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모 IT기업에서 인사 노무 관련 규정을 맡아 정비를 하다 보니 갑자기 오래 전 일이 떠올랐다.

1990년대 말이었던 것 같다. 3번째 IT업체에 정직원으로 계약해서 일을 하고 있을 무렵이다. 근로계약서엔 임금과 근로시간, 휴일 같은 기본 사항만 적혀 있었고 회사에는 따로 취업규칙이나 사규 같은 건 없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소규모 업체는 보통 취업규칙이 없거나 있더라도 다른 기업 것을 이름만 바꿔서 가져다 놓은 게 태반이다.

휴일과 저녁시간을 반납해가면서 3∼4개월을 근무하던 중 문득 회사 휴일이나 휴가제도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궁금해졌다. 담당 이사에게 물어보니 되돌아온 답은 “빨간 날과 여름휴가 3일”이다. 나머지는 일하는 날이라는 답변을 준 것이다.

근로계약서에는 주6일 근무와 공휴일 휴무 규정 밖에 없으니 개인 휴일이나 휴가는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문제는 회사 요구로 일요일에도 출근해서 일하거나 밤샘 근로를 하면 다음날 하루를 쉬게 해주는 제도에 있었다. 이럴 땐 휴일인 일요일을 월요일과 임시로 맞바꾼 형태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휴일을 원하는 직원은 거의 없었다. 프로젝트에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눈치를 봐가면서 월요일에나마 쉴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직원은 결국엔 주7일을 일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

결국 과로에 지친 일부 직원은 다른 직장을 찾아 떠나게 됐다. 필자는 다른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게 됐지만 원칙 없는 휴일 대체가 마음 한구석에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게 사실이다.

20년 전 자신에게 충고를 할 수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휴일을 대체하기 위해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휴일 대체가 가능하다는 규정이 있거나 당사자 개인의 동의를 얻어야 하니 원칙 없는 대휴제도에 대해선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다. 회사가 임의로 휴일에 출근을 시키는 것과 반드시 다음날 하루를 쉬도록 한 관행은 개발자인 근로자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정한 기준이니 옳지 않다고 말이다.

박용호 칼럼니스트  cpla.baa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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