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형 태블릿 시대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태블릿을 구입한다면 적정 가격대는 얼마냐는 질문에 응답자 중 40%는 20∼30만원 사이, 22%는 30∼40만원을 택했다. 그 뿐 아니라 10∼20만원 사이를 택한 응답자 비율도 29%에 이른다. 결국 40만원 이하 제품을 사겠다고 답한 소비자가 전체 응답자 중 90%가 넘는 셈이다. 이 시장에서 성능 평준화와 더불어 빠르게 저가격화가 진행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문제는 보급형 태블릿을 막상 구입하려고 해도 어떤 걸 골라야 할지 막막하다는 것이다. 많아도 너무 많다. 사양도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다. 엔비디아가 최근 국내 시장에 내놓은 테그라노트7을 놓고 보급형 태블릿을 고르는 조건을 하나씩 따져봤다.

테크라노트7은 엔비디아의 테그라 프로세서를 얹은 7인치 안드로이드 태블릿이다. 가격은 20만원대지만 스타일러스펜을 함께 제공하는 등 활용도를 넓혔다.

◇ 인상적인 AP 성능·꾸준한 펌웨어 업데이트 지원=이 제품은 20만원대 7인치 안드로이드 태블릿이다. 일단 조건은 소비자가 가장 많이 찾는 제품군에 들어간다. 태블릿 시장 중 안드로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68%에 달한다. 여기에서 다시 74.1%는 저가형이다. 테그라노트7의 판매 가격은 26만 5,000원이다.

또 시장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소비자가 태블릿을 고를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분야는 31%가 휴대성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디스플레이뱅크는 올해 1분기 태블릿용 패널 출하량 중 7인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31%라고 밝힌 바 있다. 테그라노트7의 경우 안드로이드에 7인치, 서두에 밝힌 것처럼 소비자가 선호하는 가격대에서도 가장 높은 40%가 밝힌 기본 조건은 모두 만족하는 셈이다.

7인치 선호도가 높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이 가격대 제품이 지원하는 해상도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보통 1280×720, 그러니까 720p 이상 정도가 많다. 마음 같아서야 풀HD를 지원해주면 좋겠지만 이 정도가 되려면 30∼40만원대 사이로 올라간다. 테그라노트7은 해상도 1280×800, 216ppi를 지원하는 IPS 패널을 썼다. 이 제품이 비슷한 가격대 제품보다 더 좋은 조건을 갖췄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기본 조건을 충족하는 것도 분명하다.

프로세서의 경우에는 보급형을 고를 땐 미디어텍이나 올위너 등 국내 소비자에겐 친숙하지 않은 AP가 들어가기 일쑤다. 물론 이들 AP는 모두 ARM 계열이다. 일부 안드로이드 태블릿에는 x86 계열인 인텔 쪽이 들어간 것도 간혹 있지만 95%는 ARM 계열이다.

보급형 태블릿에서 AP를 선택할 때에는 회사명도 물론 중요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ARM 설계 기반인 만큼 ARM 자체의 세대를 확인하는 게 좋다. 30만원대 이하라면 사실 코어텍스 A7이 대부분이고 간혹 A9 정도가 있을 수 있다.

본체 앞면 좌우(가로 방향 기준)에 스피커를 배치했다. 직진성이 있는 음향을 쾌적하게 감상할 수 있다.

테그라노트7은 엔비디아가 만든 테그라4 T114를 얹었다. ARM 세대로 따지면 코어텍스 A15 1.8GHz 쿼드코어에 800MHz 1개를 더해 모두 5개에 이르는 코어로 이뤄진 펜타코어다. 빅리틀과 마찬가지로 테그라4는 일상적인 작업에선 800MHz 싱글코어를, 게임 등 부하가 걸리는 작업에는 1.8GHz 쿼드코어를 쓴다. 배터리 사용시간과 성능을 모두 잡겠다는 의도다. 메인코어 4개에 보조코어 1개 여기에 지포스 GPU를 곁들인 것이다. 지포스 GPU에는 코어 72개가 담겨 있다.

모바일 AP가 대부분 ARM 설계를 그대로 가져와서 만든다고 하면 사실 차이는 대부분 GPU, 그래픽 코어 쪽에서 난다. 테그라4는 지포스 672MHz를 곁들였다. 실제로 일부 중국산 AP를 쓰다 보면 코어텍스 A7 계열의 경우에는 성능보다는 전력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성능이 떨어져서 고민인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테그라4는 적어도 이 가격대에선 지배적 위치를 가져갈 만한 성능을 갖추고 있다. 일부 저가형에서 발생하는 것처럼 쓸데없이 발열 문제가 튀어나올 우려도 없다. 반대로 성능보다 전력효율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불만도 없다.

