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이나 게임, 사진 등 ‘눈으로 즐기는’ 콘텐츠가 고해상도로 바뀌고 있다. 이제까지 국민 해상도로 불리기도 한 1920×1080, 풀HD가 주류였다면 이젠 2560×1440 이상 높은 해상도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추세는 게임 해상도만 봐도 ‘답 나오는’ 얘기다.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는 2560×1080을 지원한다. 블리자드 같은 인기 게임 제작사도 마찬가지. 스타크래프트2 시절만 해도 최대 해상도는 1920×1080이었지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2560×1080, 디아블로3은 2560×1440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콜 오브 듀티 고스트 역시 마찬가지다. 게임이 풀HD라는 벽을 넘어서고 있다.

콘솔 게임기의 경우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엑스박스 원(XBOX One)이나 플레이스테이션4 모두 게임 자체 해상도는 풀HD까지다. 하지만 이들 제품은 사진이나 영상 출력은 모두 3840×2160, 4K 해상도로 뽑아낼 수 있다. 유튜브 같은 동영상 플랫폼 역시 2K에서 4K까지 높은 고해상도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쏘는 시대 아닌가. 사진은? 말할 것도 없다. 아이폰5s 같은 스마트폰으로 한방 찍어도 가뿐하게 3264×2448이다. 고해상도 모니터가 필요한 이유다.

물론 다른 조건도 따져봐야 한다. 소비자가 모니터에 요구하는 조건이 “PC 화면만 잘 보여 주렴”에서 “다른 화면도 잘 보여 주렴”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게임기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 국내에 출시한 소니 플레이스테이션4를 사기 위해 새벽부터 장사진을 이룬 풍경이 이를 반증한다. 플레이스테이션4는 전 세계적으로 지난 1월까지 211만 대 이상, 엑스박스 원은 300만 대를 가뿐히 넘어섰다. 모니터가 이제 짊어져야 할 짐은 PC 하나가 아니다. 콘솔 게임기나 태블릿, 셋톱박스 등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소비자가 멀티 디바이스 시대로 접어들면서 모니터도 이 조건에 만족해야 하는 시대를 맞은 것이다. 모니터를 고를 때 이런 ‘멀티 환경’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건 마치 아이들 놔두고 “마누라 하나만 잘 먹여 살리겠다”는 생각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모니터가 갖춰야 할 덕목은 뭘까. 일단 가격대비로 고해상도라는 조건에 가장 잘 맞는 모니터 크기는 27인치다. 아직까지 시장에서 주력이 23∼24인치지만 요즘 27인치 모니터 수요가 늘어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소비자가 막상 제품을 구입하려고 하면 어떤 조건을 따져봐야 할지 모른다는 게 문제다. 와사비망고 QHD275 DUAL HDMI(이하 QHD275 DUAL)은 이런 27인치 모니터를 고르는 조건을 생각해보게 만드는 제품 가운데 하나다.

QHD275 DUAL은 2560×1440, QHD 해상도를 지원하는 27인치 모니터다. HDMI 포트 2개 모두 최대 해상도로 이용할 수 있는 ‘멀티 플랫폼’의 조건을 갖췄고 논글래어 패널을 써서 사진 편집 등을 적합하다.

◇ HDMI 많다고 최대해상도 출력되는 게 아니다=먼저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HDMI 포트를 2개 달아서 엑스박스나 플레이스테이션, 셋톱박스 같은 갖은 제품을 연결할 수 있다는 것. “HDMI 포트 2개 있는 게 무슨 특징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첫 번째 함정이 있다.

QHD275 DUAL은 HDMI 포트 2개 모두 QHD, 그러니까 2560×1440 해상도로 화면을 출력할 수 있다. 이해가 안 된다? 쉽게 말해 이제까지 나온 모니터는 HDMI 포트마다 최대 해상도로 출력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당연하지만 HDMI 포트를 여럿 갖춘 제품은 지금까지 많았다. TV라면 말할 것도 없다. HDMI 포트 4∼5개는 기본이다. 하지만 TV는 대부분 해상도가 FHD(Full High Definition)여서 해상도 한계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패널 자체가 FHD인 데다 이를 연결하는 규격인 HDMI 자체가 기본이 FHD이니 당연히 문제될 게 없다.

