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영역에 대한 도전인가 과학 기술이 만들어낸 기적인가. 지난 1996년 영국 노팅엄대 교수인 과학자 키스 캠벨과 로슬린 연구소 이안 윌머트 박사 등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동물 체세포를 이용한 복제 기술로 만든 복제 양 돌리(사진 위)를 탄생시켰다.

복제 기술은 생명의 신비를 조작한다는 점에서 기술적 또는 윤리적 측면에서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돌리가 탄생한 이후 10년 넘게 지난 지금도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지만 중국에선 이 새로운 ‘클론’ 기술이 전례 없이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중국 심천에 위치한 BGI 연구소는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복제 돼지 공장’이라고 부를 만한 곳이다. 연구소에 인접한 시설 1층에는 돼지 90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이들 돼지는 모두 복제 기술로 만든 것이다.

물론 복제 기술 자체는 이미 새로운 게 아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눈길을 끄는 건 규모다. BGI 내 시설은 1년 동안 500마리에 이르는 복제 돼지를 만든다. 그냥 “복제 기술이라는 게 있구나” 수준이 아니라 본격적인 대량 생산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 하듯 연구팀 규모도 상당하다. 책임자인 두위타오(Yutao Du) 박사는 “BGI 연구소 내 연구팀만 30∼50명에 이른다”면서 “대규모 복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연구 시설을 보면 사육 시설 옆에는 유전자 조작 처리실이 있다. 이곳에는 마비된 암퇘지가 누워있고 다리에는 파란 비닐봉지를 씌워놓은 걸 볼 수 있다. 이곳 직원은 내시경을 돼지 체내에 삽입해 자궁 위치를 확인한 다음 이식용 배반포가 들어간 시험관을 냉장고에 꺼내 배아에서 인위적으로 돼지 체내에 이식을 한다.

유전자 조작 차리실 자체의 청결 수준은 높지 않다. 돼지 머리 위에는 파리가 수두룩하다. BBC 보도에 따르면 시술 성공률은 70∼80%다.

BGI가 복제 돼지를 만드는 목적 가운데 하나는 신약 개발이다. 돼지는 인간에 가까운 유전 구조를 갖고 있다. 인간에 대한 신약 임상 실험을 대신할 모델 역할을 할 수 있다.

BGI 내부 기술자는 고가 전용 설비 대신 현미경을 이용해 사람의 손으로 유전자 조작을 실시한다. 국내에서도 황우석 교수팀의 복제 성공 당시 연구원이 난자에서 필요한 걸 추출하는 데 필요한 고도의 기술이 젓가락 문화에서 나온 섬세한 손기술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 적이 있다. BGI 역시 이와 비슷하게 현미경을 이용한 ‘핸드메이드 복제’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유전자 조작 과정보다 훨씬 빠르고 쉽게 진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BGI가 단순히 세계에서 가장 큰 ‘클론 공장’인 것만은 아니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큰 유전자 배열 분석 센터이기도 하다. 시설 내에선 냉장고 크기 만한 유전자 시퀀서가 DNA 해독을 실시하고 있다. 유럽 최대 유전자 분석 시설이 이용하는 유전자 시퀀서 개수가 30개인 데 비해 BGI 보유대수는 156대에 이른다. 이걸로도 부족했는지 BGI는 아예 해당 장비 제조사를 인수하기까지 했다.

규모가 말해주듯 이 시설의 목표도 남다른 스케일을 자랑한다. 영국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인간 게놈 1만 명 분을 해독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지만 BGI는 100만명이다. 여기에 동물 100만 마리, 식물 100만 종까지 모조리 DNA 해독을 목표로 하고 있다.

BGI 측은 자사의 연구 내용에 대해 헬스케어나 더 맛있는 음식을 통해 인류의 생활을 더 윤택하게 만들겠다고 강조한다. 유전자 해독을 지금보다 더 빠르고 저렴하게 실시해야 할 필요성도 말한다. 실제로 이 회사가 세운 DNA 해독 대상 선정 기준을 보면 “맛있다”고 느낀 건 모두 해독되어야 한다는 것이 첫째다. 다음으로는 건강이다. 사람의 건강과 관련된 건 해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사랑스럽다”는 것이다. 팬더곰이나 펭귄, 북극곰 같은 게 대표적인 예다.

복제 기술은 신의 영역에 대한 인류의 도전, 침범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복제 기술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미래 가능성을 들어 전 세계 곳곳에서 연구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BGI를 통해 확인했듯 또 다른 점은 중국이 과학 분야에서도 세계의 거인이 되기 위해 돌진하고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래 과학 다방면에 걸쳐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관련 내용 원문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lswcap@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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