이 제품의 경우 벤치마크를 돌려보니 안투투 3만 4,185점, 쿼드런트 1만 3,819점이 나온다. 안투투 점수의 경우에는 거의 갤럭시노트3과 비슷한 수준이다. 보급형에서 기대할 만한 가장 높은 수치가 아닐까 싶다.

램은 이 가격대에선 대부분 비슷하다. 안드로이드 계열은 1GB, 윈도 계열은 2GB를 이용하는 게 보통이다. 테그라노트7 역시 램은 DDR3L SDRAM 1GB를 얹었다. ‘가격대비’라는 조건을 빼놓고 따져보면 사실 해상도나 램 용량이 불만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엄밀하게 따지자면 가격대비 램 용량이나 해상도 같은 건 이 가격대에선 이 정도다. 흠이 될 문제는 아닌 셈이다.

다음은 배터리. 최근 한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고르는 최우선 순위로 꼽은 게 배터리라고 한다. 스마트폰이 패블릿화되면서 생긴 문제로 보인다. 10∼20만원대 태블릿 일부는 배터리 용량이 1,000∼2,000mAh로 턱없이 부족한 것도 있다. 제품을 구입하기 전에 용량을 먼저 체크해보는 게 좋다. 보급형, 7인치 태블릿이라면 배터리 용량이 3,000∼4,000mAh 사이는 되어야 한다. 테그라노트7 역시 리튬이온 배터리 4,100mAh를 얹었다.

전원 버튼과 각종 단자는 본체 상단에 위치하고 있다.

본체 뒷면 아래쪽에는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를 배치해 중저음 음향도 강화했다.

저장공간은 기본 격은 8GB, 조금 여유가 있으면 16GB가 보통이다. 물론 용량이 어떻든 풍족하다고 할 수는 없는 만큼 마이크로SD카드 슬롯은 필수다. 테그라노트7의 경우 저장공간 16GB, 마이크로SD카드를 통해 32GB까지 확장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따져봐야 할 건 운영체제를 비롯한 펌웨어 등 업그레이드 지원 문제다. 사실 보급형 태블릿이 가장 약한 부분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펌웨어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이 생기면 흔하지 않은 AP라면 커스텀 펌웨어를 쓰기도 어렵게 되기도 한다.

테그라노트7의 경우 출시 이런 업데이트 지원은 상당히 충실하다. 이 제품이 지난해 말 처음 나올 당시만 해도 안드로이드 4.2였지만 지금은 4.4.2 킷캣까지 모두 지원한다.

실제로 국내에 출시한 제품의 전원을 처음 켜면 4.3 젤리빈, 4.4.2 킷캣 업데이트를 차례로 진행한다. 엔비디아는 수시로 OTA 버전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지난 4월 8일에도 OTA 2.1 버전을 내놓으면서 일부 기능 개선을 하기도 했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매월 정기적으로 소비자 요구를 반영한 업데이트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부분은 보급형 태블릿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지원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어 좋다.

◇ 감촉 좋은 펜 ‘보급형에서 누릴 호사’=이런 기본 조건 외에 따질 만한 옵션은 뭐가 있을까. 테그라노트7에서 눈길을 끈 건 스타일러스펜이다. 이 제품은 와콤은 아니고 엔비디아의 다이렉트 터치(Direct Touch) 기술을 이용한 10점 정전식 멀티터치 기술을 지원한다.

스타일러스펜에서 눈길을 끄는 건 크게 2가지다. 일단 스타일러스펜 끝 부분, 그러니까 펜촉을 마치 형광펜처럼 사선으로 처리했다. 덕분에 누르는 세기나 부위에 따라 필압을 감지할 수 있다. 테그라노트7이 누르는 세기를 인식하는 방식은 다른 제품과는 조금 다르다. 감압센서가 아니라 독특하게 생긴 펜촉의 너비 자체를 인식해 감압차로 나타내주는 것이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테그라노트7은 펜촉의 너비를 0.2mm까지 인식할 수 있다고 한다.

스타일러스펜은 펜촉 면적을 이용해서 감압을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감촉이나 필기감, 감압 인식 정도 모두 뛰어나다.

또 하나는 팜 리젝션이다. 팜 리젝션이란 펜으로 필기를 할 때 화면에 손바닥이 닿아도 인식하지 않게 해주는 기능을 말한다.

사실 펜이 있냐 없냐는 갤럭시노트 시리즈가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만큼 중요한 선택 문제일 수 있다. 더구나 30만원 이하 7인치 안드로이드 태블릿 중 기본 조건을 모두 만족하면서 펜이 있는 제품 찾기는 쉽지 않다. 테그라노트7의 필기감, 터치펜 감촉은 훌륭한 축에 들어간다. 그 밖에 스타일러스펜을 뽑기만 하면 간편한 스크린샷 기능이 곧바로 표시되는 것도 편하다.