와사비망고 QHD275 DUAL은 HDMI 포트 2개를 달았다. 다른 제품과 차이가 있다면 이제껏 나온 모델과 달리 HDMI 포트 양쪽 모두에서 최대 해상도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니터는 해상도가 QHD다. 사정이 전혀 다르다. HDMI 중에서도 1.4a 버전이어야 최대해상도를 온전하게 쓸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최대 해상도를 온전하게 이용하려면 AD보드가 패널 해상도에 맞춰 해당 규격을 내보내야 한다. 문제는 결국 AD보드 지원 여부에 있는 것이다.

앞서 설명했듯 이전에도 QHD275 DUAL처럼 QHD 27인치 모니터 중 HDMI 포트 2개를 갖춘 제품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이들 제품은 HDMI 포트 둘 중 하나만 최대 해상도로 쓸 수 있었다. HDMI 포트 2개 모두 최대 해상도로 출력하는 AD보드가 없었던 탓이다.

QHD275 DUAL은 새로운 AD보드를 채택해 HDMI 포트 2개 모두 최대해상도를 출력한다. 이 제품은 출력 포트도 듀얼링크 DVI와 D-SUB, HDMI 포트 2개를 갖췄다. QHD275 DUAL은 적어도 지금껏 나온 제품 중 모든 출력 포트로 최대해상도를 낼 수 있는 첫 제품인 셈이다. 이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이다.

◇ 10비트 패널에 숨겨진 두 번째 함정=두 번째 함정은 패널이다. QHD275 DUAL이 채택한 패널을 보면 조금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요즘 유행하는 AH-IPS 대신 S-IPS 패널을 채택했기 때문. 뭔가 손해 보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보통 AH-IPS는 10비트, S-IPS는 8비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AH-IPS라고 해서 모두 10비트는 아니다. 반대로 S-IPS 패널 중에도 10비트가 있다. 어쨌든 흔히 어도비RGB 99%라고 떠드는 모니터라면 10비트 패널을 썼다는 얘기다. 색 재현율로 따지면 10비트는 107%다. 초기 IPS 패널이 72%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또 8비트와 견준다면 아무래도 색 재현율이 높은 건 사실이다. 이런 점에선 당연히 10비트가 좋다.

OSD는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지만 간결한 형태로 표시를 해뒀고 버튼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바닥 면으로 뺐다. 좌우 각각 2W짜리 스피커도 곁들였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할 때 느낄 함정은 그 다음에 있다. 막상 10비트 패널을 쓴 모니터를 샀다면 의외의 문제에 부딪히는 것. 10비트는 결정적으로 그래픽카드도 10비트로 출력해야만 쓸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그래픽카드는 엔비디아 쿼드로 같은 그래픽 워크스테이션에 쓰이는 것 일부만 지원한다. 일반 용도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얘기다.

사실 더 중요한 건 패널 색 재현율보다 색이 얼마나 정직하냐다. 10비트 패널이라고 해서 반드시 색이 정확한 건 절대 아니다. 무작정 10비트 패널 마크만 보고 제품을 골라선 안 되는 이유다.

QHD275 DUAL은 채널당 8비트로 24비트, 1,670만 색상을 표현하는 S-IPS 패널을 썼다. 쿼드로 같은 모델을 쓰고 있다면 10비트 패널을 찾아도 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문제될 건 없다. 결국 멀티 플랫폼을 단일 스크린으로 끝내려는 소비자라면 패널 색 재현율은 무의미한 면이 있는 셈이다.

