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텔앤컨이 새로운 디지털 오디오 플레이어(DAP-Digital Audio Player)가 출시했다. AK100과 AK120에 이은 세 번째 제품.

아스텔앤컨은 그 동안 국내 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심지어 일본 네티즌 사이에선 "왜 우리나라(일본)의 소니 같은 회사는 이런 제품을 못 만드냐?"는 질투를 받을 정도다. 최근 소니나 기타 회사들에서도 24비트 음원을 재생하는 플레이어가 등장하고 있으나 덕분에 아스텔앤컨의 존재감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출시한 제품이 바로 AK240이다. 출시 가격은 278만원으로, 포터블 플레이어 중에서는 가장 비싼 가격의 제품이다. 하이엔드 포터블 플레이어, 또는 DAP의 기준을 만든 제품이 AK100이었다면 AK240은 정의를 내린 제품으로 칭하고 싶다.

우선 디자인을 살펴보자. 디자인 컨셉트는 람보르기니의 레벤톤을 연상시키는 각이 살아 있는 디자인이다. 색상도 레벤톤과 비슷한 어두운 회색이다. 디자인뿐 아니라 소재도 신경 썼다. AK240은 통짜 두랄루민을 절삭 가공해서 만들었다.

비행기 몸체에 주로 쓰이는 두랄루민은 가벼우면서도 알루미늄보다 높은 강도를 가지고 있는 특징이 있다. 진동을 방지하면서도 무게를 줄여야 하는 포터블 음악기기의 특성상 최적의 소재라고 할 수 있다.

아스텔앤컨의 전작인 AK100이나 AK120에 비해서는 크기가 커지고 무게도 무거워 졌다. 개인적으로는 AK120의 디자인이나 그립감을 사랑했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나 듀얼 DAC와 밸런스 연결, 네이티브 DSD 재생 같은 기능을 구현하면서 최대한 작은 크기와 손맛을 고려한 고심이 느껴진다.

아스텔앤컨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는 아날로그 볼륨휠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볼륨휠은 좀 더 커지면서 손맛도 더 좋아졌다. 아이리버 스핀에서 처음 등장했던 아날로그 볼륨휠은 10여년의 세월을 거쳐 AK240에 이르러 드디어 완성되었다.

제품 마무리 품질에 있어서는 비교할 대상을 찾기가 힘들다. 단단하고 고급스러우며 카리스마가 있다. 풀터치 디스플레이를 채용했으면서도 아날로그적 감성을 최대한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과장되게 버튼을 처리한 타제품이나 스마트폰을 닮은 적당한 타협과는 비교가 미안할 정도다.

일반적인 인터페이스는 기존 AK시리즈와 동일하다. 그런데 윗면에 밸런스 단자가 새로 생겨났다. 2.5파이 크기 밸런스로 포터블 앰프를 연결할 때 밸런스 연결이 가능해졌다. 이번 리뷰에서는 밸런스 연결을 시도하지 않았다.

외장 메모리 슬롯은 기존 2개에서 1개로 바뀌었다. 내부 메모리가 256GB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AK240의 간과하기 쉬운 장점은 바로 내부 메모리다. 128GB 메모리를 듀얼로 사용한 256GB 플래시 메모리는 음감용 제품 중에는 최초다. 내장 메모리 가격만 40만원에 달할 정도다.

스튜디오 음원이나 DSD를 주로 재생하는 AK240의 특성상 내부 메모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여기에 128GB 외장 메모리를 끼우면 가용 메모리는 384GB까지 늘어난다. 그러나 USB 2.0방식의 느린 데이터 이동 속도는 답답하다. 음악을 완전히 교체하려면 하염없는 시간이 필요하다.