카메라도 따져볼 수는 있겠지만 사실 보급형 태블릿을 구입하면서 카메라 쪽에 너무 기대는 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어쨌든 테그라노트7의 경우에는 괜찮은 축에 속한다. 본체 앞면에는 30만 화소이니 얘기할 게 별로 없다. 뒷면에는 500만 화소를 얹었다. 이 제품은 카메라에 갤럭시S5와 마찬가지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을 때 실시간으로 HDR 기능을 적용한 올웨이즈 온 HDR(Always On HDR) 기능을 갖췄다. HDR를 켠 상태에선 상대적으로 어두운 실내나 역광 상태에서도 풍부한 색감을 기대할 수 있다. 그 밖에 셔터 속도도 빠른 편이며 카메라 앱 설정 자체도 간편하다. 타이머와 흔들림 보정 등 편의 기능도 괜찮은 편이다.

◇ 애매한 발표시점 아쉬움=실제로 테그라노트7을 써보면 네트워크가 자주 끊기는 현상도 없고 속도도 만족스러운 편이다. 액정에 대해선 오줌액정 등 말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가격을 따져보면 그냥 쓸만한 정도는 된다.

보통 태블릿은 스피커를 본체 뒷면 위아래에 나눠 배치하거나 하단 쪽에 배치한다. 이에 비해 이 제품은 본체 앞면 베젤 양쪽에 놔뒀다. 물론 케이스 덮개를 씌우면 음향이 막힐 수는 있겠다. 하지만 직진성이 있는 음향을 앞쪽에서 바로 들을 수 있다는 건 이보다는 장점이 더 많을 수 있다. 게임이나 동영상 감상 등에서도 훨씬 유리하다. 음향도 깔끔하다. 그 밖에 네트워크는 듀얼밴드 IEEE802.11n 외에 GPS와 블루투스 4.0 등을 지원한다.

옵션으로 구입할 수 있는 케이스는 본체 옆면 슬롯에 끼우는 형태로 만들었다. 덕분에 케이스에서 본체가 떨어져 나갈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 디자인은 다소 투박하게 느껴진다. 크기는 적당하다. 200×120×9.4mm. 하지만 무게는 320g으로 사양 자체로만 보면 괜찮지만 실제로 들어보면 조금 묵직하게 느껴진다. 베젤이 두꺼운 것도 세련미를 깎아내리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뒷면 디자인 역시 무광택 처리한 부위는 그립감은 괜찮아 보이지만 전체적으론 그냥 단순미를 살리는 쪽이 좋았겠다 싶다.

하드웨어 버튼 구성의 경우 전원은 본체 윗면, 볼륨은 오른쪽 부위에 자리 잡고 있다. 그냥 일반적인 형태처럼 볼륨 스위치 위쪽에 전원 버튼이 위치했다면 한 손으로 잡은 채 다루기 훨씬 좋았을 듯싶다. 마이크로USB 단자 등이 일반적인 형태처럼 ‘딸깍’ 소리 없이 살짝 끼우는 듯한 형태인 것도 아쉽다. 이런 점은 차기 버전 개선 사항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테그라노트7이 극찬을 받으면서 등장한 제품은 사실 아니다. 더구나 이 제품은 2세대 출시를 앞두고 있다. 다만 10∼20만원대 제품을 고른다고 하면 테그라노트7 같은 제품이 저평가 받을 이유도 별로 없어 보인다. 더구나 펜도 꽂지 않았나.

정작 문제는 이런 것보다는 가격이 아닐까 싶다. 표준 격인 넥서스7과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물론 출시가가 20만원대 중반이니 조만간 실제 구입가는 조금 내려가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워낙 넥서스7 가격이 낮다보니 애매한 가격이 된 건 사실이다. 실제 구입 가격이 20만원대 초반 정도라면 좋을 뻔했다.

가격이 조정되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같은 편에 있다. 최근 샤오미가 발표한 미 패드(Mi Pad)는 엔비디아의 차기 모델인 테그라K1을 얹었다. 테그라 K1은 엔비디아가 올해 1월 열린 CES2014 기간 중 발표한 최신 모바일 프로세서다. ARM 코어텍스 A15 쿼드코어 2.3GHz에 기존 테그라와 마찬가지로 절전 코어를 곁들인 쿼드코어+1코어 형태를 취하고 있다. 여기에 쿠다 코어 192개를 곁들였다. 테그라 K1에 대한 기대감은 테그라노트7의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이석원 기자  lswcap@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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