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뭔가 학습해서 습득하려면 같은 내용을 반복해야 제대로 기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같은 걸 1만 시간 공부하는 것보다 집중형 학습 방법이 단기간에 제대로 기억할 수 있는 효과적인 학습 방법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피터 브라운(Peter C. Brown) 등이 연구해 발표한 저서(Make It Stick : The Science of Successful Learning)에 따르면 계속 반복하는 집중형 학습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지식을 습득하려면 간격을 두고 학습하는 학습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학교에서 시험보기 전 ‘벼락치기’라고 불리는 것도 집중형 학습의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잊혀지는 속도도 그만큼 빠르다. 간격을 두는 학습법은 집중형 학습보다 효과도 뛰어나고 시간도 적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팀은 이런 간격형 학습 방법이 주는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외과 레지던트 38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이들은 작은 혈관을 합치는 수슬 관련 교육 4가지를 받았다. 대상 인원 중 절반은 하루 4가지 교육을 받고 나머지 절반은 일주일 사이에 4가지를 교육을 받았다.

한 달 뒤 이들은 살아있는 쥐의 대동맥을 합치는 실기 시험을 진행했다. 전자는 모든 단계에서 낮은 성적을 보였을 뿐 아니라 16%는 혈관을 연결하는 데 실패했다. 반면 후자는 단계별 경과별은 물론 성공 여부까지 뛰어난 기량을 발휘했다.

간격형 학습이 효과적인 이유는 새로운 지식에 대한 의미를 학습하고 예비지식으로 연결하는 과정을 몇 시간이나 며칠 간격을 두고 실시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통해 조금 잊었다가 뇌에서 지식을 다시 검색하는 과정을 거쳐 장기기억 속에 지식으로 포함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런 과정 자체가 컴퓨터로 따지면 메모리에 지식을 통합하고 강화하는 효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또 연구에 따르면 뭔가를 습득하기 위해 서로 다른 2가지 이상을 교대로 학습하는 이른바 교대형 학습도 집중형 학습보다 효과적이라고 한다. 대학생 그룹 두 군데를 대상으로 회원 타원체 등 기하학적 개체 용적을 구하는 방법을 학습하도록 했다. 한 그룹은 개체 형태마다 정리해서 연습 문제를 풀고 다른 한 곳은 같은 연습 문제를 여러 곳에 흩어지게 배치한 혼동형 출제로 실시했다.

그런 다음 연습 결과를 확인하는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집중형으로 배운 그룹의 평균 정답률은 89%에 달하고 혼동형으로 배운 그룹은 60%에 머물렀다. 하지만 다시 일주일 뒤 같은 학생을 모아서 최종 테스트를 진행하자 전자는 정답률이 20%로 떨어졌고 후자는 63%로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10이라는 과정을 기억하기 위해 기존에는 집중형 학습, 그러니까 1을 기억할 때까지 반복하면서 2로 단계적으로 이동해 10까지 이르는 교육을 했다. 이에 비해 1을 몇 번 연습하다가 4로 갔다가 7을 연습하다가 다시 3으로 이동하는 건 언뜻 보면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장기기억 유지에는 훨씬 효과적이라는 결과를 보여준다. 관련 내용 원문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상우 기자  oowoo73@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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