인터페이스는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하면서 검색, 간편 설정, 홈 버튼 등이 새로 생겼고,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손쉽게 조작할 수 있다. 다만 안드로이드 OS지만 앱을 깔거나 삭제할 수는 없다. 안드로이드의 특성상 불량앱이 구동되어 제품을 해치는 우려를 원천봉쇄했다. 동영상 재생도 불가능하다. 장점일까? 단점일까?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보강된 기능으로는 와이파이와 높아진 출력이 눈에 띈다. 와이파이를 통해 스트리밍이 가능해 졌고, 그루버스 사이트에 음원 구매, 펌웨어 업그레이드도 가능하다. 상당히 편리해졌지만 신호 간섭 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음악 감상을 할 때에는 와이파이를 끄는 게 좋다.

그 밖에 울프슨 코덱에서 싸이러스 로직의 CS4398칩으로 칩셋이 바뀌었으며, DSD재생이 가능해졌다. 출력이 30% 정도 향상되면서 헤드폰 앰프 없이도 오픈형 헤드폰 구동이 어느 정도 가능해졌다.

배터리는 10시간 정도 플레이가 가능하다. 다만 DSD를 재생할 경우는 절반 정도로 줄어든다. DSD는 PC로 재생할 때에도 리소스를 다 잡아먹을 정도로 엄청난 고용량 파일이다. 일반적인 동영상 파일에 비해 10배 이상 더 많은 연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신 충전시간은 2시간 이내로 급속충전이 되고 충전 도중에도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이제 음질을 알아보자. 에이징을 통해 음장감이 늘어나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100시간 이상의 플레이를 하느라 시간이 꽤 걸렸다. 정리하자면 기존 아스텔앤컨에 비해 출력이 증강하면서 저음부분이 단단해졌고 공간감은 확대되었다.

놀라운 점은 아스텔앤컨 특유의 플랫함을 유지하면서 공간이 더 넓어졌다는 점이다. 공간감을 늘리기 위해서는 소리를 더 뻗게 하고, 여운을 늘리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반대급부로 음이 불안정해지고 투명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AK240은 음을 최대한 절제시키면서 공간감을 자연스럽게 늘렸다. 이런 음튜닝을 위해 초저역의 양을 늘린 듯한 느낌이다. 따라서 배경의 존재감이 강해졌다.

대신 노이즈를 최대한 억제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음이라기보다는 아스텔앤컨 특유의 정숙하고 맑은 음은 유지가 됐다. 현장감보다는 스튜디오 성격이 강하다.

헤드폰 매칭은 슈어 1540, 피델리오 X1, 파이널 오디오 판도라, HD600, AKG K701 등을 번갈아 매칭했다. 다양한 매칭기는 추후에 공개하도록 하고 우선 베스트 매칭은 파이널 오디오 판도라를 꼽고 싶다.

아스텔앤컨이 파이널 오디오와 콜라보를 시도하는 이유가 느껴지는 헤드폰이다. 밀폐형이지만 상당한 음장감과 해상력의 절묘한 밸런스가 돋보인다. 절제되면서도 넓고 여유로운 음색이다.

특히 고역의 투명함과 매끄러움이 살아있어 결을 느끼게 하기 때문에 클래식(현음악)에 있어서는 최고의 연주를 들려준다. 넘치지 않는 적당한 수준의 저역도 AK240의 특징과 잘 매칭된다. 단점을 보완하는 매칭이 아니라 장점을 더욱 강조시키는 매칭이라고 할 수 있다.

AK240은 왈츠나 현음악과 베스트 매칭을 보여준다.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키고 음과 음 사이의 공간감을 넉넉하게 표현해 주며 현의 매끄러움을 소름끼치게 재생해 낸다.

대편성을 위해서는 오픈형 헤드폰인 AKG K701이나 피델리오 X1을 매칭시켜 주면 느낌이 살아난다. 물론 앰프를 물려주면 더 강렬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AK240은 음질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다. 하이엔드적 음색을 가지고 있지만 가슴을 두드리는 해상력을 보여주다가도 어느 순간 정숙해진다. 적당히 치고 나가다가도 절제력을 보여준다.

소스 기기에서 이런 특성은 매우 중요하다. 치밀한 해상력과 최소한의 노이즈를 바탕으로 다양한 매칭을 통해 최상의 조합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한 헤드폰에 베스트 매칭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여유로운 음부터 치밀한 음까지 다양한 재생이 가능하도록 기본기를 튼튼히 닦아 놓았다.

