스마트한 세상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시계로 시작된 웨어러블 컴퓨팅은 이제 전신에 부착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고 스마트홈은 우리 일상생활을 현실적으로 바꿀 수 있는 우리 생활과 밀접한 모든 제품으로 확대되어 사물인터넷의 강점이 두드러졌다.

이처럼 모든 제품에 가능성을 제시하는 동시에 각 제품 간의 호환성이라는 문제점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쉽게 말해 아이폰에서 안드로이드 전용 웨어러블 기기를 사용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물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면 되면 더욱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업계 표준화가 사물인터넷의 보급과 관련 산업 발전의 핵심적인 키워드인 것이다.

스마트폰 폭발적인 보급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사물인터넷. 모바일, 가전, 자동차를 모두 결합한 사물인터넷을 모색하고는 있지만 아직 표준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각 기업의 유불리에 따라 경쟁적으로 내놓은 서로 다른 플랫폼이 공허한 외침처럼 들리는 이유다.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그동안 해외 운영체제에만 의존하던 데에서 벗어나 뒤늦게나마 자체 운영체제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온라인 투 오프라인(O2O) 같은 서비스 인프라 구축은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하루가 멀다고 영리하게 변하는 세상,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은 사람들이 편리해지는 만큼 위험 부담도 증가한다. 네트워크에 연결된 제품들이 해킹에 노출된다면 사생활 침해는 물론이고 나아가 사회 전체가 일순간 마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입을 앞둔 지금부터 사회적인 합의뿐만 아니라 법적 제도적인 안전장치 마련을 위해 깊이 있는 논의가 반드시 필요한 시기임에 틀림없다.

이원영 IT칼럼니스트  b612@glassp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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