◇ 글래어 패널의 함정=세 번째 함정은 글래어와 논글래어, 반사와 무반사다. 사실 이 부분은 캘리브레이션보다 일반 용도에선 더 중요할 수 있다. 요즘 27인치 모니터를 고를 때 보면 글래어 패널이 많다. 애플 역시 자사의 27인치 QHD 모니터에 강화유리를 덧댄 AH-IPS 글래어 패널을 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글래어 패널은 무조건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 잃는 것도 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글래어 패널은 소비용, 논글래어 패널은 생산용에 알맞다고 볼 수 있다. 글래어, 반사 재질은 아무래도 색상을 진하고 강렬하게 보여준다. 문제는 그 탓에 명부와 암부 변별력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27인치 모니터를 막상 써보면 스탠드의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QHD275 DUAL은 다른 제품보다 흔들림이 덜하다.

반면 QHD275 DUAL은 논글래어, 무반사 패널을 썼다. 논글래어 패널의 장점은 색상 표현력을 정밀하게 보여준다는 것. 덕분에 미세한 색상 변화에도 변별력을 기대할 수 있다.

반사율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애플의 경우 플라즈마 데포지션 코팅 처리를 통해 반사율을 75%로 줄인 강화유리 부착을 LG디스플레이에 주문해 반사율을 75%로 줄였다. 하지만 줄여도 반사는 반사다. QHD275 DUAL은 무반사라는 장점을 기대할 수 있다. 반사 재질을 쓰면 아무래도 실내 형광등 같은 주변 조명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논글래어는 이런 부분에서 훨씬 자유롭다. 아예 반사가 없는 건 아니지만 글래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컬러 분야 전문가인 용인송담대학 컬러리스트과 김환 교수(데이터컬러 이사 겸임)가 자신의 블로그에 공개한 바에 따르면 “글래어 패널은 주변 사물 컬러를 그대로 반사해 사용자 눈에 투영하므로 정확한 컬러 이미징 작업에 방해가 된다”는 말로 전문가용 모니터에서 글래어 패널을 찾을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그는 또 “글래어 패널은 이미지 채도나 명암을 과장하는 측면이 있어 더 좋게 보일지는 몰라도 실제보다 과장되어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관련 내용 원문).

물론 글래어 패널이라도 무조건 안 좋다는 얘기가 아니다. 용도에 따라 선택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논글래어 패널의 장점 혹은 글래어 패널의 단점에 대해선 소비자가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 뿐이다. QHD275 DUAL은 논글래어 패널의 장점을 십분 기대할 수 있는 제품이다.

와사비망고 QHD275 DUAL은 생산이라는 조건을 충족하는 제품이다. 사진 편집이 잦은 소비자에게 권한다.

◇ 사진 편집·멀티스크린 원한다면=QHD275 DUAL은 PC와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게임기나 셋톱박스 등을 한꺼번에 이용하려는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3가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2560×1440 해상도를 온전하게 HDMI 포트 2개로 모두 출력할 수 있고 논글래어, 무반사 패널로 형광등 같은 주변 환경에서도 쾌적하게 대응할 수 있다. 다양한 장치를 모니터 하나로 해결하려는 ‘멀티 플랫폼을 아우르는 모니터의 조건’에 어울리는 것.

하지만 좀더 이 제품의 장점을 살린 분야를 권하자면 사진 편집이다. 사진 편집을 하려면 모니터 색 재현력이 중요하다. 앞서 설명했듯 이 때 가장 중요한 건 명부와 암부 디테일을 얼마나 잘 살리느냐가 생명. 패널 역시 글래어가 발색이나 감마를 과장하는 효과 덕에 화려하게 보이는 반면 이 제품이 채택한 논글래어 패널은 사진 편집 등에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 논글래어 패널 자체가 소비보다는 생산 쪽에 어울리는 셈이다. 이런 점에서 QHD275 DUAL은 멀티 플랫폼이라는 조건과 사진 편집이 잦은 소비자에게 권할 만한 제품이다.

이석원 기자  lswcap@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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