다만 포터블 제품답게 외부에서도 듣기 편한 밀폐형 헤드폰과의 매칭을 최우선적으로 튜닝한 느낌이다. 밀폐형에서도 공간감이 확보된 점이 그런 느낌을 더 강하게 준다.

AK240은 소스 기기가 지나친 해석과 오버를 해서 귀를 피로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아주 오랫동안 다양한 조합을 통해 원하는 음악을 찾을 수 있는 제품이다.

음색이 다소 차가워 피아노가 소름끼치게 들리지만 절묘한 공간감으로 여운을 표현해 내는 점이 기존 AK시리즈와의 차이점이다. 차갑고 이성적인 음색을 따뜻하게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미 뜨거운 음색을 차갑게 가라앉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AK240은 다소 차갑고 여유로운 음으로 중간 중간 꾸밀 여지를 많이 열어 놓았다. 레퍼런스로 쓰기에 적합한 제품이라는 뜻이다.

DSD재생도 언급할 필요가 있다. AK240에 동봉된 DSD파일은 기존에 듣지 못하던 놀라운 음감의 세계로 빠져들게 했다. 이게 플라시보 효과인지 아니면 뛰어난 녹음환경 때문인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DSD파일을 완벽하게 재생할 수 있는 AK240의 스펙이다.

AK240의 가장 큰 장점은 네이티브 DSD 재생이다. 포터블 플레이어로는 최초로 128 DSD 네이티브 재생이 가능하다. DSD 재생은 현존하는 최고 음질의 포맷으로 거치형 제품 중에서도 오류가 종종 발생해 일반 오디오 업체들도 쉽게 접근하지 못하던 영역이다. 그런 점에서 AK240 출시는 오디오 역사상 큰 의미가 있다 하겠다.

우선 DSD파일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필요할 듯 싶다. DSD파일은 가장 아날로그적인 재생에 근접한 방식으로 16비트, 24비트 파일이 아닌 1비트 파일이다. 대신 샘플레이트가 2.8MHz(DSD64), 5.6MHz(DSD128)에 이른다.

일반 CD파일인 44.1Khz에 비해 최대 128배나 높은 샘플레이트를 가지고 있다. 이 DSD 파일을 재생하려면 보통 PCM방식으로 변환하여 재생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AK240은 이 DSD파일을 PCM으로 변환하지 않고 그대로 재생한다. 이것을 DSD 네이티브 재생이라고 일컫는다.

사실 DSD파일이 음질적으로 더 우수한지에 대해서는 많은 이견이 있어왔다. 그러나 현존 최고 음질의 포맷을 네이티브 재생한 다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는 일이다. 디지털 음원 플레이어로써는 더 올라갈 때가 없기 때문이다. 이 점 역시 AK240이 레퍼런스 플레이어로써의 가치를 말해준다.

AK240은 하이엔드 튜닝의 정점을 보여주는 제품이다. 소스 기기로서 레퍼런스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으며 특히 작은 볼륨에서도 디테일이나 공간감이 살아나서 장시간 음악 감상을 할 때에도 유리하다.

단점이 있다면 발열현상과 가격이다. 특히 DSD재생시에 발열은 상당히 심한 편이다. 가격은 물음표다. 예를 들어 수준급 소스기기와 DAC의 조합은 500만원을 충분히 상회한다.

게다가 256GB의 내장 메모리를 생각하면 합리적인 투자라고 생각이 들다가도 포터블 기기로써는 생소한 270만원대의 가격은 회의감을 들게 한다.

하지만 가격적 부담감을 내려놓으면 대안을 찾기 힘든 제품이다. 강력한 스토리지와 뛰어난 기기 완성도, 안정화된 OS, DSD재생, 그리고, 하이엔드적인 절묘한 음색, 최저의 노이즈. 시간이 갈수록 가치를 발휘할 제품이며, 모든 음감의 레퍼런스 기기로 필요충분조건을 가진 제품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김정철 칼럼니스트  gizmoblo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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